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들/여행 이야기

천주산 자드락길을 걸어보니

천부인권 2010. 11. 5. 16:12

 

 

 

하늘이 무너지지 않도록 받치고 있다는 천주산(天柱山)은 해발 638.8m의 산으로 명성황후가 조선의 안녕과 자식들의 부귀영화를 위하여 진해 천자봉에서 100일간 기도를 올린 후 돌아가는 길에 이곳 천주산에서 3일간 기도를 하고 간 곳이기도 합니다. 천주산을 올라 보면 7부 능선까지는 그리 힘들지 않는 펑퍼짐한 경사이지만 그 위로 올라가는 곳은 상당히 가파르게 이루어 져있습니다. 7부 능선까지는 화강암으로 되어 있어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풍화와 침식작용으로 펑퍼짐하게 흘러내렸으나, 산 정상은 강한 열을 받아 단단한 변성화강암으로 형성이 되어 뾰족한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2010년 창원시 평생학습우수프로그램 지원사업을 ‘경남정보사회연구소’의 주최로 두리두리 걷는 길 ‘두리길 만들기’에 참가하였습니다. 이번은 소답동 천주산 운동장에서 출발하여 굴현고개로 내려오는 비교적 짧은 구간입니다.


자드락길을 걷는다하여 ‘자드락길’이 무엇인지 몰라 물어보니 사전의미로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이라 합니다. 우리말도 몰라서 물어야 하는 무식함에 부끄러웠고, 우리말을 사용하지 않는 풍토가 아름다운 말을 잃어버리게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천주산 기슭은 펑퍼짐하여 예부터 농사를 지어왔고 지금도 많은 공간에 여러 가지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러한 생활 길을 따라 일행들이 걷기 시작했습니다. 자드락길은 작은 암자를 만나 옆으로 만들어 지기도 했으며, 역사의 아픈 흔적도 만나게 합니다.


일제에 빼앗긴 땅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원이 되는 모든 것들이 약탈의 대상이 되었고 연료(송진)를 얻기 위해 소나무에도 깊은 상처를 새겼습니다. 이 땅의 역사는 이 소나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상흔처럼 아직도 아물지 못한 깊은 상처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길을 걸으면서 다음에 지나갈 사람들을 위해 ‘자드락길’ 표시를 한 리본을 달았습니다. 이 작은 천한조각이 이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에게는 이정표 구실을 할 것입니다. 좁다란 산길은 산 정상으로 가지 않고 산기슭을 비스듬히 걷기에 힘들지 않습니다. 또한 오래전부터 선조들이 이용해온 생활 길이라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무덤도 만나게 되는데 그 중에 우리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아 쉽게 파괴해버린 애기무덤도 있습니다. 이곳을 지나다보면 오랫동안 묵혀 두어 버려진 다랑이 논들의 흔적이 보입니다. 어떤 곳은 다랑이 논을 무덤으로 쓴 곳도 있습니다.


 

 

 

이 길을 걷다보면 창원시 분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꽤 좋은 곳이 나타납니다. 이곳에서 좌측에 보이는 산은 창원부의 주산이었던 검산이 보이고 고속도로 저편으로는 망호등도 보입니다. 그리고 진경대사의 혼이 서린 봉림산과 당당하고 위엄 있는 정병산도 보입니다. 혹자가 봉림산과 정병산을 구별 못하면서 학자랍시고 엉터리 지명을 발표하는 바람에 많은 부분이 햇갈리는 일이 있었지만 이곳 천주산 기슭에서 바라보면 확연하게 구별이 됩니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길을 걷고 있노라면 천주사가 점점 가까워집니다. 그러다 누가 왜 이런 곳을 만들어 두었는지 알 수 없지만 동그란 주춧돌이 사람들 쉬어가기 좋게 설치가 되어 있어 잠시 음료수를 마시면서 쉬어 갑니다.


 

 

 

휴식을 끝내고 다시 오르니 정미사월(1967년 4월)에 새긴 ‘남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천주암신령봉(天柱庵辛靈峯)’이라 새겨둔 바위가 나타납니다. 아마도 ‘천주암신령봉(天柱庵辛靈峯)’에서 신(神)을 신(辛)으로 오기한 것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이 화강암이 풍화를 하기 시작하여 사라지는 1,000여 년 동안은 오타로 인한 구설수가 끊임없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금석문이 겁나는 것인데 자연석에 새긴 틀린 기록은 자자손손 지적을 받을 것이고 그로인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 때문에 사찰의 힘도 약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느 듯 천주암 입구에 다다랐다. 천주암 마당에 새워진 5층석탑은 첫눈에 보기에도 우리나라 전통적인 탑이 아니라 왜색이 강한 것을 알 것이다. 이 탑은 1949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한국전쟁으로 불타버린 천주암을 다시 중건하던 1955년에 세웠다한다. 천주암 대웅전에는 전체적 느낌이 왜소해 보이는 약사여래좌상이 모셔져 있는데 최헌섭 선생님의 설명으로는 최근에 보이는 것으로 이곳에 계시는 분은 땅속에 있던 것을 발견했다고 하지만 어디에선가 가져온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하셨다.


 

 

천주암을 뒤로하고 천주암 뒷길로 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그곳은 길이 아닙니다!”고 외쳤다. 그러나 우리들이 가는 길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자드락길로 안내하였고 제법 있음직한 무덤들도 나타났다.


 

 

 

 

 

오늘은 시간이 없어 굴현고개를 못가 동정동 마을로 쪽으로 내려가기로 하여 내려오니 전번에 보았던 ‘동정동 마애불’이라 명명한 마애불이 있는 곳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이곳에서 곧장 내려와 일행과 따로 볼일이 있어 처음 차를 놓아둔 천주산운동장에까지 이곳에 주차를 하고 중간에 합류한 분의 차를 타고 갔다. 그분에게 태워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지도 못했는데 지금에야 인사를 합니다. “고마웠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꼭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