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들/생각하다

년령年齡과 본적本籍에 대해

천부인권 2023. 9. 10. 18:02

호구단자戶口單子

"년령年齡"이라는 용어는 언제부터 사용했으며, 어떨 때 사용했을까?
년령年齡을 ‘나이’라 말하고 사전에서는 "출생出生한 날로부터 오늘까지의 경과經過 기간期間을 연年 또는 연월일年月日로 계산計算한 수數."라 기록하고 있다.
년年은 '해 년, 나이, 때'라고 의미하고 齡은 '나이 령'이라 한다. 이 둘을 합쳐 년령年齡이라 하고 나이라 칭한다.
그러면 년年과 령齡이 각각의 의미로 쓰인 적은 없을까? 조선 중기까지는 年과 齡은 각각 따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조선 말기에 年과 齡이 혼용되기 시작하고 결국 일제강점기에 이 두 글자를 합쳐 년령年齡이라는 조어造語로 탄생하게 된다.
조선 시대에는 남자의 나이를 칭할 때는 년年이라 했고, 여자의 나이를 칭할 때는 령齡이라 구별해서 사용했다. 그 흔적이 남은 용어로 여자女子의 스물 안팎의 꽃다운 나이를 일러 ‘묘령妙齡’이라 표현하는 것이 있다. 여자의 나이에 령齡을 사용한 것을 보면 처음의 세상은 모계사회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본적本籍은 "本[근본 본] + 籍[문서 적]"을 합하여 사전적으로는 "호주戶主를 중심으로 하여 그 집[家]에 속하는 사람의 호적戶籍이 있는 지역."이라 표현한다.
결론적으로 본적本籍이라는 용어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조어造語이다. 
원래 조선시대에는 호구戶口 파악을 목적으로 3년마다 호적戶籍을 작성했는데 이를 일러 "호구단자戶口單子"라 했다.
호구단자戶口單子의 내용을 보면 남자에게는 본本이라 붙이고, 여자는 적籍이라 붙여, 본本과 적籍을 구별하여 사용했다. 
본적本籍이라는 용어가 일본 강점기에 만들어 지면서 가家를 중시하는 일본의 문화가 가문家門을 승계하는 남자 중심의 사회에 사용하는 용어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여자가 결혼을 통해 집안의 주인이 되면 적籍을 바꾸지는 않지만 남자의 본本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여자가 데리고 온 노비는 호구단자戶口單子에 기록되며 그 집안의 재산목록에 들어간다. 

우리나라는 족族의 개념을 집 안에 있는 입[口]으로 생각했고 일본은 가家를 중심 개념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식구食口라 표현하고 일본은 가족家族이라 표현한다. 입은 평등하지만 가는 가부장이 있어야 하는 제도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법률 용어는 일제에 의해 만들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조선시대의 호주戶主는 할머니 였고 남자는 허우대의 역활을 했는데 호적戶籍이라는 용어를 보면 여성 중심의 식구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말에 '호본戶本'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사전적 의미의 본적本籍은 일제를 거치며 생긴 정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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