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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면 사동리 봉래정 기문 鳳來亭 記文

천부인권 2019. 10. 14. 10:16



2016.11.1 진동면 사동리 봉래정 鳳來亭




鳳來亭記[原文]

鎭之爲縣 小如丸而濱於海徼 雖與大都巨邑 勢若遙絶 然往往有山林水石之奇觀  而只欠臺榭之可登臨 故千百載之間 空保堅完 而爲衆目之遺弃 可勝歎哉 縣之西 數弓許 逶迤屈曲 如龍蛇之蜿蜒者 是所謂凰山 巉岩絶壁 矗矗圍立 老檜古松 㭗㭗葱蒨 滾滾寒流 繞出而注于海 足爲畸人逸士 考槃之地 歲甲戌之暮春者  余與同志五六人 風浴于石川 而攀登千仞高岡 緬想曾點捨瑟之趣 曠然有翔鳳之氣像 於是 靜對虞山 彈出南風調一曲 聞韶之鳳 宛然來儀於雲霄之間也 彼金陵之鳳凰坮 高則高矣 晉陽之儀鳳樓 麗則麗矣 何嘗有此等趣味耶 乃呼酒唱酬 不知夕陽之在山 而及其歸也 相與謀曰 盍就此搆一棟 以做吾輩風詠之所乎 乃設契鳩財 閱數個月 有亭翼然 告訖 扁之以鳳來 飮落之日 會中群賢 以余爲同事者 囑而敍之 旣述其實 繼之以詩曰
 凰山南畔水西頭
 勝景曾爲擅此州
 大野橫平恩雨潤
 碧天高逈慶雲浮
 危墟跨石居須靜
 搾逕懸崖步不留
 回憶虞庭來儀日
 韶蕭古韻亘千秋
乙亥重陽鄕 文漢奭記


봉래정¹⁾기 鳳來亭記 [해문-조여 이현호(調汝 李絃浩)]
진해(鎭海)현은 새알처럼 작고 바닷가에 둘러쌓여 있으니, 비록 큰 도읍과는 형세가 매우 다르지만 이따금씩 산림(山林)과 수석(水石)의 기이한 장관이 있다. 그런데 다만 산에 올라가 내려다볼 수 있는 정자가 없었다. 그러므로 천백년 동안 부질없이 견고하고 완전한 상태로 간직되었지만, 여러 사람의 눈에 버려진 바가 되어왔으니, 이루다 탄식할 수 있겠는가!
 현의 서쪽은 수궁(數弓)²⁾쯤 구불구불하게 굴곡진 곳이 마치 용이나 뱀이 꿈틀거리는 것과 같으니, 이곳이 황산(凰山)이라 불리는 곳이다. 황산은 가파른 암석과 끊어진 절벽이 우뚝우뚝하고 굳게 서 있고, 오래된 전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하게 푸르고 우거졌으며, 솟아오르는 차가운 물이 흘러나와 바다로 들어가니, 기인(畸人)³⁾과 일사(逸士)⁴⁾들의 고반(考槃)⁵⁾의 터전이 될 만했다.
갑술년(1934) 모춘(3월)에 내가 동지 대여섯 사람과 함께 석천(石川)에서 풍욕(風浴)⁶⁾하고 천 길이나 되는 높은 언덕을 등반하면서, 아스라이 ‘증점이 비파를 내려놓고 말한 뜻⁷⁾’을 상상해보니 마음이 탁 트여서 봉황이 나는 기상이 있었다. 이에 조용히 우산(虞山)을 마주보고 남풍조(南風調)⁸⁾ 한 곡을 연주하니 소악(韶樂)⁹⁾을 들은 봉황이 분명하게 ‘높은 하늘.¹⁰⁾’의 사이에 와서 춤추는 것 같았다ⁱⁱ⁾.  저 금릉의 봉황대(鳳凰坮)¹²⁾는 높기도 높고, 진양의 의봉루(儀鳳樓)¹³⁾도 아름답기는 아름답지만, 어찌 일찍이 이러한 재미가 있었겠는가!
  마침내 술을 가져오게 하고 창수(唱酬)¹⁴⁾하니, 석양이 서산으로 기울어 내가 돌아가야 하는 줄을 깨닫지 못했다. 서로 함께 의논하기를, “어찌 이곳에다가 정자 한 채를 지어서 우리들이 풍영(風詠)¹⁵⁾하는 장소로 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계를 만들고 돈을 모은 지 몇 달이 지나 나는 듯이 정자를 지었다. 모두에게 알리고 편액을 봉래정(鳳來亭)로 지어서, 잔치하며 낙성하는 날에, 계회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나를 동사자(同事者)로 여겨서, 기문을 적어주기를 부탁하였다. 내기 그 사실을 적은 뒤에 이어서 시(詩)¹⁶⁾를 다음과 같이 지었다.

凰山南畔水西頭 봉산 남쪽가 냇물 서쪽 초입에는
勝景曾爲擅此州 아름다운 경치 일찍부터 이 고을에 있었다네.
大野橫平恩雨潤 가로지른 평평한 한들엔 은혜로운 단비 윤택하고
碧天高逈慶雲浮 높고 아득한 푸른 하늘엔 오색 구름¹⁷⁾ 떠 있구나
危墟跨石居須靜 바위가 버틴 높다란 언덕에선 결국 조용히 쉬지만
搾逕懸崖步不留 낭떠러지에 매달린 좁은 길에선 걸음 멈출 수 없네
回憶虞庭來儀日 우정(虞庭)¹⁸⁾에 봉황이 와서 춤췄던 날을 회상하니
韶蕭古韻亘千秋 소소(韶蕭)¹⁹⁾의 옛스런 운치가 천추토록 뻗치겠구나.

을해년(1935) 중양절(9월 9일) 문한석이 기문을 쓰다.


【주석】
봉래정¹⁾ :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社洞里(진해현 사직단이 있는 동네) 294-32번지. 절벽을 보고 지은 정자로 1923년 이기범 외 22인의 유림들이 학문을 연마하던 곳이다. 편액은 星坡 河東洲(1879-1944)의 글씨. 거제출생. 부친 河濟峰의 추사체를 이어받음. 진동면은 원래 진해현鎭海縣)이었다가 일제강점기 즈음하여 진동으로 바뀌게 되었다.
수궁(數弓)²⁾ : 활쏘는 길이의 두 배의 거리 또는 100보(步) 정도의 거리를 말한다. 참고로 1보는 양걸음을 모두 말하는 것으로 현재 우리가 쓰는 1보는 규보(跬步)-반걸음-을 말한다.
기인(畸人)³⁾ : 세상과 잘 어울리지 못한 채 홀로 외로이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기인이란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해도 하늘과는 서로 짝이 되는 사람이다.[畸人者, 畸於人而侔於天.]”라고 하였다.
일사(逸士)⁴⁾ : 숨어사는 선비를 말한다. 기인과 일사는 모두 은자를 지칭한다.
고반(考槃)⁵⁾ : 은자의 집을 말한다. 《시경》 〈위풍(衛風) 고반(考槃)〉에 “산골 시냇가에서 한가히 소요하나니, 현인의 마음이 넉넉하도다.(考槃在澗 碩人之寬)”라는 말이 나온다.
풍욕(風浴)⁶⁾ : 공자가 제자들에게 각자의 포부를 물었을 때, 증점(曾點)은 “늦봄에 봄옷이 완성되면 어른 대여섯 사람과 아이 예닐곱 사람과 함께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 쐬고 노래하며 돌아오겠다.(莫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고 한데서 자연과 함께 하는 무욕(無慾)의 경지를 말한 다.《論語 先進》
말한 뜻⁷⁾ : 윗 각주 6 참조
남풍조(南風調)⁸⁾ : 순(舜) 임금이 오현금(五絃琴)을 처음으로 만들어 남풍가(南風歌)를 지어 부르면서 “훈훈한 남쪽 바람이여, 우리 백성의 수심을 풀어 주기를. 제때에 부는 남풍이여, 우리 백성의 재산을 늘려 주기를.(南風之薰兮 可以解吾民之慍兮 南風之時兮 可以阜吾民之財兮)”이라고 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禮記 樂記》
소악(韶樂)⁹⁾ : 순임금의 음악을 말한다.
하늘.¹⁰⁾ : 운소(雲霄)’는 높은 하늘이라는 뜻으로, 두보(杜甫)의 시 〈봉증선우경조(奉贈鮮于京兆)〉에 “운소에 지금 벌써 가까우니, 태곤 중에 다시 뉘와 친하리오.(雲霄今已逼, 台袞更誰親?)”라고 하였다. 《全唐詩 卷224 奉贈鮮于京兆》
같았다ⁱⁱ⁾ : 《論語 子罕》편 8장 대주에 “봉(鳳)은 신령스러운 새인데 순(舜)임금 때에 나타나서 춤을 추었고, 문왕(文王) 때에는 기산(岐山)에서 울었다.(鳳 靈鳥, 舜時來儀, 文王時鳴於岐山.)”라 하였고, 《서경(書經)》 〈우서(虞書) 익직(益稷)〉에 이르기를, “소소(簫韶)를 아홉 번 연주하자 봉황이 와서 춤을 춥니다.(簫韶九成, 鳳凰來儀.)”라고 하였다.
봉황대(鳳凰坮)¹²⁾ : 금릉은 현재 남경이다. 이백(李白)의 〈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 에 “봉황대 위에선 일찍이 봉황새가 놀더니, 봉황은 가고 빈 대 앞에 강물만 절로 흐르네. 오나라 궁전의 화초는 오솔길에 묻혀 있고, 진나라 시대 귀인들은 옛 무덤을 이루었구나. 삼산은 푸른 하늘 밖으로 반쯤 떨어져 있고, 두 강물은 백로주에서 중간이 나뉘었네. 이 모두가 뜬구름이 태양을 가린 때문이라, 장안을 볼 수 없어 사람을 시름하게 하누나.(鳳凰臺上鳳凰遊, 鳳去臺空江自流. 吳宮花草埋幽徑, 晉代衣冠成古丘. 三山半落靑天外, 二水中分白鷺洲. 總爲浮雲能蔽日, 長安不見使人愁.)”라고 하였다.
의봉루(儀鳳樓)¹³ : 진양은 중국 산서성(山西省)에 있는 지명으로 그곳에 있던 의봉루를 말하는 듯하다.
창수(唱酬)¹⁴⁾ : 시문(詩文)을 지어 서로 주고받음
풍영(風詠)¹⁵⁾ : 윗 각주 6 참조
시(詩)¹⁶⁾ : 우(尤)평성 운목에 수구입원하였으며, 평기식 7언율시이다. 운자는 頭 州 浮 留 秋이다.
오색 구름¹⁷⁾ : 경운(卿雲)은 경운(慶雲)이라고도 하는데 오색의 채운(彩雲)을 가리킨다. 순 임금 때에 〈남풍가〉를 부르며 천하를 다스려 태평해지니 경성이 나타나고 경운이 일어났는데, 이에 백공들이 〈경운가〉를 불러 칭송하였다고 한다. 《史略 卷1 帝舜有虞氏》
우정(虞庭)¹⁸⁾ : 우정(虞庭)은 우순(虞舜), 즉 순임금의 조정을 가리킨다. 《서경》 〈익직(益稷)〉에 “소소 음악을 아홉 번 연주하니, 봉황새가 날아와 법도에 맞춰 춤을 추었다.〔韶簫九成, 鳳凰來儀.〕”라고 하였다.
소소(韶蕭)¹⁹⁾ : 순임금의 음악을 말한다.





사진으로 보는 옛 진주 의봉루 儀鳳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