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들/여행 이야기

진해 행암동에 전해오는 전설 하나

천부인권 2011. 2. 6. 20:47

 

 

행암(行岩)이라는 지명 이름을 듣고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마을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랐다. 행암을 우리말로 부르면 ‘갈바위’가 된다. 바위가 움직였다는 뜻이다. 이번에 농협중앙회경남지역본부가 발행한「경남전설을 찾아서」라는 책을 보면서 행암동의 지명이 생긴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지금은 창원시 진해구 행암동으로 불리지만 오랫동안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낚시꾼들에게는 출항지이고 인근의 주민들에게는 언제나 부담 없이 낚싯대를 메고 가서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는 동네 낚시터의 구실도 하는 곳이다.


이 마을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변변한 터가 없지만 4B공장이 세워지기 전에는 꾀 너른 밭을 가지고 있었던 곳이었다. 아마도 ‘소가된 중의 전설’은 그곳에서 생겼던 일인 듯하다. 그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소가된 중 이야기


지금부터 약 사백여년 전 진해시 행암동 골짜기에 정태주라는 사람 내외가 이주하여 산지를 개간하여 밭을 일구고 수수를 심어먹고 살았다. 개간한 밭에는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 그 곳을 지나던 중이 그 바위 위에서 쉬면서 바위 높이만큼 자란 수수를 장난삼아 다베어버렸다.
 중이 절에 돌아가자 노장스님이 불렀다. 노장스님은 중에게 오늘 한 짓을 숨김없이 이야기하라고 다그쳤다. 중은 하는 수 없이 오늘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노장스님은 중에게 말하였다.
 “가난한 농부의 식량을 손실시켰으니 그 죄를 갚아야 한다. 이제부터 소가 되어 그 집을 찾아가서 삼년동안 일을 해주고 다시 오너라.”
 그런 일이 있은 후 하루는 황소 한 마리가 정씨집을 찾아와 가지를 않았다. 소임자를 찾았으나 나타나지 않자 정씨는 황소를 집에서 부리기로 하였다. 그 동안 손으로 일구던 밭을 소의 힘으로 일구니 많은 밭을 일굴 수 있었다.
 그렇게 하여 삼년이 지난 어느 날 정씨집에 있던 소가 간 곳이 없었다.
 그리고 밭에 있던 바위도 없어져버렸는데 정씨가 수소문해보니 바위는 십리나 떨어진 죽곡마을 뒷산으로 옮겨가 있었다. 그래 그 바위를 갈바위(行岩)라고 부른다고 한다.
한편 정씨가 수수를 심었던 골짜기는 수수밭골이라고 한다고 한다.

 

<출처>
제  목 : 「경남전설을 찾아서」
발행처 : 농협중앙회경남지역본부
발행일 : 1997/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