식물/야생화-나무

엉덩이만 따라다니게 한다는 자귀나무-약용

천부인권 2008. 7. 6. 11:20

 


용추계곡에서 자귀나무가 서식하는 곳은 우곡사로 가는 삼거리 일대에 몇 그루가 있지만 하늘을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일수 이다. 낙엽활엽소교목인 자귀나무는 줄기가 굽거나 사선으로 자라며 약간 드러눕는 모양을 하고 다른 나무의 생존은 아랑곳 않고 넓게 가지를 펼치는 다소 이기적인 나무로서 작은 가지에는 털이 없으며, 난대성 수종이라 중부이남 및 황해도 이남의 표고 50~700m의 전국 산야에 자생하는 나무이다. 자귀나무의 잎은 낮에는 펴져 있지만 심한 바람이 불거나 밤이 되면 모든 잎이 짝을 이뤄 합쳐지기에 자귀라는 이름을 얻었다한다.

 





콩과(Leguminosae), 자귀나무속(Albizia)에 속한 자귀나무의 학명은 Albizia julibrissin Durazz이다. 낙엽활엽소교목인 자귀나무의 꽃말은 두근거림, 환희이고, 野合花(야합화)라고도 한다.





<2013/7/2 용추계곡 자귀나무>

 

부부의 금슬을 여미는 자귀나무

 

옛날 중국에서 선비 두양의 부인 조씨는 해마다 5월 단오가 되면 자귀나무 꽃을 따서 말린 뒤, 베개 속에 넣어 남편이 은은한 향기 속에서 푹 잠들 수 있게 했다. 또 남편이 우울하거나 풀이 죽으면 베개에서 꺼낸 꽃을 술에 타서 마시게 하여 기분을 북돋아주었다.

자귀나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부의 금슬을 위해 점지 받은 나무처럼 보인다. 꽃은 희고 짧은 비단실 끝에 연분홍을 살짝 물들인 뒤 한 줌씩 묶어 만든 자은 솜털 노리개 같다. 영어로 비단나무’ (silk tree)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잎도 참 앙증맞다. 여자 고무신처럼 기름한 작은 잎들이 가는 가지를 중심으로 깃털처럼 촘촘하게 마주 보고 있다가 밤이 되면 잎을 접는다. 잎이 워낙 여리기 때문에 수분이 빠져나가는 걸 줄이기 위해서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잎을 접고 가지를 늘어뜨리는 신경초(미모사)와 닮아, 영어로 핑크미모사’ (pink Mimosa)라고도 한다.

마흔 남짓한 작은 잎들이 낮에 마주 보다가 밤이 되면 서로 짝을 맞춰 포옹하는 것 같다. 이태수 시인은 저녁놀 서녘을 물들이고, 새들이 둥지를 찾을 무렵, 서로 몸을 마주 접고 입술 비비고, 깊이깊이 꿈속으로 헤엄쳐가는 자귀나무의 어김없는 밤을 기다렸다.

그래서 자귀나무는 합환목(合歡木)’이라고도 한다. 합환(合歡)은 부부가 정을 나누는 금슬의 행위로 전통혼례에서 신랑과 신부가 잔을 서로 바꾸어 마시는 술이 합환주(合歡酒)이다.

 

시인 임보는 자귀나무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노래했다.

 

분홍 깃털을 정수리에 단 푸른 봉황들이

서로의 깃털 속에 부리를 묻고 사랑을 나누고 있다.

저 윤기 흐르는 녹색의 날개들

다치지 않고 서로를 감싸는 무봉(無縫)의 환락(歡樂)

 

단지 꽃이 솜사탕처럼 달콤해 보이고 잎이 다정하게 짝을 맞추는 정도로 합환을 운운할 수 없다. 자귀나무는 꽃이 합환화(合歡花)이고, 꽃 봉우리가 합환미(合歡米), 나무껍질이 합환피(合歡皮) 등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합환이다. 모두 부부의 금슬을 좋게 만드는 합환의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귀나무의 수피>



북한 동의학연구소에서 편찬한 동약사참고집에는 자귀나무의 껍질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자귀나무 껍질(合歡皮)

콩과에 속한 자귀나무()의 껍질을 말린 것이다. 채취 시기는 여름부터 가을 사이에 껍질을 벗겨 햇볕에 말린다.

잎지는 키나무이며 높이는 6~9m이다. 잎은 어긋나게 붙고 2번 깃모양 겹잎이다. 긴 잎꼭지가 있다.작은 잎은 7쌍인데 넓은 버들잎 모양이다. 가지 끝 또는 잎틈 사이에서 꽃줄기가 나오고 우산 꽃차례를 이루며 붉은색의 꽃이 핀다. 꽃받침은 통모양이다. 꽃잎은 끝이 5갈래로 갈라졌다. 수꽃술은 많고 실모양이며 붉은색이다. 열매는 꼬투리열매이며 납작하고 털이 없다. 안에는 납작한 씨앗이 들어있다. 황해남북도 이남에 자라며 여러 지방에서 심는다.

약으로 사용하는 자귀나무 껍질은 관모양 또는 반관모양이며 두께는 1~3mm이다. 겉면은 잿빛을 띤 밤색~잿빛을 띤 풀색이며 거기에는 붉은 밤색의 작은 혹과 세로 간 주름과 검은 무늬가 있다. 안쪽 면은 누른빛을 띤 흰색이고 매끈하며 세로로 간 무늬가 있다.

질은 굳고 부셔지기 쉽고 부러진 면은 연누른 색이고 섬유질이다. 냄새는 거의 없으나 물에 넣어 끓이면 향기롭고 맛은 아리며 약간 쓰다.

좋은 품질은 껍질이 두껍고 꺾은 면이 누른빛을 띤 흰색이고 부러지지 않은 것이 좋다. 성분으로는 알칼로이드, 탄닌, 사포닌이 있다. 처방은 오줌내기약, 아픔멎이약, 기침가래약으로 쓴다. 사용방법은 10~15g을 물에 달여서 하루 3번 나누어 마신다.

 

 

자귀나무속(Albizia) 2

왕자귀나무 (Albizia kalkora Prain)

자귀나무 (Albizia julibrissin Dur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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