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들/여행 이야기

낙수물 소리 들리는 창원의 집

천부인권 2010. 4. 2. 08:46

 

 

 

창원의 집에서 지인을 만나기로 약속을 하여 먼저 갔습니다. 제법 봄비가 내려 우산을 받쳐 쓰고 사랑채 마루에 앉았습니다.


비가 내려 그런지 아무도 없는 창원의 집에 홀로 앉아 있으니 우두둥둥, 우두둥둥 작은 소리가 연못에 설치한 물레방아에서 들리고,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수물 소리가 들려옵니다.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소리입니다.

 

어릴적 시골마을에 살 때 초가집에서 떨어지는 낙수물 소리를 들은적 있지만 요사이는 이렇게 마당에 낙수물이 떨어지는 집이 없다보니 듣기 힘든 소리입니다.


 

 


客子酒醒春己歸 나그네 술깨자 봄은 이미 다 지나고

落花飛絮轉霏微 꽃 날리고 버들솜 어지러이 뒹구네

可憐一點鳳林雨 가련타 한점 봉림동의 비는

不解留人解濕衣 사람 잡지 못하고 옷만 겨우 적신다.



 

마당 한켠에 있는 매화는 어느새 떨어져 앙상한 가지를 보이고, 광으로 가는 입구에 서있는 목련은 비를 맞고 떨어집니다.

 

 

시원한 빗줄기에 황토마당은 흠집이 나고 낙수물 소리는 요란해 집니다. 사랑채 앞 작은 화단에 심어져 있는 목단은 아직 필 때가 되지 않았지만 여린 잎새에 꽃 봉우리를 매달고 떨어지는 빗물을 영롱한 보석인냥 매달고 있었습니다.


 

 

창원의 집 대청마루에 앉아 낙수물 소리를 듣고 있으니 어느새 지인도 왔습니다. 그렇게 낙수물 떨어지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상으로 되돌아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