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구 불모산동의 지명을 검색하다가 뜻밖의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내용인즉 용제봉(龍祭峯,723m)에서 흘러 불모산저수지로 모였다가 남천(南川)에 합류하는 계곡상류의 커다란 자연석에 음각으로 건천 각자(乾川 刻字) 및 19명의 이름을 새긴 마애석이 있다는 것이다. 첫날은 창원터널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500m여를 올랐지만 찾지를 못했다. 포기를 하고 내려오면서 이런 글씨가 있는지 오랫동안 불모산동에 살면서 이장을 지내온 친구에게 물으니 창원터널 입구에 있는 불모산교 위쪽으로 오르다 보면 바위에 사람 이름을 새긴 마애석이 있다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창원터널 위에 주차를 하고 작은 개구멍을 통과하여 일제강점기에 견치돌을 얻기 위해 만든 산길을 따라 올랐다. 어제 올랐던 곳까지 가서 다시 계곡을 곡예 하듯 오르다 보니 얼마지 않아 건천각자 및 사람들의 이름을 새긴 마애석(磨崖石)을 만났다.
이 산길을 따라 전봇대가 서있는데 전봇대 번호 41번과 42번 사이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면 이 건천각자를 새긴 바위를 만날 수 있다. 이 바위 아래에는 휴식 공간으로 적당한 소(沼)가 있어 여름에 창원도심의 근교 피서지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곳임을 알게 된다.
커다란 자연암석에 새긴 건천(乾川)이라는 글자는 가로 20cm, 세로 43cm의 암반을 다듬어 글을 새겼고, 사람들의 이름은 가로 92cm, 세로 38cm의 암반을 반듯하게 음각으로 다듬은 후 그 안에 19명의 이름과 날짜를 새겼다.
예부터 이곳을 근치고개, 건천동 등으로 불렀고, 우스게 소리로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근치대학 지게과”에 입학하면 잘 살 수 있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왜 건천이라는 지명이 사용되고 있는지 몰랐는데 이 건천(乾川)각자의 발견으로 우리가 어릴 때 사용했던 명칭의 뜻을 알게 되었다.
창원시 분지 내의 하천은 크게 창원천과 남천이 봉암갯벌에서 만나 마산만으로 들어가는데 창원천의 발원지는 용추계곡의 상류인 비음산이고, 남천의 발원지는 요천(樂川)과 건천(乾川)으로 요천의 발원지는 불모산 계곡의 최상류에 있고, 건천은 용제봉 최상류에서 시작한다.
건천이라는 뜻은 乾=하늘 건+川=내 천으로 하늘이 내린 하천이란 뜻이다. 이 이름은 건천의 발원지인 용제봉(龍祭峯,723m)의 전설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용제봉을 올라보면 동으로는 부산의 다대포가 보이고 북으로는 백월산과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이 보이며, 남으로는 진해만과 거제도가 펼쳐져있고, 서쪽으로는 무학산과 낙남정맥(洛南正脈)의 산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이러한 풍경과 기상은 하늘의 뜻을 살피는 신령스러운 곳이라 예부터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다. 이곳에 조상의 무덤을 만들면 부자가 된다는 전설이 있어 부자가 되기 위해 조상의 뼈를 몰래 묻은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런 일이 생길 때에는 몇 년이고 비가 오지 않아 흉년이 들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원주민들은 이곳에 올라 몰래 숨겨둔 무덤을 찾아서 없애고 기우제를 올렸던 신령스런 산이다.
19명의 이름을 새긴 이 마애석 바닥의 바위에는 山水契員(산수계원)이라는 글씨와 石工(석공) 문태준이라는 한글이 새겨져 있고, 마애석 이름의 끝에 갑자삼월일(甲子三月日; 1924년)이라 적고 있다. 사람들의 이름과 갑자년에 새긴 글이라는 것을 가지고 김해김씨 불모산파의 족보와 맞추어 보니 「金榮坤(김영곤; 1890년생), 金佑坤(김우곤; 1892년생), 金一坤(김일곤; 1903년생)」등의 이름이 확인 되었다. 이들은 모두 족보상으로는 사촌 간이었다.
그 외 金鍾洛(김종락), 李裕準(이유준), 金銘國(김명국), 姜大鳳(강대봉), 李敎禮(이교례), 金禹熙(김우희), 孔岐凰(공기황), 송호구[宋瑚球*], 김운희[金雲熙], 공기황[孔岐凰, 김일곤[金一坤] 등 다수 사람들의 이름은 당시 이 근교에 살았던 사람들로 생각이 들어 각 집안의 족보를 찾아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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