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기록/책과 기록

乎乎臺詩集 호호대시집

천부인권 2024. 2. 29. 21:31

 

『乎乎臺詩集 호호대시집』은 의령에 살던 김장곤金長坤이 함안 삼태동三台洞에 이사와 살면서 1952년(壬辰年) 6명의 선비들과 풍욕계風浴稧을 맺고, 호호대乎乎臺¹⁾에서 회포를 풀면서 시회詩會를 열어 참석한 142명의 시詩를 모아 발행한 접장본 책이다.
권두에 소명少溟 배문준裵文準(1905~1984)의 서序를 싣고, 호호乎乎 김장곤金長坤의 호호대기乎乎臺記 부쳤으며, 겸산兼山 홍상무洪象武의 풍욕계서風浴稧序와 풍욕계안風浴稧案을 실은 후 목차를 달았다. 책의 말미에는 은진恩津 송기영宋基永과 담양潭陽 전항수田恒秀의 발跋을 부쳤다.
책은 노루지 접장본으로 전체는 한문으로 이루어졌고 크기는 가로 189cm, 세로 254cm이며 62p이다. 이 책은 2024년 2월 마산헌책서점에서 만원에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

【주석】
호호대乎乎臺¹⁾ : <<논어>> [선진先進]편에서 증점曾點과의 대화 중, 증점은 자신의 꿈이 “莫春者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風乎舞雩 詠而歸 늦은 봄에 봄옷이 지어지면 어른 대여섯명, 아이 육칠명과 함께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을 쐬고 시나 읊으며 돌아오겠습니다.”라 말하는데 여기에서 ‘浴乎沂風乎舞雩’의 호호乎乎를 차용한 것이다.
 

 

夫人之生 世無一事 做去旡一思營求汲 汲於生活 周邊彶彶 於事物端倪自矜自高 以我之蠡見不知彼蒼之 與我是何 而一生營營而終焉者 滔滔皆是 是何等甚歷人爲乎哉 金君一醒長坤 與我素所熟知友也 身長而秀性仁 而愚寧拙旡巧寧寬旡勵學未矜於深邃 而人不謂之未 學行不務於高尙 而人皆0逸行 是故不揀知與不知皆稱好人其好也 非干譽而然也 非巧媚而然也 非無有中而然也 坦坦平平不尤不死心無惡無暱心雖辨得於毫麓之謬 而面無甭 我之分常欲使人 人反省自求 以歸於俱善之地也 上所謂滔滔皆是之人之比豈能窺管 而五人同志亦其嘉尙也 其不美矣 乎浴乎沂風乎舞雩咏 而歸卽曾晢之言志 而夫子許之者也 君之六人 取而名坮不欲以風浴之事之爲美實知乎風浴之義之爲貴志律身不忘乎 聖人許之之原義而詩以發之和 而贊之豈不爲吾道之一世事也 今君刋 而公之務使人人得 而同歸儘知六人 素修之所念者也 臨刋謬囑其昇文於文準 余雖知非其人而志有所感不辤 而書之以爲序

戊午落梅節

盆城裵文準書

 

무릇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데에 있어, 끝내는 죽음으로 돌아가는 것 외에 진실로 이루는 일이란 거의 없다. 사람들은 한평생 생활을 위해 허덕이고 다투며, 사방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과 사물의 겉모습만 보고서 스스로 뽐내고 자만한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좁은 식견으로는 저 푸른 하늘(운명, 이치)이 나와 어떤 관계인지 알지 못한 채, 그저 한평생을 분주하게 살다가 마침내 생을 마감한다. 이와 같이 살아가는 이들이 세상에 가득하니, 이는 과연 얼마나 헛되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인가!

금군(金君)은 늘 정신이 맑고, 나와는 오랫동안 친밀하게 지내 온 벗이다. 키가 크고 용모가 수려하며, 성품은 어질고 우직하다. 교묘한 재주보다 꾸밈없고 너그러우며, 부지런한 공부보다는 깊이를 자랑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행동은 높고 고결함을 좇지 않았으나, 모두가 그를 인격이 훌륭한 사람이라 칭찬하였다.

그 칭찬은 결코 허영 때문이 아니며, 아첨 때문도 아니고, 속이 비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의 마음은 꾸밈없고 평이하며, 원망하지 않고 악을 품지 않으며, 사람을 가리지 않고 친근함을 베풀 줄 알았다. 비록 사소한 잘못 하나도 분별해낼 정도로 명민했지만, 얼굴에는 거만함이 없었다.

나는 늘 사람들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본래의 선한 상태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세상 사람들 가운데 허덕이며 살아가는 자들에 비하면, 금군과 그의 벗 다섯 사람은 함께 뜻을 두고 수양을 쌓아 온 이들이니, 진실로 아름답고 존귀한 일이다.

목욕하고 바람 쐬며 노래하다가 돌아간다(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는 말은 바로 증점이 자신의 뜻을 표현한 것이며, 공자께서 그를 칭찬한 것이다. 금군과 그의 다섯 벗이 이 말에서 이름을 따와 모임 이름을 짓되, 단지 목욕하고 바람 쐬는 것을 좋게 여겨서가 아니라, 그 뜻이 지닌 참된 의미를 알고, 그것을 삶의 귀한 도리로 삼아 마음을 닦고 몸을 바르게 하며, 성인의 본뜻을 잊지 않겠다는 데에 뜻이 있었다. 그리고 그 뜻을 시로 드러내어 서로 화답하고 찬미하였으니, 어찌 우리의 도를 계승하는 한 시대의 큰일이 아니겠는가.

지금 금군이 이를 간행하여 세상에 알리고자 한 것은, 사람마다 이 뜻을 함께 깨달아 다 함께 선에 이르기를 바란 것이다. 여섯 사람이 평소 수양하며 마음에 품은 뜻이기도 하다.

이 책을 간행하며 내게 서문을 부탁하였는데, 나는 감히 그 뜻을 거절할 수 없었고, 감동하여 붓을 들어 이를 써 두노라.

무오년(1978) 낙매절(3월 초)

분성 배문준 씀

 

 

 

乎乎臺記

咸治之北有槐灘 灘之南有風嶺 嶺之下有村曰 三台洞壬辰秋余自宜寧來寓于 此 洞俗良美人心淳厚 足可與居 而且志合之友有五 曰慶州李子龍 全州崔渭鎭 順興安甲龍 全州李龍善 密陽孫任植 與余相好無間 只恨會合之無所 謀築一臺於嶺麓 名之曰乎乎臺 取曾點風乎 舞雩浴乎沂之義也 每春和秋晴 稧飮于此 或乘暇日 携酒登臨酬酌忘歸 此豈非迢世之樂矣乎責余以記之 余以文拙不可辭畧記如右 而刻于片石 以徵江湖故事云甭
庚戌 冬至節

金海 金長坤識

 

 

호호대기

함안의 중심 치소에서 북쪽에 괴탄(槐灘)이 있고, 괴탄의 남쪽에는 풍령(風嶺)이 있으며, 그 아래에 삼태동(三台洞)이라는 마을이 있다. 임진년 가을에 내가 의령에서 이곳으로 와서 잠시 머물렀는데, 이 마을은 풍속이 아름답고 사람들의 마음이 순후하여 함께 살기에 족하였다. 게다가 뜻이 맞는 친구 다섯이 있었으니, 경주 이자룡, 전주 최위진, 순흥 안갑룡, 전주 이룡선, 밀양 손임식이었다. 그들과 나의 우정은 막힘이 없었으나, 다만 모일 만한 장소가 없어 아쉬워하였다.

그래서 함께 계획하여 고개의 자락에 대()를 하나 짓고, 이름을 호호대(乎乎臺)’라 하였는데, 이는 옛 성현 증점(曾點)이 말한 "바람을 쐬며 무우에서 놀고, 기쁨에 겨워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겠다"는 뜻을 본받은 것이다.

해마다 봄날의 화창한 날이나 가을의 맑은 날이면 이곳에 모여 잔치를 벌였고, 혹은 한가한 날에 술병을 들고 올라가 경치를 감상하며 술잔을 주고받다 돌아가는 것도 잊곤 하였다. 이것이 어찌 먼 옛날의 즐거움과 다르겠는가?

친구들이 나에게 기문을 부탁하였는데, 내가 문장이 졸하나 마지못해 사양하지 않고 대략 이와 같이 적어, 돌에 새겨 후세에 강호의 일화로 남기고자 한다.
197012

김해 김장곤 쓰다

 

 

 

崔益根 馬山龍洞

六豪隨暇陟斯坮 여섯 벗이 틈을 내어 이 누대에 오르니,

盡滌塵衿帶月廻 세상 시름 모두 씻고 달빛 속에 돌아가네.

馬峀嵬容千丈屹 무학산의 높은 봉우리(馬峀) 천 길이나 우뚝 솟았고,

楓江佳景四時開 앞 강의 아름다운 경치는 사계절 내내 펼쳐지네.

台村急雨聲浮檻 누대 아래 마을의 소나기 소리는 난간에 스며들고,

風麓濃陰影滿杯 바람 부는 산기슭 짙은 그늘은 술잔에 가득하네.

同樂神精深又密 함께 즐기는 이 마음 깊고도 그윽하니,

應和此跡永修來 마땅히 이 자취를 길이길이 닦아 이어가세.

 

又 快堂 安周鎬 馬山市退村洞八二九

六人共力築斯臺 여섯 사람 힘을 합쳐 이 누대를 지으니,

環坐良宵萬念開 둘러앉은 좋은 밤에 온갖 시름 사라지네.

馬峀風清排詩興 무학산 맑은 바람은 시상(詩想)을 불러일으키고,

楓江水活思情杯 앞 강 살아있는 물결은 정감(情感)의 술잔을 채우네.

心中常照天中月 마음속엔 하늘의 달이 늘 비추는 듯하고,

肓裡堅持雪裡梅 가슴속엔 눈 속의 매화 같은 지조를 굳게 지키네.

叔世豈無趍正者 어지러운 세상에 어찌 바른길 가는 이 없으랴,

應知悅樂會同來 이 기쁨과 즐거움 함께하러 올 줄 응당 알리라.

 

又 松軒 裵益彬 馬山市木洞三

六人努力築斯坮 여섯 사람이 힘을 합쳐 이 대()를 세웠고,

携上淸宵萬景開 맑은 밤하늘 아래 함께 올라 만가지 경치를 펼쳤도다.

東望岳樓危狀寄 동쪽을 보니 악루(岳樓)의 위태한 형상이 마음을 일으키고,

北看灘口亂波來 북쪽을 바라보면 여울 어귀에서 거센 물결이 몰려오네.

世騷不入詩吟席 세속의 소란은 이 시 짓는 자리에 들어오지 못하고,

逸興尤排唱勧杯 한가로운 흥취가 넘쳐나 더욱 노래하고 술잔을 권하네.

正是高人遊賞地 참으로 고상한 인물이 유람하고 즐기기 좋은 곳이니,

年年留待此期回 해마다 이 시기를 기다리며 다시 오고 싶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