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보호수와 노거수

미래를 알려주는 김해 천곡리 이팝나무의 신령한 현상

천부인권 2010. 5. 12. 07:54

 

 

 

보통 같은 조건에서 자라는 나무는 어린나무가 오래된 나무보다 꽃이 3~5일 빨리 피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가로수로 심어진 이팝나무가 만개한 지금 작년에 꽃핀모습을 찍지 못한 ‘김해 주촌면 이팝나무’를 촬영하러 갔다.


천곡마을에 도착하니 마을회관 옆에 천막이 쳐져있고 사람들이 음식장만을 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단은 사진기를 들고 이팝나무를 촬영하였다. 생각했던 것처럼 완전하게 활짝 꽃이 핀 모습은 아니지만 그 위용만은 충분히 멋스러웠다.

 

 

 

이팝나무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기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구도와 색상 등 최대한 예쁜 사진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했다. 항상 촬영이 끝난 후 왜 그렇게는 해보지 못했지 하고 후회 아닌 후회도 해보지만 오늘도 막상 집에서 사진을 점검해보니 쓸만한게 별로 없다.


 

 

 

천막으로 다가가서 천곡리 주민에게 “오늘 이팝나무에 제를 지내십니꺼?”하고 물어보니, 오늘 ‘이팝나무 제사의식’에 종헌관을 맡으신 한상일(56세)씨가 이렇게 말씀을 하신다.


“해마다 마을에서 꽃이 필 시기를 정하여 제삿날을 정하는데, 보통은 어버이날 전후로 합니다. 올해는 이상기후로 인해 조금 늦추었지만 14일 쯤이 가장 만개할 것 같습니다. 잘 핀 꽃을 밥그릇에 담아보면 쌀밥을 담아 둔 것처럼 보여서 이팝이라 하구요, 화려하게 꽃이 잘 피면 풍년이 들고, 벌레가 붙거나 하여 잘 피지 못하면 흉년이 들것이란 예측을 미리해주는 신령스런 나무입니다. 지금도 이 나무의 가지를 제사도 지내지 않고 꺾거나 부러진 가지를 가져가 불을 때면 그 집안에 분명 흉사가 일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삼가하고 있습니다.”


 

 

 

이팝나무에 제를 지내는 제관은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으니 자신의 집안에 우환이 없어야하고 험한 일도 없어야하며 아들과 딸이 다 있는 사람 중에 선택되는데 목욕재계 하고 금욕도 하여야 한답니다.


 

 

 

“마을 이름이 ‘천곡’인데 어떤 뜻이 있는지요. 그리고 특별한 유래가 있습니까?”
“샘천(泉), 마을곡(谷)을 써서 천곡마을이 되었지만 옛날에는 ‘샘실마을’ 이라 불렸습니다.”
“이곳은 물이 많고 좋아서 ‘샘실’이라 불렸는데 지금도 이곳에 지하수를 뽑아 산위로 펌핑을 하여 마을과 앞쪽에 있는 공장들에 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처음 마을을 만든 성씨는 홍씨였고, 다음에 하씨들이 살았는데 모두 떠나고 현재는 한씨들의 집성촌으로 예전에는 60가구가 있었지만 지금은 30~40여 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이팝나무의 어떤 것을 보고 길흉을 예측하십니까?”


“이 이팝나무의 둘레가 세월이 지나면서 더 굵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옛날 보다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6.25사변이 일어난 해에는 북쪽에만 꽃이 피고 남쪽은 꽃이 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돌아가신 한길수 할아버지로부터 들었습니다.” “저 나무의 위쪽을 보면 가지에 꽃이 피지 않았지요? 저 가지가 죽은 것이 아니라 나중에 잎이 날겁니다. 저렇게 되면 가을에 가뭄이 온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만약에 아래쪽에 꽃이 피지 않으면 홍수가 있어 농지가 물에 담긴다는 뜻입니다.”

 

 

이곳 안내판에는 이렇게 적어 두었다.

 

김해 주촌면 이팝나무
천연기념물 제307호
경상남도 김해시 주촌면 천곡리 895-2

 

이 나무의 나이는 약 5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는 17m, 밑동의 둘레는 6.9m, 지상 1m 높이에서 두 갈레로 갈라지고, 가슴 높이 둘레는 동쪽의 것이 4.2m, 서쪽의 것이 3.5m이다. 5월 중순에서 6월 상순에 걸쳐 꽃이 피는데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에 꽃이 피므로 입하목(立夏木)이라고도 한다.

 

이팝나무라는 이름은 입하목에서 변했다고도 하고, 꽃이 필 때 나무전체가 이팝, 즉 쌀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것이라고도 한다.

이팝나무에 꽃이 만발하면 그 해는 풍년이 들고, 시름시름 피면 가뭄이 오고, 잘 피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팝나무는 물이 많은 곳에서 자라는 식물로 비의 양이 적당하면 꽃이 활짝 피고, 부족하면 잘 피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구전 이야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