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들/여행 이야기

소목고개를 가다.

천부인권 2008. 10. 6. 11:56

 오늘은 소목고개로 환경스쿨 회원들과 탐사를 가기로 한날이다. 점심 도시락을 챙겨 마을을 걸어서 약속 장소인 사격장으로 가보기로 마음먹고 집을 나선다. 우리 동네에 한창 피어 있는 애기나팔꽃에 미소를 날리며 시험 삼아 촬영을 했는데 이것이 단한장만 남아 있다.

 

 <애기나팔꽃>

 

경남관광고등학교 즈음의 길가 담 벽에 정말 예쁘게 유홍초가 피어있다. 급한 마음에 재빨리 인증 촬영을 하고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데 회원으로부터 택시를 타고 가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는 연락이 왔다.

 

 <새깃유홍초>

 

사격장 입구에서 자전거를 타고오시는 이호성님을 만나 함께 사격장 문 앞으로가니 벌써 몇몇 분이 도착해서 우리를 반기신다. 3기 회장님이 3기는 우리와 뜻을 함께하기로 하셨다는 말씀을 전하여 주셨다. “환경스쿨”이 좀더 활기차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오늘의 행사를 시작하기 위하여 사격장 돌비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였다.

 

   <사격장임을 증명하는 돌비 앞에서 인증촬영>


오늘의 탐사를 위한 힘찬 발걸음을 옮기며....... 사격장을 빠져 나간다.

 

 <크래이 사격장을 빠져 간다.> 

 

『가을』에 떠오르는 꽃은 누가 뭐래도『들국화』일 것이다. 흔히 우리가 부르는 “들국화”라는 이름의 식물은 없고, 산야에서 자라는 야생국화를 통칭하는 이름이 『들국화』이다.

요즘 피는 국화과로는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구절초, 고들빼기, 이고들빼기, 왕고들빼기, 등 다양하다. 이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을 말하라고 한다면 "구절초"라 말하고 싶다.

 

가녀린 줄기끝에 깨끗한 꽃을 피워

실 같은 바람에도 몸을 흔들며

향긋한 내음을 전하는  구절초는

가을을 말하는 아름다운 전령이리라.

 

어느 가을날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이름 없는 산길에서 마주치는 구절초는

정결한 여인이 보이는 섹쉬한 미소와 같이

가슴 설레는 것은 아직 내가 젊어서 그런가?

 

 <구절초의 해맑은 모습>

<보통의 구절초는 흰색이지만 이것은 분홍빛이 감돈다. 특이한 구절초이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약수터 가까이 까지 왔다. 힘들지 않는 등산길이 평화롭기 까지 하다.

 

 <단합심을 과시하며 힘찬 발걸음을 옮긴다.>

 

우리가 지나가자 갑자기 몸을 숨기려 귀한『산개구리』가 팔짝 뛰어간다. 내가 어릴 때에는 이렇게 귀하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어쩌다가 한번씩 만나는 희귀종이 되어간다.

 

 <오랫만에 보는 산개구리>

 

어사화로도 알려져 있는 “누린내풀”의 줄기에는 마지막 몇 개의 꽃이 매달려 있었다. 한번 냄새를 맡아 보면 누린내의 강렬한 냄새를 꼭 기억하게 될 것이다.

 

<누린내풀> 

 

 <무엇을 보고 계시나?>

 

쑥부쟁이와 개쑥부쟁이의 차이도 알아보고 가을꽃들의 화려한 외출을 함께 기뻐하며 산행의 묘미를 찾아가는 『환경스쿨』회원님들의 모습에서 즐거움이 저절로 생겨난다.

 

 <쑥부쟁이와 개쑥부쟁이의 차이를 설명해 주시는 최영내씨>

 

약수터를 지나 고개 아래 운동시설이 있는 곳에서 오늘의 강사이신 최영내님이 억새, 달뿌리풀, 갈대에 대해 재미난 이야기로 말씀하신다. “이 세가지 풀이 자기가 살 장소를 찾아가는데, 산에서 그냥 눌러 살겠노라고 한 것은 『억새』가 되었고, 산 아래까지 내려가 물가에 뿌리를 내리고 살게 된 것이 『달뿌리풀』이며, 더 아래로 내려가 갈 때까지 간 것이 『갈대』인데, 그래서 갈대는 바닷가의 갯벌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고 하셨다.

  <열심히 설명하시는 모습>

 

『식물과 인간생활』과의 관계를 보면 참 재미난 것들이 많은데, 인간의 영향이 없으면 사라질 수도 있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인간 때문에 멸종 위기를 맞고 있는 식물도 있다. 

 

억새도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식물인데, 어느 곳이든 『억새군락지』가 있으면 이곳은 예전에 농사를 지었거나, 군사들이 주둔을 했던지, 인간이 터를 닦고 사용했다가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라고 보면 정확하다.

  <경청하고 있는 회원들>  

“『주홍서나물』만 있는 줄 알았는데, 『붉은서나물』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주홍서나물은 꽃이 고개를 숙여 땅을 보고 피며, 붉은서나물은 하늘을 보고 피어있단다.

  <붉은서나물의 홀씨>

미역취는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데 울릉도에서는 1년에 3번이나 수확을 한다고 하며 어린잎이 미역줄기를 닮았다고 하여 『미역취』란 이름이 붙어졌다.

  <미역취>


꿀풀과의『산박하』,『방아풀』,『오리방풀』은 비슷하게 보여 대충 지나간다. 누가 물어 보면 “요건 산박하란 놈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지나가는 식물이다. 뭐라고 딱 꼬집어 설명하기가 내 실력으로는 쫌 그렇다.

  <산박하>


다시 소목고개 정상을 향하여 오른다. 도란도란 들려오는 이야기가 정겹고 가을 햇살도 우리들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워 듣고자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소목고개』란 명칭은 풍수적으로 정병산의 모습이 소가 누워있는 모양인데, 소의 머리가 봉림산이 되고 목이 되는 부분이 고개에 해당하며, 젖이 있는 곳이 우곡사라고 한다. 그래서 우곡사에는 우유가 나오듯이 약수가 풍부하고 설명한다.


옛날전설 같은 이야기에는 “낙동강의 물이 소목고개를 넘어오면 창원이 망한다.”는 말이 전해 오고 있는데, 큰비가 오면 정병산에 올라가 낙동강 물이 넘쳐 소목고개로 오지 않는지 살피기도 하였다.

어찌하건 현재는 낙동강 물이 창원으로 넘어 오고 있는데, 망해야 새로운 것이 생기는 것이므로 망하지 못하면 발전이 없다고 해석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파괴는 창조의 원동력”이란 말이 있다고 생각해 본다.

  <소목고개 도착 직전>

이호성님께서 소목고개 아래 “소목마을”이란 이름이 정감이 가신다며 오늘의 탐방지로 요청하여 마을까지 가기로 하였다. 썩어가는 밤나무를 베어내고 측백나무를 식목하여 트여있는 정병산 정상을 바라본다.

  <식재된 나무와 정병산 정상을 바라보며...>


예전에 이곳에서 염소농장을 하였는데 염소들이 도망쳐서 야생 상태가 되는 바람에 농장을 그만 둔 적이 있어 그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길가에 잘 익은『며느리배꼽』이 사람의 배꼽처럼 생긴 방패에 쌓여 아름다운 보석 같은 열매를 달고 있다.

  <며느리배꼽>


소목고개를 넘으면 「동읍 덕산리 소목마을」이다.

내 개인적 생각으로는 창원시 전체에서 가장 호젓하게 명상에 잠겨 세상의 짐을 내려놓고 삶에 찌든 상념을 버리며 묵묵히 걸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장소가 봉림사에서 출발하여 봉림산을 거처 소목고개를 지나 소목마을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한다.

  <소목마을로 가는 오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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