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야생화-나무

물을 푸르게 하는 물푸레나무

천부인권 2013. 7. 3. 06:59

 

 

<2013/7/2 용추계곡 물푸레나무>

 

용추계곡을 오르다 보면 계곡의 물을 따라 물푸레나무가 서식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특히 용추9교 앞에 서있는 커다란 물푸레나무를 만나게 되는데 조금 아래쪽 평상이 있는 맞은편에는 쇠물푸레나무가 있어 비교해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물푸레나무과 물푸레나무속 15종 중 하나인 큰 키 낙엽활엽교목인 물푸레나무의 학명은 Fraxinus rhynchophylla Hance이고, 영문표기는 Korea Ash로 한국이 원산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물푸레라는 이름이 생긴 이유는 껍질이나 잔가지를 물속에 담그고 기다리면 물이 푸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물푸레나무는 주로 따뜻한 곳에서 자라며, 우리나라, 일본, 중국, 만주, 우수리 등지에 분포한다. 꽃은 4∼5월에 피는데 꽃잎이 없고, 열매는 9월에 갈색으로 익는다. 물푸레나무는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가지치기를 싫어한다.

 

 

<2013/6/25 용추계곡 물푸레나무 잎>

 


물푸레나무로 옛날에는 도리깨와 소의 코뚜레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도끼자루 등 농기구를 만드는 최고의 나무로 인식했고, 야구방망이와 스키 등 운동기구를 만드는 곳에 사용하고 있음을 볼 때 그 재질이 치밀하고 강인하며 탄력과 내구성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고려 우왕(禑王) 때 권신(權臣), 임견미(林堅味), 이인임(李仁任), 염흥방(廉興邦) 등이 물푸레나무로 만든 몽둥이로 백성들을 위협하여 재물을 마구 빼앗은 사건이 발생했는데 물푸레나무로 만든 몽둥이가 관아의 공문임을 빗대어 수청목공사(水靑木公事)라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한자로 수청목(水靑木) 혹은 수정목(水精木)이라고 쓴다.

 

 

 


시인들은 물푸레나무에 이런 표현으로 시를 남겼다.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김태정

 

물에 담근 가지가
그물, 파라스름하게 물들인다고 해서
물푸레나무라지요
가지가 물을 파라스름 물들이는 건지
물이 가지를 파라스름 물올리는 건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어스름
어쩌면 물푸레나무는 저 푸른 어스름을
닮았을지 몰라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부끄럽게도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물푸레나무, 그 파라스름한 빛은 어디서 오는 건지
물속에서 물이 오른 물푸레나무
그 파라스름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
물푸레나무 빛이 스며든 물
그 파라스름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빛깔일 것만 같고
또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갖지 못할 빛깔인 것만 같아
어쩌면 나에게
아주 슬픈 빛깔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지가 물을 파라스름 물들이며 잔잔히
물이 가지를 파라스름 물올리며 잔잔히
가난한 연인들이
서로에게 밥을 덜어주듯 다정히
체하지 않게 등도 다독거려주면서
묵언정진 하듯 물빛에 스며든 물푸레나무
그들의 사랑이 부럽습니다.
[출처]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김태정

 

 

 

 


물푸레나무를 보면  

서창원 

 
1.물푸레나무를 보면
고향의 추억을 떠 올릴 수 있어
고마움을 느낀다.

어릴적
얼음판에서 썰매를 타노라면
그는 꼬챙이 박힌 손잡이 되어
내게 즐거움을 더해주고

노오란 고무줄 그에게 묶어
작은 돌 참새 향해
총알같이 달려갈 때도
찌푸림 없이 버텨주어
기막힌 참새맛을 보게 하였다


2.매년 시월이면
고향집 앞마당엔
파란 천막이 펼쳐있었다

물푸레나무로 만든 도리깨로
콩대를 두둘기시던 아버님 곁에서
하얀콩 깜정콩 위에 올라 타
미끄럼 즐기던 추억들

객지에 있으면서
그맘때 쯤 집에 가면
여전히 파란 천막은 펼쳐있었고
어머님은 긴 막대로 깨를 터셨다

객지로 다시 향하는 버스 안의
내 가방 속에는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살짝 찌르고 어머님의 손처럼
반질한 참기름 두 병이 담겨 있었다

요즘도 고향이 그리워 산에 올라
물푸레나무를 마주할 때면
도리깨질 소리가 생생히 들리고

이마에 땀 흘리며
도리깨질 하시던 아버님의 모습이며
섬섬히 나를 챙겨 주시던
아름다운 어머님의 손이 생각난다. 

 

 

<2007/4/26 용추계곡 물푸레나무 꽃>

 

물푸레나무에 대하여 북한에서 펴낸 <동의학사전>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진피(秦皮) //물푸레껍질, 잠피(岑皮), 석단(石檀), 백심목피(白樳木皮)// [본초]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 교목인 물푸레나무(Fraxinus rhynchophylla Hance)의 줄기 또는 가지의 껍질을 말린 것이다. 물푸레나무는 각지의 산기슭과 살골짜기, 개울가에서 자란다. 봄부터 이른 여름 사이에 껍질을 벗겨 겉껍질을 버리고 햇볕에 말린다. 맛은 쓰고 성질은 차다. 간경, 담경, 대장경에 작용한다. 
열을 내리고 습을 없애며 눈을 밝게한다. 간열(肝熱)도 없앤다. 성분 에스쿨린과 에스쿨레틴은 혈압을 높이고 장윤동운동을 억제하며 이뇨작용, 혈액응고억제작용을 나타내고, 에스쿨린은 소염작용을, 에스쿨레틴은 이담작용을 나타낸다. 습열설사, 이질, 대하, 자궁출혈, 장출혈 등에 쓴다. 급성 및 만성 대장염, 세균성이질, 위염, 기관지염 등에도 쓴다. 하루 6~12g을 물로 달이거나 환을 지어 먹는다.

 

 

<2011/4/23 용추계곡 물푸레나무 꽃>

 

물푸레나무는 눈병에 신약(神藥)이다.
눈충혈, 결막염, 트라코마 등 일체의 눈병에는 물푸레나무 껍질을 달여 얇은 가제로 서너 번 걸러 낸 물로 눈을 자주 씻는다. 물푸레나무 껍질에 상처를 내어 수액을 받아 눈을 씻거나 점안하여도 효과는 같다.

 

 

<2007/4/29 용추계곡 물푸레나무>

 

물푸레나무 수액은 눈을 맑게 하고 시력을 도와준다.

늘 이용하면 시력이 좋아지고 온갖 눈병이 예방된다. 백내장이나 녹내장 치료에는 물푸레나무 수액에다 죽염, 야생 꿀이나 5년 이상 묵은 토종꿀을 더하여 얇은 천으로 여러 번 잘 걸러서 눈에 넣는다.
하루 4∼7번씩 꾸준히 점안하면 뜻밖의 좋은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물푸레나무는 통풍 치료에도 신통한 효력이 있다.
물푸레나무 가지를 잘게 썰어서 오래 끓여서 그 물로 찜질을 한다. 이 물을 마시면서 찜질을 함께 하면 효력이 더욱 빠르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치료를 하는 동안 술·생선·담배를 금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개 일 주일쯤이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물푸레나무 껍질 달인 물은 장염·설사에도 효과가 있고 기관지염이나 천식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물푸레나무 껍질 말린 것 35그램을 진하게 달여서 하루에 세 번 마신다. 맛은 약간 쓰다.

 

여성의 냉·대하증에도 물푸레나무를 쓴다.
물푸레나무 껍질을 벗겨서 겉껍질을 긁어내 버리고 파릇한 속껍질만을 모아서 그늘에 말렸다가 가루 내어 하루 세 번 한번에 1찻숟갈씩 더운물에 타서 마신다. 갖가지 여성질환에 효과가 있으며 신장이 나빠 몸이 붓는 데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일본에서는 몸에 문신을 새길 때 이 나무를 쓴다.
물푸레나무 삶은 물로 문신 새길 곳을 닦은 뒤에 자작나무 껍질 태운 그을음으로 무늬를 그리고 바늘이나 칼로 상처를 낸 다음 다시 그을음을 문질러서 입묵시킨다. 이때 상처에서 피가 나면 물푸레나무 삶은 물로 소독과 지혈을 겸했다. 물푸레나무 달인 물로 먹을 갈아 글씨를 쓰면 천 년을 지나도 색이 바래지 않는다고 한다.

 

물푸레나무를 태운 재는 염료로도 귀하게 썼다.
옛날 산 속의 수도승들은 물푸레나무 태운 재를 물에 풀어 옷을 염색했다. 물푸레나무 잿물로 들인 옷은 파르스름한 잿빛인 데다 잘 바래지 않아서 승복으로는 최상품이었다.

 

물푸레나무속(Fraxinus) 15종


계룡쇠물푸레 (Fraxinus sieboldiana var. trijuga Nakai)
광릉물푸레 (Fraxinus rhynchophylla var. densata (Nakai) Y.N.Lee)
구주물푸레 (Fraxinus excelsior L.)
들메나무 (Fraxinus mandshurica Rupr.)
물들메나무 (Fraxinus chiisanensis Nakai)
물푸레나무 (Fraxinus rhynchophylla Hance)
미국물푸레 (Fraxinus americana L.)
민물푸레나무 ( Fraxinus rhynchophylla var. glabrescens Nakai)
백운쇠물푸레 (Fraxinus sieboldiana var. quadrijuga (Nakai) T.B.Lee)
붉은물푸레 (Fraxinus pennsylvanica Marsh.)
쇠나무 (Fraxinus sieboldiana var. serrata Nakai)
쇠물푸레나무 (Fraxinus sieboldiana Blume)
잔물푸레나무 (Fraxinus rhynchophylla var. angusticarpa Nakai ex Handb.)
좀쇠물푸레 (Fraxinus sieboldiana var. angusta Blume)
좁은붉은물푸레 (Fraxinus pennsylvanica var. lanceolata Sa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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