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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圃先生文集 학포선생문집

천부인권 2023. 4. 10. 21:32

學圃先生文集 학포선생문집 표지

『학포선생문집 學圃先生文集』은 학포學圃 정훤鄭喧(1588~1647)의 시문을 모아 후손 정환익鄭煥翼이 1859년 서문을 부치고 그의 팔세손 정락기鄭樂基가 옮겨 적었으며, 또 려강驢江 이종상李鍾祥의 1859년 서문에 합천 이결영李夬榮이 글씨를 썼다. 
『학포선생문집』 권지일에는 시詩 59수가 있고, 권지이는 서書 10수가 있으며, 권지삼은 잡저雜著 4, 기記 1수가 있다. 권지사는 제문 고유문 축문 13편이 있고, 권지오는 부록으로 만장, 제문, 고산정사, 제현시장, 행록, 행장, 묘지, 묘표, 옥산서원봉안문, 상형문, 고산정기, 고산정중수기, 년보로 구성되어 있다.

 


학포學圃 정훤鄭喧(1588~1647)은 정몽주鄭夢周의 후손으로 합천 율곡 종간리에서 태어나 용주면 손목리 조동에 잠시 살다가 산청 단성으로 이주했으나 광해군이 실정失政하자 시국을 판단하여 진주시 대평면 대평리 산131(대평로57번길 57)에 고산정孤山亭을 짓고 은거하였다. 필자 선조 15대조의 만장挽章과 14대조의 만장이 부록에 실려 있어 이유를 살펴보니 14대조 한사寒沙 강대수姜大遂(1591∼1658)가 정훤鄭喧의 둘째 사위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96년 12월 고산정孤山亭에서 발행하고 인쇄는 한림인쇄사에서 간행했다. 2023년 3월 한림인쇄사 손원모 사장의 배려로 소장하게 됐다.

 

아래에는 선조의 만장 글을 부친다.
挽章 만장
戇庵 姜翼文 당암 강익문 
同鄕同井平生親 같은 고을 같은 우물 평생을 친하니
洽比重綠瓜葛姻 서로 화합하고 거듭된 인연 오이와 칡의 인척이라
分義自來堅鐵石 분수 의리로 본래부터 굳기가 쇠와 돌이라
情忱奚待結朱陳 정성이 어찌 주진朱陳¹⁾ 맺음을 기다리리
中年各作參商别 중년에 각각 삼상參商²⁾의 자리에 있어
一念恒嗟道路堙 한 마음으로 항상 길이 막힘을 탄식했구려
深擬永如松栢壽 깊고도 길기가 송백松栢처럼 사는 것이더니
無知先我老癃身 어찌 나보다 먼저 늙어 파리한 몸일 줄 알았으랴
霜殘寶樹千程遠 서리에 쇠잔한 보배 같은 나무는 천리나 먼데
風折靈春六莢辰 바람 꺾인 신령 봄 육협六萊의 때 로다.
奇禍如何最一歲 기이한 화가 어찌하여 한 해에 모였는가
幽儀從此隔千春 그윽한 거동은 이로부터 일천봄이 막혔도다
哀哀衆鷟號聲咽 슬프도다 뭇 봉황鳳凰 부르짖어 목이 메인데, 
戚戚孤鸞舞影辛 근심스런 외로운 난새의 춤추는 그림자 괴롭도다
之子阻霖違走哭 아들을 보냈으나 장마비에 막혀 달려가 곡哭하지 못하고,
阿郎覊宦在城闉 남편은 타관에서 벼슬살이하여 서울에 있네. 
塵間怨恨何時歇 티끌 같은 세상 원한이 어느 때 그칠 건가
泉裏煩寃必不伸  황천의 번거롭고 원통함 반드시 펴지 못하리
豈弟儀容尋底處 단아한 거동을 어느 곳에 찾으며,
軒昂辭氣見何因 훤칠한 얼굴과 말씀을 어디에서 본단 말인가.
青烏忽迫營貞曜 청오青烏³⁾가 갑자기 곤궁하니 곧게 빛남을 경영하고
漆燄空為待沈彬  일곱 불꽃 공허하게 조용히 빛나길 기다리네.
仙鶴倏然歸去後 선학이 갑자기 돌아간 뒤에
孤山風月屬誰人 외로운 산과 바람, 달은 누구에게 맡길 건가.

【주석】
주진朱陳¹⁾ : 서주(徐州)의 주진촌(朱陳村)에 주씨(朱氏) 진씨(陳氏) 대대로 혼인하여 화목하게 지낸 고사(故事).
삼상參商²⁾ : 삼성(參星)과 상성(商星)、 삼성(參星)은 서남방 신(申)의 자리、 상(商)은 동방 묘(卯)의 자리에 있는 별, 서로 등지고 있어 동시에 볼 수 없음. 작별 후 오랫동안 못 보는 데 비유
청오青烏³⁾ : 팽조彭祖의 제자. 화음산華陰山에 들어가 금액金液을 마시고 신선이 되었다는 고사.

 

又 또
姜大適 參奉 강대적 참봉
弟兄情義兩相然 형제 같은 정과 의리 서로 같아
三十年將四十年 삼십년에서 장차 사십년이 다 되었네
志氣邁豪褸勝地 뜻과 기개 비범하여 좋은 곳에 은거했고
談論英發粹全天 담론이 영특하고 타고난 천품 온전히 순수하네.
孤山便是琴書樂 고산은 바로 거문고와 글을 즐기던 곳이요
釣洞元從意槩肩 조동釣洞은 원래 기개 곧은 것을 좇던 곳이네.
宅故人兦俱寂寞 집은 오래되고 사람 없어 모두가 적막한데
惟餘野渡自橫船 오직 들녘 나루터 남아 배가 스스로 비껴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