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사지 석장승(靈隱寺址 石長丞)을 보기위해 백전면 운산마을을 지나 대방마을 입구 들녘을 지날 때 벼가 익어 누런 벌판 길가에 요즘 만든 돌비각이 하나 있어 그냥 지났습니다. 상연대와 석장승을 둘러보고 나오다 황금벌판이 하도 멋져 차를 세우고 비석을 보았습니다.
2009년 3월에 새로 만든 돌 비각만 아니라면 그냥 초라한 비석일 것입니다. 공참봉 기헌 선덕불망비(孔參奉 沂憲 善德不忘碑)라 새긴 이 비는 대방마을에 살았던 곡부공씨 기헌의 불망비로 그의 부인 밀양박씨는 효부표창을 두 번씩이나 받았고 본인은 재산을 들어내어 과객과 걸인에게 밥을 주고 옷을 주었으며 가난한 이웃을 구제하여 살아있는 부처라 칭송받았다 합니다.
1872년 걸인들이 동냥한 돈을 모아 공기헌의 덕행과 규휼정신을 본받아 사람이 사는 세상의 훈훈한 정서를 후세에 전하고자 이 비를 세웠다 합니다. 걸인들이 오늘 동냥한 재물로 오늘 하루 굶주린 허기를 채우기도 힘든데, 그것을 모아 비석을 세웠다하니 갸륵한 정신이 하늘을 감동시켜 만들었나 봅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를 부끄럽게 하기에 충분한 정말 작은 비석 하나입니다.
백운산 자락 아래 가난한 마을에서
자기보다 더 가난하여 허기진 이들을 위해
없는 양식 보태주는 어진이가 살았다 합니다.
은덕을 받은 걸인들이 허기진 배를 졸라매고
동냥한 재물을 모우고 모아
초라한 작은 비석을 세워 그의 뜻을 후세에 전합니다.
오늘날 누가 있어 이 갸륵한 정성을 알아줄까 만은
하늘은 감동하여 금석문을 새겼고
이 비석이 풍화하여 사라지는 5,000년 동안 그 뜻을 이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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