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기록/문화재 여행

고성 봉동리 배씨고가(경상남도 민속자료 제16호)

천부인권 2010. 9. 20. 08:28

 

 

 

창원에서 고성을 향해 국도14호 도로를 가다보면 고성 회화면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오는데 좌측에 아치형의 공룡으로 만든 입구로 따라 가다가 고개 마루에서 좌측으로 들어가면 봉동리로 가게 된다. ‘고성 봉동리 배씨고가’는 봉동리 마을회관 앞에 주차를 하고, 왔던 길을 70m쯤 되돌아 나와 우측에 나무묘목을 심어둔 논둑길을 따라가면 마을에서 흘러오는 조그만 개울 건너야 당도한다.


‘고성 봉동리 배씨고가’는 마을과 동떨어져 외딴 가옥을 이루고 초가지붕에 돌담장을 하고 있는데, 집에서 마당을 지나 출입문을 나오면 곧장 개울이다. 담장과 개울축대와의 거리는 60cm정도의 폭으로 되어 있어 술이라도 한잔하고 비틀거리며 집으로 가다가는 개울에 빠지는 일도 있을 법한 구조였다. 따라서 오로지 지게만으로 농사를 짓고, 물건을 운반할 수밖에 없는 그런 초가집이다.


 

 

개울이 대문 앞에 흐르고 뒤쪽은 산이라 마당도 넓지 못했는데, 왜 마을에 집을 짓지 않고 이렇게 좁고 외딴 곳에 집을 지었는지 궁금했다. 가난한 시골 농부가 가진 땅이 여기밖에 없어 이곳에 집을 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주위에 아무도 살지 않는 이처럼 외딴 곳에 집을 짓는 경우는 드물다. 다음에 이집의 후손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이 부분을 물어 보고 싶다.

 

 

 

이곳 안내판에는 이렇게 적어 두었다.


고성 봉동리 배씨고가(固城鳳東里裴氏古家)
경상남도 민속자료 제16호
고성군 회화면 봉동리 1354

 

이 초가는 약200년 전쯤에 지은 것이라 한다. 살림채는 3칸이 안 되는 작은 규모이지만, 살림채를 중심으로 사랑채와 헛간 등 농가에 딸린 건물들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건물은 모두 농사와 관련하여 배치되었다. 사랑채에는 사랑채와 외양간이 붙어 있다. 이것은 가까이에서 가축을 돌보기 위해서 이다. 텃밭 가까이에 있는 헛간에는 창고와 화장실이 있다. 특히 화장실의 인분은 옛날 농경에서 귀중한 거름으로서, 텃밭의 채소 등을 재배하는데 쉽게 이용되었을 것이다. 또 재를 모으는 잿간은 살림채와 멀리 떨어져 대문 밖으로 나있다. 이것은 타다 남은 불씨로 인한 화재 예방과 함께 재를 경작지에 쉽게 운반하여 거름으로 사용하기 위한 지혜이다.
살림채는 두개의 방과 부엌으로 이루어져 남부지방의 일반 농가와 유사하다. 다만 방과 부엌이 ‘ㅡ’자형이 아닌 ‘ㄱ'자형을 이룬 것이 특징이다. 특히 부엌부분을 반으로 나누어 앞에는 부엌을 뒤에는 방을 만들었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하나의 아궁이로 두개의 방을 동시에 따뜻하게 할 수 있었다. 옛 사람들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가 엿보인다.
대부분의 건물은 기둥을 세우지 않고 흙과 돌로 쌓은 담벽으로 건물을 지탱하는 담집이다. 건물을 지탱하기 위해 30cm가 넘는 두터운 벽을 쌓았는데, 이러한 두터운 벽은 겨울철 온기를 보호하는 데도 유리하였다. 껍질만 벗겨내 사용한 목재, 대나무로 엮은 창호, 초가지붕 등이 주변경관과 어우러진 이 집은 경남에서는 드물게 남아있는 온전한 형태의 농가이다. 그런 만큼 경남지역 농가의 건물 배치와 구조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