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두 집에서 살고 있으며 자기 이름의 집이던 세를 얻어 살고 있던 그곳에 지속적으로 살고 있는 동안에는 그 공간空間의 주인主人이 된다. 우리나라 어느 집이나 땅도 국가가 관리하는 영역이고 그 관리의 영역에는 일정한 규칙이나 관습법에 의한 명칭이 존재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건물의 이름과 지번의 이름 둘 다 존재한다. 그러나 땅 이름이나 건물 이름은 국가가 부여하는 관리 대상의 이름으로 개인의 의식이나 생명력을 담은 고유한 영역이 아니다. 즉 창원시 성산구 중앙대로 151이라는 건물 이름과 땅 이름인 용호동 1이 함께 존재한다. 그런데 이곳의 고유한 이름 즉 고유명사는 ’창원시청‘이다. 창원시청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의미를 담은 생명력 넘치는 건물이 되며 그 건물 자체가 새로운 의미를 창조한다.
이제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어떠한가?
국가의 관리 명칭 외에 자신의 영역이라는 이름이 존재 하는가?
사람이라는 존재는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이 지구에서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존재이고, 죽어서도 세상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때까지 하나의 위대한 생명력을 가진 영적 존재로서 존중받는 존재인데 그러한 존재가 자신의 고유한 영역인 집에 고유명사가 없다는 것은, 그 집에 사는 사람에게는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뜻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대문 앞에 문패門牌라 하여 이름을 조그마하게 붙이는데 이는 자신을 형편없는 소인배로 인식하라는 국가의 야비한 속내가 숨어 있는 것이다.
국가는 허구이고 국가의 주인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이는 왕국이나 제국이 아닌 공화국에 사는 사람의 권리이며 의무이다. 일정한 영토 안에 살고 있는 개개인의 힘은 미약하나 주인이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평등한 법이라는 규정을 만들어 뭉치면 그 무리의 힘은 능히 세계를 제패制霸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집이라는 건물에 누구나 부를 수 있고 나의 영역이라는 표식이 되는 의미를 담은 생명력 있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 많은 사람들의 거주 공간이 아파트인데 아파트도 이름이 있듯이 자신의 집은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선조들은 이름을 소중히 여기는 관념으로 성인이 된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없어 타인이 부를 수 있는 칭호稱號가 필요하여 자字를 지었다. 자字는 이름과 연관이 되게 지었다. 그러니 누구나 허물없이 부르지 못했기에 허물없이 부르는 이름을 지었는데 이를 호號라 말한다.
호號는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고자 함에서 나타났으며 서재書齋나 정자, 별장, 주거, 출생지 등에서 따와 붙이는 경우가 많으며 그 사람의 성격, 처지, 용모容貌 등에서 따기도 했다. 불교에서의 법명法名도 넓은 의미에서 호號이다. 호는 지위고하地位高下나 성별性別이 가리지 않고 부르는 이름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 건축에는 계급대로 이름이 붙는데 전당합각殿堂闔閣 재헌루정齋軒樓亭이 서열序列이다. 대체로 전당합각殿堂闔閣은 궁궐이나 종교의 건물에 사용하고, 재헌루정齋軒樓亭은 일반적인 건물의 이름에 붙인다.
그러나 옥호屋號는 당재헌堂齋軒 등 높여 부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창원의집 옥호는 성퇴헌省退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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