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야생화-풀

천부인권 2008. 9. 1. 21:51

 

 

칡 이야기


칡은 내 어린시절의 맛있는 먹 거리이면서 눈물나는 추억이 서려있는 식물이다. 창원공단이 들어서기 전의 창원은 한적한 시골마을들이 산기슭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 땅에 생명을 걸고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이 도란도란 삶을 꾸려가는 곳이었다.


여름철엔 칡덩굴을 걷어와 싸리빗자루도 만들었고, 거름바구니도 만들어 닭똥을 띄워 만든 거름을 퍼 나르기도 하고, 앞깨구랑(지금의 남천)하천부지에 자갈을 치우고 밭을 일구기도 하였으며, 여린 잎은 소먹이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뻣뻣하게 된 것은 다른 잡풀과 소똥을 썩어 거름을 만들었고,  이른 봄에 칡뿌리를 캐어 먹으면 칡즙이 옷에 잘못 묻어 얼룩이 남곤 했다.


내가 중학교1학년 때인 것으로 기억되는데, 친구 2명과 바지게를 지고 곡괭이와 삽, 지렛대를 들고 성주사(곰절) 뒷산에 가서 신나게 굵은 칡들을 캐어 내려오는데, “성주사 절 땅에서 캐면 안 된다.”고 하면서 칡과 도구 모두를 빼앗고 범죄자 취급을 하여 울면서 마을까지 내려왔던 기억은 순수했던 어린시절의 멍이 되어 아직도 가슴이 아려온다.


요즘 어머님이 칡즙을 보고 “저리 좋은 것을 갈분가루 만든다고 다 버렸으니 옛날 사람들은 참 어리석었다.”고 하시며 고생한 이야기를 해주시곤 한다. 지금은 갈분가루를 감자나 고구마를 이용하여 만들지만 옛날에는 칡을 찧어 건더기를 건져내고 그 물을 까라 앉히면 허연 앙금이 남는데 이것의 물기를 빼면 갈분이 된다. 그래서 칡뿌리가 갈근이고 구황식물이라고 말하는 것이며 먹을 것이 없었던 시절엔 목숨을 이어주는 요긴한 식물이었다.


어쩌다가 칡즙을 사먹을 때마다 내 어린시절이 생각이나 칡은 항상 기억의 저편을 들추어 보는 아련하고 애틋한 식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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