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야생화-풀

똑딱이로 담은 용추계곡 봄 풍경

천부인권 2010. 3. 1. 12:23

 

 

 

정말 오랜만에 용추계곡을 가 보았습니다. 5년간 일주일에 2회 이상 다니던 용추계곡을 작년 9월 20일 이후로 한번도 가지 않다가 오늘 처음 용추계곡을 가 보았습니다. 용추계곡을 가지 않게 된 것은 무자비한 사람들의 손으로 인해 식물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고 아름답던 계곡이 황폐화 되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런 현상을 바라만 보아야하는 내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에 차라리 가지 않으면 보지 않을 것이고, 보지 않으면 관심도 사라질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곳을 오늘 다시 간 것은 봄이 되었고 또다시 사람들의 거친 손길로 인해 용추계곡에서는 멸종하는 식물들이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26일 내린 비로 인해 계곡에는 물 흐르는 소리가 생동감을 더하고 따스한 봄볕에 하루 종일 많은 등산객들이 용추계곡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야생화들이 그 고운자태를 드러내어 묻 사람들의 심성을 흔들고 봄바람에 그 향기를 실어 온 산야에 봄이 왔음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계곡입구에서부터 물이 흐르고 대지는 촉촉이 젖어 그 기운을 받아 노루귀가 활짝 피어 앙증맞은 모습을 드러내며 진사들을 불러들입니다. 꼭 벌이 꿀을 찾아 꽃으로 모이듯이 자연의 신비한 생태리듬을 따라 사람들이 그 아름다운 꽃들을 찾아 모여 듭니다.

 

카메라가 서울 병원으로 후송을 가게 되어 처음 용추계곡을 드나들 때 사용했던 똑딱이를 가지고 갔습니다. 무거운 카메라에 비해 똑딱이는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쓱~ 꺼 내에 셔터만 누르면 사진으로 남겨지니 이런 저런 생각할 것 없이 구도만 잡으면 끝입니다.

 

 

 

 

우주의 시계는 어김없이 봄을 오게 하고 꽃을 피우고 새싹을 돋게 합니다. 노루귀 옆에는 어느새 현호색이 개화를 시작했습니다. 보라빛깔을 뽐내며 멋진 고깔모자처럼 생긴 자태를 드러냅니다.

 

 

 

 

흰노루귀는 분홍노루귀 속에서 가끔 하나씩 보입니다. 하얀 솜털을 줄기에 달고 봄바람이 간지럽다고 몸을 흔들어 댑니다. 똑딱이로 접사를 시도 했습니다. 햇빛에 반사되는 부분이 펄을 바른 것처럼 빤짝입니다.


 

 

 

노루귀 옆에는 가을을 기다리는 ‘투구꽃’ 새싹이 돋아나 있어 찍어 두었습니다. 이렇게 귀엽지만 사람을 죽이는 사약의 재료가 되는 ‘초오’ ‘부자’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식물입니다. 가을에 이 꽃을 만나면 홀딱 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름다운 보라색에 장군이 전쟁에 나갈 때 쓰는 투구모양을 하고 있어 꽃의 모양이 특이하기도 합니다.


 

 

 

한껏 물이 올라 봉우리를 갈라 이제 개화를 기다리는 ‘생강나무’는 파란하늘을 이고 자기 세상이 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생강나무’의 꽃은 잘 따서 그늘에 말린 후 ‘꽃차’로 이용하면 그 향기와 모양이 찻잔에서 다시 한번 피어납니다. 그리고 골다공증을 예방까지 해주는 효능이 있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소중한 식물이기도 합니다.


 

 

 

흐르는 물속에 바위를 뚫고 남산제비꽃도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산제비꽃은 잎의 모양도 특이하고 향기가 여인의 분 냄새와 흡사하여 꽃이 피면 남정내의 마음을 흔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식물입니다.


 

 

 

물가 한켠에는 ‘애기괭이눈’이 씩씩하게 자리를 하였습니다. 아직 완전하게 눈을 뜨지 않았지만 하나는 눈을 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용추계곡를 오르다 흙이 무너진 곳에 겨우 바늘정도 크기의 노란 덩이에 투명한 싹을 내고 있는 식물을 발견하여 사진으로 남겨 보았습니다. 아마도 ‘꿩의바람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올라가게 되면 사람들의 등산화에 밟혀 죽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지만 이름을 알게 될 것입니다.

 

 

 

 

버드나무는 솜털을 새워 서서히 꽃을 피울 준비가 다 되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식물들에게는 속일 수 없는 본능이 계절이라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괭이눈’도 눈을 뜨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이제 용추계곡은 화려한 꽃밭이 되어 뭍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것입니다. 우리 집 화단이 저는 용추계곡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 화려한 꽃들이 지천인 화단이 사람들로 인해 많이 훼손이 되었고 멸종하는 식물들이 늘어나 더 많은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여기 까지가 똑딱이로 바라본 용추계곡의 모습입니다. 아름다운 계곡이 우리 세대에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도 고스란히 물려질 수 있도록 우리들이 마음을 바꾼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더 이상의 개발도 하지 말고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 그냥 그렇게 그 곳을 묵묵히 변함 없이 그렇게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