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야생화-풀

용추계곡에 비가 내리면

천부인권 2009. 7. 12. 22:46

 

오랜 가뭄을 끝내는 많은 비가 내린 용추계곡을 오랜만에 가봤다. 흐린 날씨에도 많은 등산객들과 가족들이 계곡으로 물놀이를 오고 한껏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온갖 소음을 차단하며 청아한 자연의 소리를 들려준다.

 

<폭포가 흐르는 계곡에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헛개나무’에는 파란열매가 맺었고 이에 질세라 ‘곰의말채나무’도 열매를 키우고 있었다. ‘하늘타리(하늘수박)’는 싱싱한 꽃을 피워 곧 꽃잎을 펼칠 준비를 마쳤고, 비온 후의 축축한 공기의 힘을 빌려 이름 모르는 버섯들이 땅을 뚫고 올라왔다.

 

 

 

 <헛개나무와 곰의말채나무>

  <용추계곡이 살아있는 자연임을 실감하는 다양한 버섯들>

 

  

<다양한 버섯 종류>

 

  

<하늘타리>

 

용추계곡 안내소 앞에 이르니 하늘에서 ‘아카시나무’ 가지가 뚝 떨어져 내렸다. 신기한 형상에 살펴보니 벌레의 집이 가지를 쪼이고 있어 더 이상 영양을 공급해 주지 못하게 했고 가지와 잎에 빗물이 묻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벌레집이 떨어트린 아카시 가지 >

 

비온 후의 “용추계곡”은 아름답고 화려한 커다란 정원이 된듯하다. ‘닭의장풀’이 예쁜 꽃을 피웠고, 지천에 ‘파리풀’이 작디작은 꽃들을 피워 나비를 유혹하고 있다. 누군가 심어 놓은 ‘꽃댕강나무’는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화려한 자태를 드러내고, 보잘것없지만 ‘덩굴곽향’도 보아달라고 얼굴을 내민다.

 

 

<닭의장풀, 꽃댕강나무, 파리풀, 덩굴곽향>

 

'가새잎개머루'는 이제 꽃이 피고 있고, '개머루'는 열매가 제법 달려 있으면서도 꽃을 계속 피우며 10월쯤엔 아름다운 색상의 열매가 익지만 먹지는 못한다. '새머루'의 알맹이는 점점 영글어 가을이 오면 까만 열매가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고향의 맛을 알게 해줄 것이다.

 

 

  

<가새잎개머루, 개머루, 새머루>

 

광대싸리, 조록싸리, 털조록싸리, 싸리나무에는 작고 앙증맞은 꽃이 피어 숨어있던 미태를 바람에 살랑거리며 자랑을 한다. 싸리나무는 봄에 베어와 잎사귀는 소먹이로 주고 한주먹 묶어서 빗자루도 만들고, 잘 간추려 흙이나 돌을 나르는 채를 만들기도 했는데, 특히 논에 거름을 줄때에는 요긴하게 쓰이는 농기구가 되기도 했다.

 

 

 

 <광대싸리나무, 조록싸리나무, 털조록싸리나무, 싸리나무>

 

 

털별꽃아재비는 아메리카원산인 국화과의 귀화식물로 어디에서나 잘 자라며 비슷한 풀로는 별꽃아재비가 있다.

노란꽃를 피운 ‘짚신나물’도 한껏 멋을 부리며 나비와 벌을 불러들이고, ‘둥근배암차즈기’은 거의 끝물인 듯 꽃은 떨어지고 열매를 맺고 있었다.

 

  

<털별꽃아재비, 짚신나물, 둥근배암차즈기>

 

녹음이 짙어가는 여름의 매력은 뜨거운 열기만큼이나 잘 영글어가는 열매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참개암나무열매’가 여름이라는 영양분을 먹고 점점 커져가고, '쥐똥나무'도 이처럼 작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았습니다. 열매에 독성을 지닌 ‘때죽나무’의 열매가 멀리서 올라오는 중의 머리를 닮았다는 느낌은 없으신지요? ‘민청가시덩굴’도 조롱조롱 귀여운 열매를 키워가고요 ‘감태나무’가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열매를 키우고 있습니다.

 

 

 

<참개암나무, 쥐똥나무, 때죽나무, 민청가시덩굴, 감태나무>

 

‘사람주나무’도 ‘화살나무’도 여름의 풍성함에 감사하면서 짙푸른 녹색의 세상을 마음껏 즐기는 것 같습니다. 여름과 장마는 나무와 숲의 세상이 지구의 중심이 되어 모든 생명체에게 여유와 휴식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계절인가 봅니다.

 

 

 <사람주나무, 화살나무>

 

비가오기 전에는 죽은 듯이 바위에 붙어있던 ‘바위채송화’가 한껏 꽃을 피웠고, 용추계곡에서 하나밖에 없는 ‘일엽초’도 말라 있던 잎새를 펼쳤습니다.

 

 

<바위채송화. 일엽초>

 

‘하늘말나리’가 지금의 용추계곡에서는 여왕처럼 예쁘게 아름다움을 뽐내고 미태를 발산합니다. ‘큰뱀무’는 그 아름다움을 시기하며 뒤늦게 꽃을 피워 자연이라는 커다란 정원의 한쪽을 장식하고, ‘범꼬리’가 가녀린 꽃대의 끝에서 한들거리며 자랑을 합니다.

 

 

 

<하늘말나리, 큰뱀무, 범꼬리> 

 

 

‘활량나물’도 꽃을 피웠고, ‘큰네잎갈퀴’도 꽃을 피웠으며, 열매까지도 다 떨어진 ‘깽깽이풀’은 조금 있으면 이 잎까지 사라지겠지요. 이제는 여름의 한가운데서 잠자리가 비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용추계곡은 생동감이 넘치는 아름다운 자연이 살아있나 봅니다.

 

 

<활량나물, 큰네잎갈퀴, 깽깽이풀, 잠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