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들/여행 이야기

데모하는 사람, 사람 같이 안 보인다했는데....

천부인권 2010. 11. 11. 10:39

 

 

<고속버스 앤진을 개조하여 만든 양수기, 이제 쓰레기가 되었다.>


8일 오전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낙동강 죽이는 15공구 현대건설 사무실 앞에서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집회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곳 주민 김영욱(69세)씨가 집회를 하는 사람들 앞에 서서 “억울해서 이렇게 마이크를 잡았다.”고 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자료>

 

경남도민일보 “4대강 사업에 땅 빼앗기고...편하게 됐지 뭐!” 내용 중 발췌

 

"꼭 한번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너무 답답해서……. 어데? 70평생 이런 데서 마이크 잡을지 생각이라도 했나. 처음 있는 일이요. 평생 경찰 모르고 살았는데, 시청이고 국토청이고 가서 데모도 해보고, 그 뭐라더라 광역 수사대라는 양반들도 처음 만나봤고……."

“자기네들 땅이니 뭐래? 보리 수확이라도 하고 나서 거둬들이면 될 것이지. 그것들 다 거둬들였으면 한 3000만 원 되나? 한 푼도 보상 못 받았지 뭐. 거기에다 농사지으면서 조금씩 장만한 트랙터, 경운기, 관리기, 퇴비 살포기 등은 이제 무용지물이야. 농사지을 땅이 있어야 말이지."

 

"자식들한테 데모하지 말라고 그래 왔지. 데모하는 사람들은 사람 같이 안 보인다고. 그런데 지금 내가 딱 그 짝이야. 너무 억울하고 그래요. 자식들한테 안 좋은 소리 들리게 하면 안 되니까 이렇게 사는 거지요."

 


 

집회가 끝날 즈음 그분과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를 보고 뭐하는 사람인지 물어 “저는 개인적으로 사회에 관심이 많은 블로거입니다.”라고 소개를 하자 농기구 창고로 가서 보여 줄 것이 있다면 안내를 했습니다. 닫혀있던 창고를 열고 쓸모가 없어진 농기구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나에게 보여 주었듯이 KBS, MBC 방송국에도, 유명 신문사도 사진을 찍어 갔지만 방송과 신문에는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KBS방송국에서는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인터뷰를 하고 갔지만 뉴스에 나오는 것은 지나가는 뒷모습만 비춰진 것이 전부였다고 했습니다.

 

“추측컨대 낙동강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취재만 하고 방송을 내보내지 않는 것이 언론사들이 유리한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젠 그들도 믿을 수 없다.”고 하시며 “쓰레기가 돼버린 농기구는 꼭 세상에 밝혀 주소!”라는 당부를 하였습니다.

 

농기구 차고, 트렉터, 파종기계, 감자케는 기계, 선별기계, 고랑 파는 쟁기, 밭둑을 만드는 기계, 비료, 약치는 기계, 철거해둔 스프링쿨러, 약치는 기계 등을 보여 주시며 “땅 빼앗기니 이것들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일할 것이 없으니 편키는 하제!”라고 하셨습니다.

 

낙동강 둔치에 약 4만평의 땅을 경작하고 있었다며 “예전에는 삼베를 만드는 삼을 심었는데 수요가 줄어들면서 감자를 심고 보리도 심어 그래도 살만했지! 올해 보리농사 거두기도 전에 밀어버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내 데모하는 사람은 상대도 하기 싫었는데 이제 내가 데모를 하고 있으니 낙동강 사업이 여럿 죽입니다.”고 하시며 자신의 집과 집에 있던 쓸모없게 된 농기구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데모하는 사람, 사람 같이 안 보인다했는데....” 명례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신 김영욱(69세) 어르신은 왜 세상 사람들이 데모를 하고 있는지 관심도 없었고, 데모를 하는 사람들은 반국가적인 사람인 줄 알았지, 정작 자신이 억울함을 당해보니 옳은 일이 무엇이며 옳은 일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어 마이크를 잡았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피해가 없으면 자신의 앞에서 범죄가 일어나도 모르는 척 외면하기가 일수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피해자가 되면 이 사회에 정의가 있느니 없느니 열불을 토합니다. 당해보니 그때야 알겠다는 것입니다. 무관심과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사회로 한번 무너지면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생기게 되고 그 사회는 종국에 가서 파멸하게 됩니다.

 

정의롭게 일어나는 사람이 있을 때 박수쳐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한번은 되새기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대한민국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4대강 사업 잘못된 것임을 알았다면 자신의 생각을 타인이 알 수 있도록 이야기해야 합니다. 침묵은 때론 죄를 짓는 것입니다. 그래도 침묵하는 당신은 김영욱(69세) 어르신이 가지고 있는 농기계와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