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기록/문화재 여행

밀양 천황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천부인권 2014. 1. 5. 16:43

 

 

<2013년 12월 밀양 천황사>

 

2010년 여름에 밀양 얼음골을 찾았다가 천황사와 보물 제1213호로 지정된 밀양 천황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密陽 天皇寺 石造毘盧遮那佛坐像)을 만나게 되었고, 201312월에 천황사를 다시 찾게 되었다. 당시에는 주차장에서 1,000원 주고, 얼음골 매표소에서 입장료로 1,000원을 준 것으로 생각하는데 지금은 주차료는 없고 입장료만 받고 있었다. 매표소에서 350m여 거리에 있는 천황사는 여름에 비해 아주 한적한 곳으로 변했고, 차분한 산길을 따라 오르면서 잠시 상념을 가지게 된다는 점이 여름 보다 좋았다.

 

 

 

 

 

천황사는 아마도 천황봉 아래에 있다고 하여 이름을 지은 것으로 보이는데 천황봉의 옛 이름은 천왕봉이라고 주장하는 자료들도 많은 편이다. 이마에 땀도 맺히기 전에 벌써 천황사 전경이 보인다. 천황사의 건물은 단출한 편인데 중심 건물인 팔작지붕 와가인 전면 3, 측면 2칸의 대광명전을 중심으로 마당의 우측에 요사체가 있고 뒤편 우뚝 솟은 언덕에 조그만 산신각이 세워져 있다.

 

 

 

 

천황사 마당으로 향하는 계단에 올라서면 정면에 대광명전(大光明殿)이 마주하는데 밀양 천황사 대광명전 주련에는 이렇게 적고 있다.

千尺絲綸直下垂 (천척사륜직하수) 천 척의 낚싯줄을 곧게 드리우니

一波載動萬波隨 (일파재동만파수) 한 물결 일어나매 많은 물결 따라 인다.

夜靜水寒魚不食 (야정수한어불식) 밤은 고요하고 물을 차서 고기는 물지 않고

滿船空載月明歸 (만선공재월명귀) 배에 허공만 가득 싣고 밝은 달 속에 돌아온다.

 

 

 

 

대광명전 안에 봉안한 석조비로자나불좌상(石造毘盧遮那佛坐像)은 통일신라시대의 석불로 발견 당시에는 머리와 양팔이 없었으나 복원한 머리 부분은 전체 몸의 비례와 아주 비슷하게 잘 만들었다. 몸체의 부드러운 어깨에 당당한 가슴, 날씬한 허리에 얇은 법의(法衣)와 어울러져 얼굴의 표정도 통일신라 석불의 특징을 잘 살려 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금은 손의 모양인 수인(手印)이 지권인(智拳印)을 이루고 있는데 처음 복원할 때에는 황마촉지인(黃麻觸地印)으로 보수 했으나 손의 모양으로 볼 때 지권인(智拳印)으로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며 바꾸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권인(智拳印)금강정경(金剛頂經)에 기초를 둔 것으로 양손을 가슴 앞에 올리고 집게손가락만 똑바로 세운 왼손을 오른손으로 감싸서 오른손 엄지가 왼손 집게손가락 끝에 서로 맞닿도록 한 모양이다.’이라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손모양은 반대로 된 경우이다.

 

 

 

 

머리와 양손의 복원에도 불구하고 밀양 천황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密陽 天皇寺 石造毘盧遮那佛坐像)이 보물로 지정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11마리의 사자를 돌려 새긴 조각과 정면에 향로를 끼워 넣을 수 있도록 한 특이한 하대(下臺)가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2줄띠를 새긴 원형받침이 있는 중대(中臺) 위에 연주문을 두르고 아래에 2겹의 연꽃무늬를 새긴 상대(上臺)로 이루어진 대좌 위에 있는 불상이 거의 없다는 것도 한몫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처럼 8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가장 우수한 석불의 하나로 사자좌(獅子座)의 대좌를 갖춘 유일한 귀중한 불상으로 신라조각 연구에 반듯이 다루어져야할 귀중한 유산이다.

 

 

 

 

산신각(山神閣) 또는 칠성각(七星閣), 삼성각(三聖閣) 등으로 표현되고 있는 이 작은 공간은 불교가 우리의 고유 신앙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가람수호와 산 속 생활을 지켜 주는 외호신(外護神)으로 받아들이면서 사찰에 세워졌다. 산신각에는 개인의 영달과 자식, 재물, 출세 등이 잘 되도록 기원하는 장소로 사용되는 공간이다.

 

 

 

 

대명광전의 뒤편 언덕 위에 위치한 산신각 안에 걸려 있는 그림은 호랑이를 걸터앉은 산신할아버지와 복숭을 받치고 있는 보살이 있으며, 차를 끓이는 동자가 소나무 그늘아래 느긋하게 있는 모습이다.

일제 강점기 이전에는 산신각에 산신할머니 즉 마고할매가 자리를 하고 있었다고 전하지만 불교에 대해 문외한인지라 확신은 할 수 없고, 지금도 마고할매가 산신각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 많음을 볼 때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추정된다.

 

천황사의 옛 주소는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1-7이었지만 지금은 산내면 얼음골옛길 358-34로 도로명주소가 변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