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들/여행 이야기

다시 찾은 개비리 오솔길

천부인권 2009. 5. 13. 23:02

 

 <찔레 향기 그윽한 개비리 길>

 

다시 찾은 개비리 오솔길


오늘은 내가 반한 개비리 오솔길을 “환경스쿨”회원들에게 소개를 하는 날이다. 경남도청에서 모여 보니 내까지 5명이라 단촐 하게 자동차 한 대에 타고 떠나났다. 국도를 따라가니 녹색의 싱그러움 속으로 달리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남지를 지나 창아지 마을 언덕에 도착하니 낙동강 바람이 우리들을 맞이한다. 개비리 오솔길 초입에 들어서니 찔레꽃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심호흡 한번 하니 가슴에 까지 향기가 가득 들어오는 기분이다.

 

장장목 고문님이 앞장을 서고 회원들이 뒤를 따른다. 숲이 둘러싼 오솔길엔 모처럼 사람 냄새를 맡으려는 듯 휙 하니 바람이 한 줄 분다. 이런 느낌이 좋아 개비리 오솔길을 다시 찾아왔다.

 

  <개비리 오솔길이 신기하다.>

 

전번에 보지 못한 ‘와송(바위솔)’이 바위에 붙어서 자라고 있고, ‘부처손’은 푸른빛을 띠고 있다. 바람개비 모양을 한 ‘마삭줄’꽃이 피어 오솔길은 향기의  나라가 되었고 꽃향기에 취한 “환경스쿨”회원들은 연신 즐거움의 비명을 지른다.

 

  <와송>

 

  <부처손>

 

   <마삭줄(백화등)꽃이 바람개비가 되었다.>

 

어느 듯 공룡 발자국이 있는 개비리 오솔길의 절벽위에 다다랐고 가져간 커피 한 모금을 함께 나눈다. 절벽 위에 서서 낙동강을 굽어보며 달콤한 커피한잔을 즐길 수 있는 이 순간은 “행복”이라는 단어로 다 표현하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 개비리 오솔길 방문을 함께 해주신 “환경스쿨”회원님들의 마음 씀씀이에 고마운 마음을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다.

 

   <공룡발자국이 있는 곳에서 차 한잔>

 

절벽을 타고 오르는 ‘마삭줄꽃’과 여러 가지 사람의 마음을 끄는 볼거리가 회원님들의 시선을 자꾸 잡는다. 한사람 겨우 걸을 수 있는 길옆엔 ‘마삭줄’이 도열을 하고 ‘싸리꽃’도 시샘을 하여 가녀린 바람에도 허리를 흔든다.

 

  <절벽엔 꽃들이 가득하다.>

 

   <마삭줄이 도열한 길 걷고 싶지 않은가?>

 

돌아보는 낙동강엔 모래톱이 생명을 잉태하고 있고, 낙동강 물결은 개비리 오솔길 절벽 아래 암반에 부딪치며 유구한 역사만큼 그렇게 흘러간다. 전번에 보지 못한 양지꽃도 이렇게 피어 시선을 끈다.

 

  <창아지 마을 방향으로 본 낙동강>

 

   <양지꽃이 피었습니다.>

 

맞은편 낙동강 가엔 오늘도 모래를 채취하는 기계소리가 소음을 남긴다. 창아지 마을로 가는 길에 많은 덤퍼트럭이 지나 길래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저 모래 채취 때문에 그렇게 많은 덤퍼트럭이 다니고 있었다.

 

   <모래 채취 모습>

 

비좁은 오솔길에서 4명이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어 보려고 하니 길이 비잡다. 그래도 요렇게 찰칵~~

 

   <낭떨어지 절벽 위에서기념 촬영>

 

어느 듯 빈집이 있는 대나무 숲까지 왔다. 시원한 숲 속에서 잠시 흐르는 땀을 식히고 마지막 남은 커피를 마셨다. 회원들은 용산리 방향으로 계속 개비리 길을 걸어가고 나는 되돌아 나와 차를 몰고 용산리 마을로 다시 찾아 갔다.

 

  <대나무 숲에서 >

 

용산리에서 차를 주차하고 대국밀 밭이 아름답게 펼쳐진 강변을 촬영 해봤다. 남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합수 지점이라 그 경관이 장관이다. 저 멀리 회원들이 도착하고 있다. 밀밭으로 들어가 멋진 포즈로 추억의 사진을 한 장 남기며 오래도록 기억할 하루를 만들고 간다. 트랙터가 밀을 베는 작업을 하러 왔다. 오늘 이후엔 이런 파란 밀밭은 보지 못할 것이다.

 

  <남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곳의 밀밭풍경>

 

  <이제 다시 만났다.>

 

  <낙동강변의 밀밭에서 행복의 날개를 펴다.>

 

   <밀을 수확하는 트랙터>

 

LPG가스를 보충하러 영산면 방향으로 길을 잡고 도천리를 지나 충전소에서 충전을 한 다음 주남저수지로 가는 길을 택하여 낙동강을 따라 호젓한 드라이브를 하면서 옛 임해진이 있던 자리까지 와서「소우정(消憂亭):근심걱정을 떨쳐 버림」도 보고 확 트인 낙동강의 모습도 보았다.

 

   <소우정은 청학로가 있어 낙동강과 만나지 못한다. >

 

여기서 본포로 가는 이 길은 지금은 확장되고 아스콘으로 포장이 되어 별 다른 여흥을 느낄 수 없지만 이 도로확장 공사를 하기 전에는 개비리 오솔길보다 훨씬 아름다운 길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도로의 가장 높은 곳에 “청학로 개설 기념비”가 서있는데, 기념비엔 이렇게 적고 있다.

 

   <임해진 그곳엔 아직도 배가 있다.>

 

청학로 개설 기념비

이 길은 태고에 부곡면 청암리 와 학포리 사이를 잇는 2Km의 낙동강변 천애 절벽으로서 창녕군지에 명승지로 기록된 곳이며 사람의 왕래가 거의 불가능하였으나, 두 마을의 견공들이 오랜 세월 짝을 찾아 오가면서 자연스레 오솔길이 만들어 지게 되었고, 주민들은 겨우 도보로 왕래하는 길이었다.

[개(犬)가 맨 처음 길을 열었다고 하여 부곡면 노리 822번지에 개비(犬碑)가 세워져 있다.] 이렇듯 수백 년 동안 교통 불편을 겪어 오다가 1986년 11월 육군 39사단 1116야전 공병대가 군사작전 훈련용으로 시공하게 되었고, 이에 주민들이 경상남도와 창녕군에 건의하여 예산의 일부를 지원 받았으며, 부곡면민들도 물심양면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민. 관. 군이 합심하여 새마을운동 당시의 정신으로 추진한 힘들었던 사업으로서 그 도로명을 청암리와 학포리의 이름을 빌려 청학로라 하였다.

*군부대시행 공사개요

- 총연장 : 비포장 2Km, 폭 7m(당초 1~3m)

- 공사비 : 군부대 시공 (장비 수용비 포함 약 3억원 정도)

- 공사기간 1986. 11. 16~ 1987. 05. 30(6개월 보름간)

- 준공식 1987. 06. 04 (노리 현지- 주민 다수 참여)

*참여기관 단체장

2008. 01. 30

 

   <청학로 기념비>

 

오늘 “환경스쿨”회원들은『개비리 오솔길』과『청학로』길을 비교하면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개발의 논리로 아름다운 것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보존이 훨씬 많은 이득을 준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되었다.

주남에 도착하여 낙동강 오리알이 아니라『주남오리알』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창원으로 돌아 왔다.

 

개비리 길이 우리를 애타게 부르는 이유

 

아름다운 남지 개비리 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