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28일 봉곡평생교육센터 운영위원들이 통영시의 연대도와 만지도를 탐방하면서 아이디어를 찾아보기로 하고 단합 연수회를 떠났다. 섬 탐방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통영하면 떠오르는 곳을 찾았다. 조선시대 경상도 고성 땅에 설치한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이 있었던 곳이라 하여 통영이라는 지명이 생겼다. 이곳 통영시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는 구국의 영웅이라 칭송하는 이순신장군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많은 사당과 제실이 있지만 오로지 이순신장군 한분만을 배향하는 곳은 이곳 통영 충렬사가 유일한 곳일 것이다.
2017.5.28 명정이라 불리는 일정과 월정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한다.
통영 충렬사 앞에는 경상남도 기념물 제273호로 지정된 명정(明井)이라는 우물이 있다. 이 우물은 일정(日井)이라는 우물과 월정(月井)이라는 우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아래에 수조(水曹)가 길게 만들어져 있다. 이 우물과 마을 이름이 같은 것으로 보아 최초의 우물 설치는 알 수가 없으나 1670년 제51대 김경통제사(金鏡統制使)가 우물을 정비했다는 기록이 있다. 일정(日井)은 충렬사에서 사용하고 월정(月井)은 민가에서 사용했다고 한다.
수조의 물은 아래로 흘러가도록 설계되어 있으나 가믐 때문인지 물이 고인 형태이다 그러나 피라미가 떼를 지어 산다.
명정 입구에는 명정골 우물에 대한 박경리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 나오는 구절이 금석문으로 새겨져 있다.
『충렬사에 이르는 길 양켠에는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줄을 지어 서 있고, 아지랭이가 감도는 봄날 핏빛 같은 꽃을 피운다. 그 길 연변에 명정골 우물이 부부처럼 두 개가 나란히 있었다. 음력 이월 풍신제를 올릴 무렵이면 고을 안의 젊은 각시, 처녀들이 정화수를 길어내느라고 밤이 지새도록 지분내음을 풍기며 득실거린다.』
명정을 나온 일행들은 백석(1912~1996)의 시비가 서있는 충렬사광장교차로 한켠에 마련된 작은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모두 백석이 사랑했던 당시 이화여고 학생이었던 박경란이라는 분을 만나기 위해 이곳 통영 명정리까지 왔다가 만나지 못하고 충렬사 계단에 앉아 지었다는 시를 읽어 보았다.
통영(統營)
구마산의 선창에선 조아하는사람이 울며날이는배에 올라서오는 물길이반날 갓나는고당은 갓갓기도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조코
파래에 아개비에 호루기의 젓갈이조코
새벽녘의거리엔 쾅쾅 북이울고
밤새ㅅ것 바다에선 뿡뿡 배가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십흔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안간 대구를말리는곳
황화장사령감이 일본말을 잘도하는곳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한테 시집을가고십허한다는곳
산넘어로가는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錦)이라든이갓고
내가들은 마산객주집의 어린딸은 난(蘭)이라는이갓고
난(蘭)이라는이가 명정골에산다든데
명정골은 산을넘어 동백나무푸르른 감로가튼물이솟는 명정샘이잇는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깃는처녀며 새악시들가운데 내가조아하는 그이가 잇슬것만갓고
내가조아하는 그이는 푸른가지붉게붉게 동백꼿 피는철엔 타관시집을 갈것만가튼데
긴토시끼고 큰머리언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가는 여인은 평안도서오신듯한데 동백꼿피는철이 그언제요
녯 장수모신 날근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안저서 나는 이저녁 울듯울듯 한산도바다에 뱃사공이되여가며
녕나즌집 담나즌집 마당만노픈집에서 열나흘달을업고 손방아만찟는 내사람을생각한다.
(<남행시초>, <조선일보> 1936. 1. 23)
일행들은 충렬사 방문을 앞두고 백석이 앉아 시를 썼다는 계단에서 각자의 표정으로 계단에 앉아 옛 시인의 사랑 이야기를 회상해 보았다.
겨 을 길 (함대훈) 겨울 길 (백석)
흔들리는 밤안개속을 굽실거리는 안개 속을
달빛이 새여 나온다. 달이 샌다
슬픈 들가에 슬픈 들판에
달빛은 애처럽게 빛난다. 처량한 달빛 흐른다.
單調로운 겨을길을 쓸쓸한 겨울 길을
트로이카가 살과같이 달린다. 살 같이 달리는 뜨로이까,
외마듸 방울소리가 언제나 외 가락 방울 소리
疲勞에지친듯 들린다. 그 딸랑 소리도 내 역겨워.
車夫의 길게빼는 소리엔 말 몰잇군의 기나리 속에
어딘지 親熟한게있다 정다운 소리 들려 온다
遊蕩한것도같고 격한 정의 뒤설렘 같이
마음속에 哀愁같기도하다 가슴에 사모치는 서글픔 같이
불도 검고적은집도없고! 등불도, 컴컴한 초막도 없이
人家없는 遠僻地엔 눈만이있다! 다만 외진 땅, 그리고 눈…
그저만나는것 里程標뿐, 알락달락한 길 표말이
우뚝 우뚝 앞에 나선다.
각급증 슬픔… 來日은 니-나여! 쓸쓸타, 서글퍼… 래일은, 니-나,
내일은 그립은 네게 도라가서 래일은 사랑하는 그대게로 가
暖爐옆에서 모-든걸잊고 난롯가에 모든 것 다 잊고 앉아
너를보고 보고 또 보련다. 한 없이 그대만 그대만 바라볼련다
時計의 指針은 소리를 내이고 시계 바눌은 똑딱거리며
正確히 自己周圍를 돌고 있다 어김없는 제 길을 뱅뱅 돌아 가,
귀찬은 사람들을 멀리떠나서 그제는 시끄러운 사람들 멀리
한밤중에 단두사람 같이있을량이면 깊은 밤을 너와 나 같이 지나자.
아…슬프다 니-나여! 내가는길은 각급도하구나 서글프다 니-나여, 쓸쓸한 이 길
車夫는 조을다가 이제ㄴ숨좇아없네 말 몰잇군 조으노라 말이 없구나,
單調로운방울소리 언제나 외 가락 말 방울 소리
朦朧한달그림자 달에는 안개만 어리였다.
(491-492) (선집: 280)
위 번역시의 원시는 푸시킨의 「겨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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