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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대성전과 동서무 대성전상량문 大成殿上樑文

천부인권 2020. 6. 22. 06:00

2020.6.17. 성균관 대성전 모습


大成殿上樑文
天未喪斯文。蔚啓邦家之再造。道不墜於地。聿見聖廟之重新。美哉宏規。猗歟盛事。恭惟我朝。當聖祖定鼎之日。首建學宮。及太宗纂祚之初。增新廟宇。坊名崇敎里號興德。占城東之別區。右連華岳左拱駱山。鍾漢陽之秀氣。祀典大備於列聖。祠制丕闡於累朝。逮我聖上。躬精一之傳。任君師之責。橫經問道。屢降汾水之鑾。釋菜臨雍。頻屈峒山之駕。春秋之享朔望之奠。式禮罔愆。俎豆之儀金石之音。有秩斯格。流誦聲於璧水。煽文風於環林。不幸邦運之迍邅。遽見島夷之猖獗。百年宗社之慘。尙忍言哉。三韓文物之休。吁其盡矣。嗟我聖廟之有侐。亦被兵火之俱焚。黌舍荒蕪。寂寞茂草之域。廟貌顚倒。凄涼灰燼之墟。行途悲嗟。士林沾灑。道未嘗一日亡也。豈容斬伐消鑠而使之無。學所以三代共之。宜其修擧振作之不可緩。於是公私協力。遠近齊聲。或倒家財而效誠。或捐官廩而補役。爰因舊而謀始。乃鳩材而僝功。新甫之柏徂倈之松。若鬼輸而神運。公輸之巧魯般之藝。咸督墨而揮斤。粉袍靑襟。爭操版鍤。黃童白叟。競助呼耶。探漢制於前基。計周規於舊典。簷楹爰敞。仰之彌高。棟宇斯隆。取諸大壯。今不煩於程督。功已辦於咄嗟。惟其不華而不奢。所以可長而可久。三都俊士。望門墻而彈冠。八路遺黎。瞻禴祀而揮涕。茲涓吉日。將擧脩樑。因萬古之歡謳。奏六方之嘉祝。
抛梁東。突兀長虹跨半空。天爲吾東調玉燭。太平佳氣鬱蔥蔥。
抛梁西。數仞宮墻望轉迷。夫子文章如可見。碧梧應有鳳來棲。
抛梁南。虛庭松檜挹晴嵐。琴壇萬古瞻如在。群弟長環七十三。
抛梁北。千載斯文賴扶植。從此泮林看聚奎。英才藹藹生王國。
抛梁上。日月昭昭揭天壤。俎豆如今道在斯。斐然狂簡嗟吾黨。
抛梁下。迅掃荒屯開大雅。否極還須見泰來。道之將行亦天也。伏願上梁之後。文猷益煥。景命維新。秋禮冬詩。不墜庠序之敎。家絃戶誦。一變鄒魯之風。槐市增輝。杏壇生色。山河醞釀。育英才於淸朝。天地氤氲。降休祥於泰運。采芹采藻。非但造士於周雍。獻馘獻功。將見騰頌於魯泮。
李廷龜 撰

 

대성전상량문 大成殿上樑文
하늘이 사문(斯文)을 없애지 않으매 국가 중흥의 길이 크게 열렸고 도가 땅에 떨어지지 않으니 이에 성묘(聖廟)의 중창을 보도다. 아름답고 큰 규모요 훌륭하고 성대한 일이로다.
삼가 생각건대, 아조(我朝)는 성조(聖祖)가 개국할 때 맨 먼저 학궁(學宮)을 건립하였으며, 태종(太宗)이 뒤이어 즉위하자 곧바로 묘우(廟宇)를 증축하였다. 그리고 지역 이름은 숭교방(崇敎坊)으로, 마을 이름은 흥덕리(興德里)라 부르고 도성 동쪽 별구(別區)에 학궁을 세웠다. 우측으로는 화악(華岳)과 이어지고 좌측으로는 낙산(駱山)에 마주 보이는 곳으로 한양(漢陽)의 빼어난 기운이 모여 있다. 사전(祀典)이 열성조(列聖祖)에 크게 갖추어졌고 사제(祠制)가 누조(累朝)에 걸쳐 크게 밝아졌다. 우리 성상에 이르러서는 정일(精一)의 전수를 몸소 실천하고 군사(君師)의 책임을 몸소 맡아서 경전을 펴고 도를 물음에 누차 분수(汾水)로 납시었고 석채(釋菜)에 참석하느라 자주 동산(峒山)으로 거둥하였다. 봄가을의 제향(祭享)이며 초하루와 보름의 제전(祭奠)을 예(禮)에 따라 어긋남이 없었고 조두(俎豆)의 제수와 금석(金石)의 음악은 질서정연하였으며, 벽수(璧水)에서는 독서 소리 흘러나오고 괴림(瓌林)에서 문풍(文風)의 바람이 불어왔었지.

불행히도 국운이 좋지 못하여 섬 오랑캐가 창궐하였으니, 백년 종묘사직의 참담한 광경을 차마 말할 수 있으랴. 삼한(三韓)의 아름답던 문물이 안타깝게도 잿더미로 사라졌다. 아, 우리 고요하던 성묘도 병화(兵火)를 입어 모두 소실되니, 학궁은 적막하게 잡초만 무성하고, 묘우는 쓰러져 폐허만 처량히 남았다. 이에 행인들도 슬피 탄식하고 사림(士林)은 눈물을 뿌렸다. 그러나 도는 하루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법, 어찌 그대로 소멸하고 말도록 버려둘 수 있겠는가. 학교는 삼대(三代)에 모두 있었던 것, 의당 보수하고 중건하는 일을 늦추어서는 안 되었다.
이에 공사(公私) 간에 힘을 모으고 원근(遠近)의 사람들이 입을 모아, 혹은 가산(家産)을 털어 성금을 바치고 혹은 녹봉을 내어 경비에 보태었다. 이에 옛터에 건물을 짓기 시작하여 재목을 모으고 공사를 진행하니, 신보산(新甫山)의 잣나무와 조래산(徂徠山)의 소나무를 마치 귀신이 운반하는 듯하고 공수(公輸)의 솜씨와 노반(魯般)의 재주로 모두 먹줄을 긋고 도끼를 휘둘렀으며, 선비들도 다투어 삽을 들었고 아이와 노인들도 함께 성원을 보내었네. 전대의 터에서 한(漢)나라 제도를 고찰하고 옛 전적에서 주(周)나라 규모를 참작하였나니, 처마와 기둥 덩그렇게 솟으매 우러러볼수록 높고 들보와 지붕이 웅장한 것은 대장(大壯)에서 뜻을 취한 것이로다. 공정을 독촉하지 않았는데도 잠깐 사이에 공사를 마쳤으며, 화려하지도 사치하지도 않으니 이 건물 장구히 이어질 수 있으리라. 삼도(三都)의 선비들은 문과 담장을 바라보며 갓의 먼지를 털고 팔도의 백성들은 제례(祭禮)를 우러러보고 눈물을 뿌리도다.

이에 길일(吉日)을 잡아 긴 들보를 올리니 만고의 경사에 육방(六方)의 축복을 노래하노라.
抛梁東 / 들보를 동쪽으로 던져 올리니
突兀長虹跨半空 / 높이 솟은 무지개 반공에 걸렸도다
天爲吾東調玉燭 / 하늘이 우리 동방 위해 옥촉을 비추니
太平佳氣鬱葱葱 / 태평의 좋은 기운 울창하게 서렸도다
抛梁西 / 들보를 서쪽으로 던져 올리니
數仞宮墻望轉迷 / 몇 길 담장 바라볼수록 아득해라
夫子文章如可見 / 부자의 문장을 볼 수 있는 듯하니
碧梧應有鳳來棲 / 벽오동에는 봉황이 날아와 깃들리라
抛梁南 / 들보를 남쪽으로 던져 올리니
虛庭松檜挹淸嵐 / 빈 뜰 솔과 회나무에 맑은 산기운 어렸도다
琴壇萬古瞻如在 / 금단에 계시는 성인 만고에 우러르니
群弟長環七十三 / 일흔세 명의 제자들이 늘 둘러서 있도다
抛梁北 / 들보를 북쪽으로 던져 올리니
千載斯文賴扶植 / 천재의 사문이 이에 힘입어 서도다
從此泮林看聚奎 / 이제부터 반궁 숲에 취규를 보리니
英才藹藹生王國 / 많은 영재들이 이 나라에 태어나리라
抛梁上 / 들보를 위로 던져 올리니
日月昭昭揭天壤 / 해와 달이 천지에 환히 떠 있도다
俎豆如今道在斯 / 조두의 도가 지금 여기에 있으니
斐然狂簡嗟吾黨 / 비연 광간이라 오당을 탄식하노라
抛梁下 / 들보를 아래로 던져 내리니
迅掃荒屯開大雅 / 답답하던 운수 쓸어내고 대아를 열도다
否極還須見泰來 / 비색이 극도에 이르면 다시 태평이 오느니
道之將行亦天也 / 도가 행해지는 것은 역시 하늘의 뜻이로다

삼가 바라건대, 상량한 뒤 문헌이 더욱 빛나고 경명(景命)이 새로워지며, 춘추(春秋)로 경서(經書)를 부지런히 익혀 상서(庠序)의 가르침을 실추하지 않으며, 집집마다 글을 읽어 추로(鄒魯)의 기풍으로 변하며, 괴시(槐市)에는 더욱 광휘가 일고 행단(杏壇)에는 더욱 광채가 나며, 산하(山河)에 서린 기운이 청명(淸明)한 조정에 영재(英才)를 낳고 천지(天地)에 가득한 기운이 태평한 운세에 상서(祥瑞)를 내려, 미나리를 뜯고 마름을 뜯어 주(周)나라 벽옹(辟雍)에서 선비를 양성할 뿐 아니라 적의 포로를 바치는 전공(戰功)에 노(魯)나라 반수(泮水)에서 칭송의 노래 부르게 되기를.
이정귀李廷龜 짓다.

 

2020.6.17. 성균관 대성전 동무


【고전원문-무명자집-無名子集 詩稿 册二 / 泮中雜詠。二百二十首】 에는 아래와 같은 기록이 있다.
殿內,大聖位主壁,顔、曾、思、孟四聖位,在大聖位前,東西相對。又殿內東西從享,各依東西壁,列享十哲及宋朝六賢,分排各八位。東廡五十五位、西廡五十四位,分享群弟子及歷代儒賢及我國歷代儒賢。

 

대성전(大成殿) 안에는 공자의 신위가 주벽(主壁)에 모셔져 있고, 안자(顔子)ㆍ증자(曾子)ㆍ자사(子思)ㆍ맹자(孟子) 등 사성(四聖)의 신위가 공자의 신위 앞에 동ㆍ서로 마주하여 모셔져 있다. 또 대성전 안의 동ㆍ서에 종향(從享)된 신위들이 각기 동벽(東壁)ㆍ서벽(西壁)에 의지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공문십철(孔門十哲)과 송조육현(宋朝六賢)을 모시되 양쪽으로 각 8위씩 나누어 배치하였다. 동무(東廡)는 55위, 서무(西廡)는 54위로, 공자의 뭇 제자들과 역대의 유현(儒賢) 및 우리나라의 역대 유현들을 나누어 배향하였다.

 

大成殿在倫堂前 / 대성전은 명륜당 앞에 있는데
夫子顔曾宛後先 / 공자님 안자 증자 앞뒤로 모시었네
東西從享東西廡 / 동ㆍ서벽의 종향위와 동무와 서무에도
俎豆長存萬億年 / 제향이 오래도록 억만년 이어지리

 

聖殿殿庭東廡前 / 대성전 뜨락의 동무(東廡) 앞에는
屹然碑閣杏陰邊 / 은행나무 곁에 비각(碑閣)이 우뚝한데
龜頭鳳篆無刓缺 / 귀부(龜趺)와 두전(頭篆)이 모두 온전하고
絶妙月沙筆下篇 / 월사(月沙)의 음기(陰記)가 절묘하네

 

성균관 대성전 서무 모습

출처 및 참조
한국고전종합DB-한국문집총간-월사집-月沙先生集卷之四十一 / 大成殿上樑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