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기록/문화재 여행

구인사 절집이 이러면 망할 일만 남았다.

천부인권 2009. 8. 3. 21:06

 온달박물관과 온달동굴을 구경하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고자 인근에 있는 구인사를 둘러보기로 하고 올라가니 주차비를 3,000월 달라고 한다. 주차장에서 일주문 입구 가까운 동문당(東文堂)까지 미니버스를 무료로 운행하고 있고, 내려올 때에는 걸어서 와야 한다고 한다.

 

 

<구인사 일주문> 

 

소백산 구인사(小白山 救仁寺)는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으로 상월원각 대조사가 흥법 호국과 구세제중의 염원을 펴기 위해 해방 되던 해인 45년에 소백산 연화지에 사찰을 창건하고 억조창생 구제중생 구인사(億兆蒼生 救濟衆生 救仁寺=수많은 백성, 중생을 구제하는 구인사)라 명명한 것이 구인사의 시초라고 한다.
대한불교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는 누구든지 소원을 빌면 소원이 잘 이루어진다 하여 유명하다. 구인사에 상주하는 스님만 수백 명이고 동시에 5,000명이 숙박할 수 있다 한다.

 

 

 

<비희가 비석을 지고 있다.> 

 

 미니버스를 타고 동문당(東文堂) 앞 주창에서 내려 상당히 가파른 길을 오르니 소백산구인사(小白山救仁寺)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이 나타난다. 일주문을 지나니 커다란 4층 콘크리트 건물이 좌측에 있고 우측에는 멋진 용생구자의 첫째 비희가 비석을 업고 있다. 화강암으로 치장한 천왕문이 외삼문의 역할을 하면서 절 입구임을 알린다. 중앙에 용생구자의 넷째 ‘폐안(狴犴)’이 새겨져 있다.

 

 

 

<철옹성을 연상하는 천왕문> 

 

 

 <용생구자의 네째 폐안> 

 

천왕문을 들어서니 구인사(救仁寺)는 일반적인 가람이 아니라 거대한 콘크리트로 구축한 요새와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과 승복을 입은 보살들이 자신들의 일을 하느라 바삐 움직인다. 가파른 길옆으로는 엄청 큰 콘크리트 빌딩들이 가득 있고, 122억을 들여 공사를 하였다는 빌딩들이 계속 이어져 있다. 세 마리의 코끼리가 삼층석탑을 지고 있고 12신상이 조각된 석탑을 보았다. 이 구인사삼층석탑은 2대 종정 남대충 대종사가 인도 사위성 기원정사에서 친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셔와 봉안했다고 한다.

 

 

 

<돌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웅장한 건물들>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 했다는 구인사 삼층석탑> 

 

 좌우의 집을 건너기 위해 다리가 놓여 있고 그 위에 또 다른 다리가 놓여 있는 등 건물은 아늑함이 아니라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제는 절집이아니라 사람을 콘크리트 속에 가두어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에 갇힌 기분을 준다.
끝임 없이 이어진 콘크리트 집들 속에서 생각을 하는 여유가 사라지고 말았다. 콘크리트에 체색된 단층은 어느덧 악마의 배속에 들어온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아름다운 계곡을 커대한 콘크리트로 덧칠을 하여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욕망이 이 계곡을 깨고 나가 세상을 어지럽힐 것만 같다는 느낌을 나만 느낄까?

 

 

 

<계곡을 가득 채운 건축물> 

 

 

<좌우로 연결하는 다리가 2개나 있다.> 

 

 

<길바닥도 건물도 온통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다.> 

 

 

 

<끝임 없이 이어져온 콘크리트 절집> 

 

 

<이런 모습이 정녕 자연의 이치에 맞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 소백산 깊은 골짜기에서 인간의 심성을 어루만져 줄 종교까지 거대한 콘크리트로 자연을 파괴하고, 돈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힘없고 연약한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 거대한 성곽을 만드는 세상에서 무엇이 진리이고 어떤 것이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가난하고 불쌍한 중생을 구제는 못할망정 욕심이 하늘을 가리는 상황인데, 이쯤 되면 망할 일만 남지 않았겠는가? 
달도 차면 기우는 법,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남의 일이 되기를 바라며 내려오는 길에서 어린 아들에게 겸손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말했는데, 사는 동안 “구인사의 거대함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이제는 산 정상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 그 다음은 하늘에 지을까?> 

 

 

<고통을 모르는 절집 풍경, 석가는 "생즉고"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