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보호수와 노거수

창원시 4그루 은행나무 노거수가 내뿜는 가을풍경

천부인권 2015. 11. 13. 05:56




<2015/11/12 창원시의 은행나무>

 

창원시에는 보호수로 지정이 되어 있는 은행나무가 3그루 있고 지정을 받지 못한 한그루의 은행나무가 더 있어 총 4그루의 은행나무 노거수가 있다. 20151112일 수능 시험을 보러가는 아들을 고시장에 대려다 주고 곧장 가을속의 은행나무를 찾아 나섰다. 올해는 다행이 입시추위가 없어 마음은 한결 가볍게 첫 방문지인 우곡사로 향했다.

 





동읍 우곡사 입구에 위치한 창원시에서는 가장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 노거수인 우곡사 은행나무는 이미 노란 잎을 많이 떨군채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첩첩산중에 우뚝 솟은 이 우곡사 은행나무는 우곡사를 창건했다는 무염국사가 심었다는 설이 있으나 나무의 크기나 나이를 짐작해 볼 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나무를 평가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는 가슴높이 둘레는 700cm이고, 나이는 600년 정도이며, 높이는 12m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찰이 사라지는 임진왜란 때에도 훼손되지 않았던 우곡사가 폐허가 된 것에 대해서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어떻게 되었던 우곡사는 사라지고 산중에 홀로 선 커다란 은행나무는 김해와 창원을 잇는 길 위의 표식수로서 역할을 해왔을 것이고, 이후 벼락을 맞아 나무의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을 것이다. 우곡사를 중건했다고 전하는 조선 말기의 부호인 구만호(具萬戶)가 우곡사의 위치를 알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이 은행나무 때문일 것으로 추정 된다.

이 우곡사 은행나무는 나무의 심재부분인 속은 아예 없고 나무 둘레의 판근도 많은 부분이 파손되었지만 그래도 살아남아 그 존재의 가치를 자랑하고 있다.


 


<동정동 은행나무>


두 번째의 방문지로 정한 동정동 은행나무는 옛 창원대도호부의 갓골에 위치한 은행나무 노거수로 주위가 주택과 고속도로로 인해 어수선한 모습이다. 그리고 방문한 날에는 도로공사가 한창이라 마을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골목길을 걸어서 들어갔다.


 



동정동 은행나무는 19821110일에 번호 12-4-2-1의 보호수로 지정이 되어 있으며, 가슴높이 둘레를 창원시는 620cm로 기록했지만 이는 오류가 있는 모습이다. 이 은행나무를 보면 뿌리 부분에서 두 그루의 줄기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무의 줄기가 떨어진 160cm 높이에서 각각의 둘레를 재어 보니 원줄기는 490cm이고, 도장지는 310cm이다. 이 동정동 은행나무의 나이는 300년 정도이고, 높이는 21m이다. 따라서 전체적 성장과정을 생각해 볼 때 창원시에서 3번째로 큰 은행나무인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동정동 은행나무는 윗부분은 노랗게 잎이 물들었지만 아래쪽은 아직 푸른빛이 많이 남아 있고 나뭇잎도 떨어진 것이 별로 없는 편이다. 아직도 주위 환경만 좋아진다면 계속해서 성장을 계속할 수 있는 나무로 보여 지며 창원시의 행정적 뒷받침이 많이 필요한 노거수라 생각한다.





이 은행나무가 있는 갓골에는 김녕 김씨 문기공을 배향하는 세한재가 위치하고 있으며, 경상남도 무형문화제 5호로 지정되어 전해오는 문창제놀이의 주인공인 황시헌(黃是憲 : 1606~1636)공이 탄생한 곳이기도 한 유서 깊은 곳이다.




<관해정 앞 은행나무>


셋째 방문지인 마산합포구에 위치한 서원곡 관해정 은행나무로 향했다. 관해정 앞을 지키는 관해정 은행나무는 한강(寒岡) 정구(鄭逑)[1543~1620] 선생의 제자인 미수 허목(許穆, 15951211~ 1682427) 선생이 심은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으며, 원목은 폭풍우로 절단되었으나 1996년 외과 수술을 하여 지금까지 관리해 온다고 한다.





관해정은 회원서원의 부속 정자였으며, 대원군의 서원철폐로 회원서원이 훼철 된 후에도 정자의 형태로 계속 남아 있다 보니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호로 지정 되었다.


 



관해정 입구를 지키는 이 은행나무는 19821110일 관리번호 12-1-1-8-1호 보호수로 지정 되었으나 창원시의 재원은 엉터리로 기록 되어 있어 믿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 은행나무는 미수 허목이 심었다는 것으로만 보호수 지정이 되어야 하는 나무인 것은 맞다. 그러나 원복은 벼락을 맞아 사라졌고 원복을 지키던 도장지들이 다시 자라 지금의 모습을 이루고 있는 나무이다. 은행나무는 총 3그루로 한그루는 독립된 모습이고, 두 그루는 뒤엉켜 있어 모습이 한그루의 나무처럼 보인다. 독립된 한 그루의 가슴높이 둘레는 354cm이고, 두 그루가 한그루처럼 꼭 붙어 있는 두 그루의 가슴높이 둘레는 490cm이다. 높이는 13m이고, 나이는 250년 정도이다. 따라서 창원시 은행나무 노거수 중 4번째의 나무이다.





관해정 은행나무 역시 푸른색이 아직 많이 남아 있고 잎도 거의 떨어진 것이 없는 모습이다. 나무 아래에는 아직도 기도하는 사람들의 흔적인 술병들이 놓여 있고, 두척산을 찾는 등산객들의 쉼터로 애용되는 모습이다. 몇일 후면 이 은행나무도 꽃비 같은 노란 나뭇잎을 휘날릴 것이다.

 




<구 첨두서원 은행나무>


이제 마지막 남은 구 첨두서원 은행나무를 보러 가야할지 망설여졌다. 우곡사 은행나무 말고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 보호수가 아직 단풍이 절정이 아니라 첨두서원 은행나무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번 방문해 보기로 결정하고 밤밭고개를 넘어 내서읍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몇일 전 보았던 감천리 느티나무는 많은 잎이 떨어져 있었다. 먼저 원계리 느티나무를 보러 갔더니 이미 잎은 다 떨어지고 겨울나무 형태로 남아 있었다.





곧장 구 첨두서원이 있던 장소로 옮겨 갔다. 멀리서 보이는 모습이 은행나무의 절경이 무엇인지 알려 주겠다는 듯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이 모습에 반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고, 안면이 있는 지인도 이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이곳에는 백구가 한 마리 있는데 주인이 없어도 사람들이 접근을 하면 짖어 댄다. 그래서 사람들은 은행나무 가까이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무서워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접근을 시도 하면 알게 된다.

은행나무 앞에 도착하여 렌즈를 광각으로 교체하는데 바람이 부니 꽃비 같은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져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한다.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셔터를 눌렀더니 이런 모습의 사진이 되었다.





이 첨두서원 은행나무는 내서읍으로 입향한 노경종 선생이 심었을 것으로 추정이 되며, 은행나무의 나이는 350년으로 추정하고, 가슴높이 둘레는 560cm이며, 높이는 20m이다. 따라서 재원을 볼 때 창원시에서 두 번째로 오래되고 큰 나무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보호수 지정이 되어 있지 않아 창원시의 행정에 아쉬움을 갖게 된다.

 





이 첨두서원 은행나무 역시 벼락을 맞아 큰 가지 하나를 잃었고, 그 결과 줄기의 일부도 썩어가고 있다. 창원시 은행나무 노거수 중에 유주가 보이는 나무는 이 은행나무가 유일하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은행나무의 특성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이런 은행나무는 체계적 관리가 시급한 나무이다. 돌아 나오면서 그 아름다움에 다시 한 번 사진을 남겨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