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기록/문화재 여행

시인 백석을 만나 기념물이 된 통영명정

천부인권 2014. 1. 14. 06:30

 

 

<2014/1/11 통영 명정 모습>

 

2010218일 통영의 옛 우물인 통영 명정(統營 明井)’이 경상남도 기념물 제273호로 지정이 되었는데 주소는 통영시 충렬로 49(명정동 194) 일대이다. 통영 충렬사(忠烈祠) 홍살문과 마주한 이곳에는 통영명정이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고 현대식 스텐문살을 한 기둥에 명정(明井)’이라는 명패를 단 대문이 있다. 대문을 열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우측에는 2기의 옛 우물이 있고, 그 앞으로는 수조(水槽)가 긴 타원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우물과 수조를 통영 명정(統營 明井)’이라 부른다.

 

 

 

 

통영 명정(統營 明井)은 우물 2기와 수조(水槽)로 구성되어 있는데 위샘을 일정(日井), 아래 샘을 월정(月井)이라 부르며 두 우물을 합하여 명정(明井)이라 한다.

명정이 생긴 유래에는 처음에 하나를 파고 보니 물이 탁하고 곧 말라서 옆에 다시 우물을 팠더니 맑은 물이 솟아났고, 곧 먼저 팠던 우물에도 맑은 물이 차올라 두 개의 우물이 생겼다고 한다.

 

 

 

 

이충무공을 기리는 충렬사가 세워질 당시에는 주변에 민가가 없어 이 샘물을 충렬사에서 전용하였으나, 이후 일정(日井) 물은 충무공 향사에만 사용하고 월정(月井) 물은 민가에서 사용했다 전한다.

그리고 이 명정은 기이한 일을 예고하는데 사체나 상여가 우물 위를 지나면 물이 흐려지는 이변이 생긴다하여 지금도 이를 금하고 있으며, 한때 일정·월정을 합하여 팔각정으로 개축을 하였더니 돌림병이 발생하는 변괴가 생겨 팔각정을 허물고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명정은 1670년 제51대 김경(金鏡)통제사가 설치하였다고 전해지나 그 이전의 기록에 명정리(明井里), 명정동(明井洞) 등 이 우물과 관련한 기록이 나타나고 있어 최초 우물의 설치는 더 이전으로 추정된다.

 

 

 

 

 

명정(明井)의 우측 길 건너에는 백석 시인의 통영이란 시비가 세워져 있어 통영의 문학사와 명정이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문학사의 한 획을 그은 박경리 선생의김약국의 딸들에서도 명정에 대한 묘사가 나오고, 백석의 시에서도 이 우물에 얽힌 애틋한 사연을 발견할 수 있다. 또 백석의 시를 모티브로 한 김춘수 시인의 명정리(明井里)라는 시 등에서도 명정에 대한 이야기가 남아있다.

 

 

 

 

시인 백석이 신현중과 함께 통영을 방문한 시점은 음력 1214, 양력으로는 193618일이다. 시에 나오는 난이라는 여성은 통영 명정동에 살면서 서울에서 여학교를 다니고 있던 박경련 이다. 백석이 친구 허준의 결혼피로연에서 박경련을 보고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 방학을 맞아 고향 통영으로 내려온 경련을 만나러 왔으나 결국은 만나지 못하고 그녀의 외사촌 서병직의 대접만 받고 돌아갔다. 그때 백석이 지은 통영(統營)이라는 시를 잠시 감상해 본다.

 

 

 

 

통영(統營)

구마산의 선창에선 조아하는사람이 울며날이는배에 올라서오는 물길이반날 갓나는고당은 갓갓기도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조코

파래에 아개비에 호루기의 젓갈이조코

새벽녘의거리엔 쾅쾅 북이울고

밤새것 바다에선 뿡뿡 배가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십흔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안간 대구를말리는곳

황화장사령감이 일본말을 잘도하는곳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한테 시집을가고십허한다는곳

 

산넘어로가는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이라든이갓고

내가들은 마산객주집의 어린딸은 난()이라는이갓고

 

()이라는이가 명정골에산다든데

명정골은 산을넘어 동백나무푸르른 감로가튼물이솟는 명정샘이잇는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깃는처녀며 새악시들가운데 내가조아하는 그이가 잇슬것만갓고

내가조아하는 그이는 푸른가지붉게붉게 동백꼿 피는철엔 타관시집을 갈것만가튼데

긴토시끼고 큰머리언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가는 여인은 평안도서오신듯한데 동백꼿피는철이 그언제요

 

녯 장수모신 날근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안저서 나는 이저녁 울듯울듯 한산도바다에 뱃사공이되여가며

녕나즌집 담나즌집 마당만노픈집에서 열나흘달을업고 손방아만찟는 내사람을생각한다.

 

(<남행시초>, <조선일보> 1936.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