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들/여행 이야기

산토끼를 보셨나요?

천부인권 2009. 11. 10. 09:23

 

 

 

의령 호미산성을 올라가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쳐다보니 산토끼가 뛰어가고 있었다. 내가 어릴 때에는 마을 뒷산인 창원 계곡산(鷄哭山)에 올라가면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동네에 추수가 끝나고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에 지금은 불법이지만 그때는 토끼고기 한번 먹어볼 요량으로 철사로 덫을 만들어 산토끼가 다니는 길목에 덫을 쳐두면 간혹 한두 마리가 잡혀 친구들과 개울가에 솥을 걸고 삶아 먹기도 하였다.

 

겨울에 눈이 수북하게 쌓여 온 산이 하얗게 바뀌면 친구들을 불러 작대기 하나들고 산토끼를 잡는다고 계곡산(鷄哭山)을 쫓아다니며 뛰어 놀던 기억이 새롭다.

 

산토끼는 앞다리가 짧아 위로는 잘 달리지만 아래로 몰면 달리지 못해 손으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산위에서 아래를 향해 산토끼를 몰아 보지만 번번이 허탕만 치고 말았다. 눈 속을 헤매고 돌아오면 신발이며 옷이 젖어 어머님께 꾸중을 듣고 혼이 나지만 이놈의 산토끼 맛을 아는 입 때문에 잡지 못한 산토끼는 눈앞에 아롱거렸다.

 

멧토끼라고도 하는 산토끼(hare)는 토끼과에 속하는 포유동물로 학명은 Lepus timidus 이다. 집토끼는 굴을 파고 새끼를 낳지만 산토끼는 굴을 파지 않고 새끼를 낳는다. 따라서 집토끼 보다 생존율이 떨어져 요즘은 거의 보이지 않는 점점 귀해가는 동물이 되었다. 성숙한 산토끼는 한해에 두세 번 한 배에 2~6마리의 많은 새끼를 낳아 자신들의 유전자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