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및 장애관련/장애인관련행사 및 문제

이웃지기와 함께한 일상탈출-동해면, 광도면 해안도로 일주

천부인권 2015. 10. 16. 06:35

 

 

<2015/10/9 고성군 해맞이공원>

 

창원시 봉림동에는 장애인이 많이 모여 살고 있다 보니 자연적으로 소규모의 장애인 모임이 결성 되었다. 장애인들 끼리 서로의 어려움을 껴안고 위로하면서 살아보자는 취지와 서로에게 배움을 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일반적인 계모임 정도의 작은 조직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혼자서는 평상시에 갈 수 없는 곳을 여럿이 함께여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일상을 탈출하듯 시외로 또는 야외로 나들이를 간다. 이번에도 여러 가지 의견과 견해가 있었지만 결국 3대의 차량을 이용하여 고성군 동해면 일주도로를 따라 통영시 광도면 안정사까지 갔다 돌아오는 것으로 의견을 통일했다.

 

 

 

<휠체어는 진입할 수 없는 해맞이공원의 돌계단>

 

 

일상생활과 다른 곳으로의 방문은 장애인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교통편을 확보해야 가능하고 나들이 중간에 발생할 수 있는 생리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가도 살펴야 한다. 또한 일반인들이야 아주 쉬운 일이겠지만 경관이 좋은 곳에 설치되어 있는 시설물에 접근은 가능한가도 살피지 않으면 기껏 용기를 내어 나들이를 가지만 돌아올 때는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 선진국에 진입했고 그 척도가 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생기기 시작했지만 막상 나들이를 해보면 접근 불가능한 시설들로 가득하다. 딱 한번만 생각해보면 사회적 약자들도 사용이 가능할 수 있는데 그 한 번의 생각이 없는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보게 된다.

 

 

 

<해맞이공원에 설치된 간이 화장실은 앞쪽은 계단으로 옆에는 경사로가 되어 있지만 공원에 올라 갈 수가 없다>

 

 

이웃지기일행들은 야외로 나들이 한다는 그것 하나로도 충분히 흥분하고 즐거운 상상력을 발휘하며 오늘 구경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로 한껏 들떠있다. 나들이에 필수품인 김밥과 음료수를 실었고, 보온병에는 뜨거운 물을 담아 야외에서 커피한잔 나눌 수 있게 준비를 하였다.

 

 

 

<장항마을 모습>

 

일상에서의 탈출! 그 설렘을 가득 안고 차량에 탑승을 한다. 그리고 도시여 안녕이라며 웃음을 토해낸다. 어느 듯 진동을 지나 창포만에 진입하면서 차창가로 지나는 바다의 풍경을 만끽하고, 짭쪼롬한 바다 내음에 신나서 허세를 부리는 친구도 등장한다. 누구에게나 과거는 화려했고 행복한 추억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어찌보면 이런 일탈이 있어 삶이 살만한 것 아닐까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진동면 소포리에서 고성군 동해면으로 이어진 동진교를 지나면서 계속해서 펼쳐지는 바다풍경과 작은 포구의 풍경을 마주하면서 꼭꼭 숨겨둔 감성을 드러내는 분들도 생겼다. 때마침 풍경이 좋은 곳에 팔각정 등 시설이 있어 잠시 내려 커피를 한잔하기로 했다. 이곳은 고성군 동해면 내산리 산 50번지로 고성군에서 나들이객들을 위해 꾸며놓은 해맞이공원이다.

공원에는 간이 화장실이 두 개나 있어 사용을 하려고 하니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접근할 수 없도록 계단으로만 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팔각정으로 가는 곳에는 돌계단으로 둘러져 휠체어를 타인이 들지 않고는 접근이 불가능했다. 한곳만 경사로를 만들어 두었다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 곳인데 그런 생각이 없는 시설이다. 결국 전동휠체어를 타고 간 친구는 길가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해맞이공원의 딱 한곳만 경사로를 만들어 주면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고, 팔각정에 접근할 수 있으며, 경관 데크에 진입할 수 있는데 그 시설 하나가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孝子慶州金公諱商權遺蹟碑(효자경주김공휘상권유적비) 외부 모습>

 

잠시의 휴식을 뒤로하고 일주도로를 따라 가니 고성군에서 산업단지라는 이름으로 곳곳에 허가해준 조선소들이 즐비하다. 당장은 조선소가 사람을 먹여 살릴지 몰라도 결국엔 바다가 더 많은 생명을 먹여 살린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조선소들의 난립으로 바다가 점점 죽어가면서 해산물들은 점점 구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孝子慶州金公諱商權遺蹟碑(효자경주김공휘상권유적비)>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장항이라는 마을에 도착을 하니 방파제 곳곳에 낚시꾼들이 진을 치고 있다. 이곳이 고향인 친구가 있어 쉬어 가기로 하고 새롭게 만든 방파제 쪽에 차량을 주차하고 가지고 간 김밥을 먹기로 했다.

마을 입구에는 孝子慶州金公諱商權遺蹟碑(효자경주김공휘상권유적비)’가 세워져 있어 이 길이 옛날에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 길임을 알게 한다.

 

 

 

 

<방파제에서 바라본 장항마을>

 

 

 

<안정사 대웅전>

 

마지막 나들이 목적지인 통영시 광도면 안정사를 방문하였다. 안정사 주차장에서 우리 일행들의 사항을 이야기하고 차량으로 안정사 뒤쪽의 입구까지 올랐으나 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쇠막대로 인해 휠체어는 더 이상 진입할 수 없었다. 결국 걸을 수 있는 사람들만 안정사 경내를 구경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웃지기들은 여러 곳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많은 어려움도 있을 것이고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쉬운 우리들의 모습을 대면하면서 못 본 척 해야 하는 우리들의 이면을 보게 될 것이다.

 

 

 

 

<안정사 명부전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