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보호수와 노거수

창원지역의 푸조나무 자생지와 마을 숲 이야기

천부인권 2015. 5. 2. 08:26

 

 

 

<2015/4/30 고현리 푸조나무 자생지 풍경>

 

창원지역의 노거수 및 보호수 등을 찾다보니 자연히 오래된 마을을 찾게 되고, 마을의 안녕과 행복을 비는 민속 문화를 만나게 된다. 아무도 살지 않는 땅에 처음으로 마을을 만드는 入鄕祖(입향조)가 관록이 있는 지식인이 거주하게 되면 사람이 살만한 지형을 먼저 생각하고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옛 선인들은 음양오행설을 기반으로 산수의 형세나 방위 등을 인간의 길흉화복에 연결시켜 설명하는 풍수를 중요시 했다.

 

 

 

<2015/4/30 고현리 푸조나무 노거수를 자른 모습>

 

풍수의 기본은 背山臨水(배산임수), 말 뜻 그대로 마을의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물이 흘러 좋은 기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고, 前低後高(전저후고), 앞은 낮고 뒤쪽은 높아 사람이 의자에 앉아 등을 기대는 것처럼 안정감이 있으며, 前窄後寬(전착후관), 입구는 좁고 안은 넓어야 한다는 것으로 마을 밖에서는 안쪽이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어 침략 등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마을이라 설명할 수 있다.

옛 선인들은 마을의 입구를 좁혀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거나 또는 마을의 기운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수구막이를 하기 위해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고, 막돌탑을 조성하여 기운을 누르는 조산 등을 마을입구에 건설했다.

 

 

 

<2015/4/30 고현리 푸조나무 자른 풍경>

 

창원지역에 그러한 흔적들이 남아 있는 대표적인 마을 숲으로 북면 내곡리의 소나무 숲과 조산을 들 수 있고, 내서읍에는 안성리 비보림과 삼계리의 삼풍대, 안계리의 안봉대가 있다. 진동면에는 동전리 조산과 비보림, 태봉리의 조산 등이 있고, 진북면에는 부산리, 추곡리, 괴정마을 등에서 볼 수 있으며, 진전면에는 곡안마을과 중촌마을 등이 있고, 숲의 조성 용도는 다르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을 고사리의 푸조나무 숲이 있다.

 

 

 

<2015/4/30 장기마을 푸조나무 자생지 풍경>

 

이러한 비보림에는 나름의 특색이 있는데 북면 내곡리의 소나무 숲과 조산은 그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나무를 심었고, 내서읍의 비보림들은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심었으며, 진동면이나 진북면 및 진전면의 숲에는 이곳에서 자생지가 발견되는 푸조나무가 주 수종으로 숲을 이루고 있다.

 

 

 

 

창원지역 푸조나무 자생지는 진동면 고현리 마을 뒤편 해안 산기슭의 절개지에서부터 시작하여 해안선을 따라 장기마을 언덕까지 분포하며, 창포리 입구의 해안 산기슭에도 분포한다.

고현리 자생지의 푸조나무 노거수의 가슴높이 둘레는 400cm는 되어 보였고, 거목들이 절개지의 암벽 끝부분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어린 후계 목들도 제법 분포를 하고 있으며, 가장 큰 노거수에는 제례를 지낸 흔적들이 보이고 나무가 주택에 그늘을 드리우니 굵은 가지들을 많이 잘라버렸다. 장기마을의 대문처럼 생긴 협곡 좌우에 당산목으로 서 있는 푸조나무 노거수도 멋진 뿌리를 드러내며 흙이 있는 산 방향으로 길고 힘차게 뿌리를 벋치고 있다.

 

 

 

<2015/4/30 장기마을 푸조나무 자생지 모습>

 

 

<2015/4/30 창포리 푸조나무 자생지 아래쪽 풍경>

 

창포리 자생지는 창포마을 입구 우측 산이 끝나는 절개지에 위치하는데 커다란 노거수는 6그루나 되고 어린 후계 목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그중 거목을 골라 가슴높이 둘레를 재어보니 380cm이다. 이곳 역시 마을 사람들이 당산제를 지내고 있는데 근래에 자생지 숲 쪽에 집을 지으면서 나무의 가지를 자른 적이 있는데 그 집에는 우환이 생겼다한다. 창포리 절개지의 노거수 아래에는 地下女將軍(지하여장군), 天下大將軍(천하대장군)이라는 글을 새긴 작은 비석이 세워져 있어 이곳에서 당산제가 열리는 곳임을 짐작할 수 있다.

 

 

 

<2015/4/30 창포리 푸조나무 자생지 윗쪽 풍경>

 

 

느릅나무과, 푸조나무속(Aphananthe)에 속한 푸조나무는 낙엽 활엽 교목으로 수세가 강하고, 맹아력이 좋으며, 성장이 빠른 나무로 학명은 Aphananthe aspera (Thunb.) Planch.이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인 푸조나무는 나이가 어릴 때에는 기둥(樹幹)의 생장이 느린 편인데, 이 때 수피에 회백색 지의류(地衣類, lichen)가 붙어산다. 점점 수간 성장이 두드러지면 수피가 세로로 갈라지고, 속이 드러나면서 갈색이 비친다. 바깥의 회백색과 어우러져 회갈색 얼룩 문양을 띤다. 늙은 교목이 되면 느티나무처럼 수피는 큰 박편(薄片)으로 떨어진다. 거대한 초교목(超喬木)로 성장하면 줄기 아래에 판근(板根)이 발달함으로 쓰러지지 않고 오랫동안 장수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잎은 얇고 호생하며 난형 또는 좁은 난형이고, 가장자리에 예리한 톱니가 있으며, 거칠기 때문에 건조시킨 잎으로 기물의 표면을 닦아 광택을 내기도 한다.

암꽃과 수꽃은 같은 곳에 생기며, 5월경에 핀다. 수꽃은 새가지의 기부 엽액에서 나오는 취산화서에 달리고 녹색으로서 꽃받침잎과 수술이 각각 5개이다.

열매는 핵과이며 난상구형이고 짧은 복모가 있으며, 과육이 달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먹으며 과경은 길이 7-8mm이다. 핵은 대체로 둥글고 그물 같은 무늬가 없는 것이 팽나무와 다르다.

높이20m, 지름 1m이며, 어린 가지에는 작고 둥근 갈색의 피목이 많고 털이 있다.

 

 

 

 

 

목재는 변재와 심재의 구별이 불분명하고 엷은 황백색으로 연하면서도 단단하다. 푸조나무는 연하면서도 단단하여 건축재·조선재·기구재 등으로 사용하며, 특히 저울자루·절구·세공재 등 귀한 용도로 쓰인다. 그러나 나무 수액에는 독성분이 있다.

 

 

 

<2015/5/5/ 진전면 월안마을 뒤산의 푸조나무 자생지>

 

진전면 오서리 월안마을 뒤편 산에서부터 진전천 일부까지에 걸쳐 푸조나무 군락지가 있다. 이곳의 자생지에는 아름드리 나무는 보이지 않았지만 바다와 인접한 위치와 절개지 등 푸조나무가 자생할 수 있는 조건은 두루 갖춘곳이었다.

 

 

 

 

이곳에서 진전면 고사리 푸조나무 보호수 숲이 있는 곳까지 거리상으로 가까운 곳이라 고사리 푸조나무 숲을 조성할 당시 이곳 월안마을 푸조나무 자생지에서 묘목을 채취했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진전천을 건너 마주 보고 있는 곡안리 마을 숲 역시 주 수종이 푸조나무라 이곳의 자생지에서 묘목을 가져 갔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