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들/여행 이야기

파도소리에 새벽을 여는 해동용궁사(海東 龍宮寺)

천부인권 2009. 11. 6. 23:36

 

 

 

 

봉림 휴먼시아 공사장에서 들리는 트럭 경적소리에 잠을 깨어 새벽 4시30분경에 공사장을 찾아보고 집으로 가도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바닷가 파도 위에 절을 지었다는 기장 용궁사(龍宮寺)를 찾아 가기로 마음먹고 밤길을 달렸다.

 

네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달려보니 어느새 기장 시랑리에 도착했고 어둠은 여전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니 주차비가 2,000원 이라 하여 주고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는데, 어떤 분이 어둠을 헤치고 길을 재촉하신다. 무작정 따라 가니 동굴을 지나는데 완전히 컴컴하여 겨우 길을 지났다.

 

오늘 따라 가장 추운 날씨이다. 겨울옷으로 입고 왔는데 바닷바람을 맞고 있자니 춥다. 사진기를 들고 있는 손도 시리고 돌이 파도에 휩쓸려 갔다가 부딪히는 소리가 끄러렁 끄렁 그린다.

 

여명이 밝아 오고 조금 있으니 몇 사람이 바닷가에 내려와 부처에 기도를 하더니 파도가 거세게 치는 바닷가로 가서 동해 바다를 향해 한참 기도를 하더니 방생을 하고 간다. 어떤 간절한 소원이 있길래 이 새벽에 바닷바람을 맞으며 기도를 할까? 나도 삼각대를 놓고 여명을 담았다.

 

 

 

 

 

용궁사 앞 바다는 파도가 거칠어 부서지는 포말이 그림이 되겠다 싶어 사진연습 삼아 촬영을 해봤다. 아직 해가 뜨기 직전인데도 상당히 밝은 그림이 나온다. 구름 사이에서 태양이 떠오른다. 남들이 말하는 오메가 같은 모양의 태양을 기대하고 왔는데 결국 그런 그림은 나오지 않는다. 새벽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 기분은 뭔가 뿌듯한 것도 있고 웬지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 질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해가 떠오른 후 용궁사를 대충 구경하고 계단을 따라 올라 왔다. 어두워 보지 못한 것이 지금에서야 잘 보인다. 이 용궁사의 특이한 불상과 탑은 “득남불”과 “교통안전기원탑”이라는 칠층석탑이다. 인간의 오래된 관습 중 하나인 득남이라는 과제와 현대의 골칫거리인 교통사고를 당하지 말라는 뜻으로 만든 석탑이 이 용궁사의 이면을 생각하게 한다.

 

종교가 기업화 되어간다는 느낌은 근래 어떤 절을 가보아도 한결 같은 생각이다. 돈보고 중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인데 돈 앞에 무릅을 꿇고 마는 절집 풍경은 가진 것 없는 내가 마음이 아프다. 어째거나 내일도 해가 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