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들/여행 이야기

진해루 야경과 맞바꾼 갯벌

천부인권 2009. 10. 12. 08:37

 

 

 
포세이동님의 “야경이 아름다워 데이트하기 좋은 진해루”라는 글을 읽고, 진해루 야경을 찍으러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했다. 그래서 어제는 마창대교를 촬영하려고 삼귀동 해안으로 갔다 . 오늘 봉사활동을 갔다가 일찍 오는 바람에 진해의 해안야경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진해루”로 가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해안으로 바람을 쇠러 나왔고, 자동차도 쉼 없이 해안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때마침 ‘진해 색소폰 동호회’ 회원들이 야간행사를 하고 있어 사람들이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진해루’ 일대의 야경 촬영을 하고 맞은편 오수처리장에 세워져 있는 배 모양의 건물과 거북선 모양의 건물야경도 사진으로 남겼다.


 

 

 

 
이처럼 아름다운 야경이 갯벌의 희생으로 생겨났다는 사실을 알고 이곳의 야경을 즐기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이 해안도로를 따라 해군과 해병대 훈련소가 있는데 이곳도 갯벌을 매립하여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의 갯벌은 커다란 교훈을 주고 있는 곳인데, 정작 진해시민과 진해시청은 어떤 교훈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다. 40여년전 일본의 바닷가 마을에서 맛조개가 멸종하여 전 세계를 뒤져 과거 자신들의 바다갯벌에 서식하던 맛조개와 가장 비슷한 맛조개를 찾은 곳이 바로 이곳 진해만 갯벌이었다.

 

이곳에는 지천에 맛조개가 널려있었고 군사지역이라 인근 주민들도 채취를 못해 더 많은 양의 조개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용감한 주민들은 물때가 맞는 밤에 하수구를 따라 이곳 개벌에 침입하여 잠시 동안 많은 양을 캐어 시장에 내다 팔아 솔솔한 수입을 올렸던 곳이다.

 

이후 이곳 해병대에서 한 달에 하루를 시민들에게 갯벌을 개방하여 진해 사람들은 물론 창원, 마산에 사는 사람들까지 합세하여 갯벌에 사람이 삼 서듯이 빽빽하게 차는 광경을 연출한 곳이기도 하다.

 

 

 

어째거나 일본인들은 이곳의 맛조개을 사들여 자신들의 바다에 뿌렸고 그들은 맛조개 서식지 복원에 성공하여 오늘날 까지 맛있는 맛조개를 먹고 있다. 허나 정작 맛조개의 서식지인 진해만은 아예 매립으로 인해 사라져 버렸고 이곳의 맛조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종종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당신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필수품 중에 자동차가 있는데 없으면 못살 것 같은 물건이지요. 그런데 자동차를 먹을 수 있습니까?” “갯벌은 많은 먹거리를 제공합니다. 언젠가는 먹을 것이 궁해서 조상을 욕하는 후손이 생기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 나만하나?


 

 

 
또 다시 오수처리장이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하였다. 이곳에 있는 거북선 모양의 건물을 찍어 사진으로 남기고 요즘 만들어진 선착장에서 진해시가지를 향해 촬영한 사진도 남겨 본다. 이곳역시 대단위 매립을 한 장소로 개인적으로 잊혀 지지 않는 일이 있어 적어본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쯤 되는 해에 어머님과 이곳 이동갯벌에 조개를 캐러 여러 번 왔었다. 이곳을 오려면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화역에 내려 걸어서 이곳으로 이동을 하였고, 이곳은 ‘이동’이라는 지명으로 불리는 곳이다. 갯벌은 지금 매립된 이곳의 하수 종말 처리장 전체규모 이다. 나는 주로 ‘속’을 잡거나 어머니를 도와 조개를 캐기도 하였다. 어느 날 여기에서 조개를 캐고 있는데 어떤 낚시꾼이 참돔을 낚아 너무나 기분이 좋은지 자랑을 하려고 한손에 참돔을 들고 흔들어 보이다가 놓쳐 버렸다. 그때 그분의 표정이 지금도 이렇게 생생히 기억이 난다. 지금 소죽도 까지 육지가 되었지만 그때는 갯벌 속으로 한참을 걸어서 들어 온 후에 헤엄을 치면 힘들게 도달할 거리였고 다양한 바다생물들의 천국이었다.

 

 

 

 

소죽도도 이제는 예전의 형체를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변해 있다. 요즘도 가끔은 감생이 새끼가 들어와 낚이기도 하지만 잡아서 먹을 만한 고기는 아니다. 오늘도 여기에서 메가리를 낚고 있는 분들을 만났는데, 고기의 크기가 너무 작아 실망했다.

 


 

 

 

바다는 이제 먹거리를 내어 놓는 곳이 아니다. 그렇게 많이 잡히던 고기가 없는 바다가 되어버린 진해만은 누구의 책임으로 이야기해야 할까? 한때는 선창에 칼치가 쌓여 산더미를 연상케 했다고 한다면 여러분들은 믿겠습니까? 옛날 아버지께서 창원으로 오기 전에 이곳에서 어부생활을 하였기에 이런 이야기를 어머님으로부터 듣고 있습니다. 세상 바뀌는 것 진짜 찰라입니다.

 

 

 

 

많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생명의 갯벌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것만큼 우리는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고 행복해져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갯벌을 매립하여 그곳을 사용하는 사람은 몇 사람에 불과하고 그 몇 사람은 많은 이익을 차지하는 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었던 공공재 갯벌은 사라져버려 부가 편중되기 때문에 불행한 사람들이 더 많이 양성이 된다.

 

 

 

 

아름다운 진해야경 즐기며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한 것 같다. 그래도 바다를 끼고 사는 사람들은 바다가 주는 수많은 자원을 잘 이용한다면 굶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