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북면 추곡리 123-2(내추길 1)에는 해주오씨의 재실齋室인 농은정農隱亭이 있다. 어은부군漁隱府君의 막내동생인 농은공農隱公 국명國命 이곳에 거주하므로서 세거지世居地가 되었다. 광려산이 서쪽 자락을 깊숙이 연 곳에 자리한 내추內秋마을은 마을에 일이 없고서는 갈 일이 없는 산골짝이다. 마을 입구에는 추곡저수지가 자리하고 있어 한적하지만 경관이 좋은 곳이다.
농은정農隱亭의 대문에는 숭덕문崇德門이라 편액했고 4기둥에는 주련을 달았으며 내부에는 농은정기農隱亭記와 농은정상량문農隱亭上樑文 및 원운과 차운시 3편도 있다.
農隱亭記
余嘗聞停者停之義也 凡人之停 留有若山水之渟 聚而山水之渟也 自有靈境人之停也 必有遺蹟理勢之固然也 而必地得其人人得其地然後 乃可以名於世而傳於後矣 人地相得兩宜者 昔我族先祖 農隱公諱國命 是己盖公 卽我八世祖 漁隱府君之季弟也 昆弟四人生長於湖之珍 山俱有篤孝至 行養生事死志物備極屢 有神異感應 無愧於古之王孟 鄕里時人一辭咸稱 推之以孝子矣 際値丙丁胡燮仲季二公挈家而南 各從其林壑之適 趣仲居丹邱季居鎭海 嘗自號曰 農隱者 盖取其居於秋谷 而田家有秋之義也 出耕入讀徜徉於 阡陌之間 囂囂自適不之世之滄桑老之將至 而德行文學 蔚爲當世儕友所 推重距其時 則代歷十數世年過三百餘秋矣 雖無參列於軒冕 惜乎其幽光之潛寂伊昔讀書之室 因子姓之弗 振廢壤己久抵國末戊子 春諸仍協謀刱建一亭子於匡廬山下 隅其棟樑之侈 儉不須贊辭 而山水之澄 深允合隱子 藏修之遺 趣嚮所謂人之相宜者亦足 爲今日之符應矣 公之後孫 權煥龍煥 囑余以一言 撰其實余未嘗 登臨於斯 亭然認其歷聽其喩無異於目睹且竊 有所感於先系 故忘拙以記之惟 願僉宗永世守潤俾光先躅 而垂後嗣也
歲乙未復月上浣傍裔喆善謹書
농은정기 農隱亭記
내 일찍 정자란 것은 머무는 뜻으로 들었다. 뭇 사람이 머무는 것은 산과 물이 괴여 모임과 같다 산수가 스스로 신령스런 구역에는 사람이 머무르고 반드시 유적과 자연형세가 있음이 본디부터 그러하였음이라 그 사람을 얻고 사람은 그 땅을 얻은 연후에 가히 이름을 세상이 알고 후인에게 전해짐이라. 사람과 땅을 서로 얻어 두 가지를 좋아한 자는 옛 우리 일가 선조 농은공農隱公으로 이름은 국명國命이다. 대개 공은 나의 8대조로 어은부군漁隱府君의 막내 동생이다. 4형제가 태어나서 자라기를 호수와 좋은 산이 갖추어져 있었고 효심이 두터워 살아 있을 때 봉양함이 지극하였고 세상을 떠난 후 섬김의 뜻으로 석물을 갖춤도 지극하였다. 신神도 기특하게 여겨 감동하였으니 옛 왕맹王孟에 부끄럽지 않았다. 향리는 시시로 사람들이 한마디씩 말로 칭찬했고 효자로 추앙하였다. 마침 병자정축년 호란을 만나 둘째와 넷째 2공이 집안이 기울어저 남쪽으로 각각 숲과 골짜기의 적당한 곳을 취하여 둘째는 단구에 살고 넷째는 진해에 살았다. 일찍 스스로 호를 일컫기를 농은農隱이라 하였다. 대개 그이가 사는 추곡秋谷에 토지와 집이 있어 가을 뜻을 취한 것이다. 나가면 밭갈고 들어오면 글읽고 노님이 밭사이의 길이요 욕심없이 마음 가는대로 유유하게 세상 창상滄桑¹⁾의 변함을 알지 못하고 늙음에 이르러 덕행 문학이 우거져 당세 벗에게 높게 추앙되었다. 그때 지나감이 즉 수십세요 해는 300년이 지났다. 비록 관직의 대열에는 참여하지 못했으나 애석하게 그 그윽한 빛이 잠적하여 저 옛날 독서실도 자손의 부진으로 인해 무너져 폐한지 이미 오래 되었다. 왜 정말 무자년戊子年 봄 모든이의 협의로 인해 광려산 아래 기슭에 한 정자를 창건하고 그 기둥 대들보를 검소하게 꾸미니 모름지기 말을 빌리지 않해도 산수의 맑고 깊고 아름다움이 합해졌고 은자가 학문을 닦음에 취하여 매진하기에 소위 사람과 땅이 서로 마땅한 것은 오늘날에도 하늘에서 부명이 내린데 대한 반응이 피어 역시 만족함이라 공의 후손 권환 용환이 나에게 한마디 글을 부탁하거늘 그실은 내 일찍 이정자에 오른적이 없으나 그 내력을 듣고 알려주는 것이 보는 것과 다름없이 인정되더라 또 가만히 보건데 선조계통에 소감을 잊어버리고 졸열하게 기록하였으니 모든 종원은 길이 대대로 지켜 아름답게 빛난 선조의 자취로 하여금 후손에 드리워 이으세!
을미년 10월 상순
방예 철선 삼가 씀
【주석】
창상滄桑¹⁾ : 세상이 변해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되다.
출처 및 참고
마산문화지-마산문화원/삼덕정판인쇄사(2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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