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4/30 진전면 곡안리 비보림>
근대사와 현대사의 뼈아픈 비극이 녹아있는 진전면 곡안리 비보림를 위성사진으로 보면 풍수의 원리에 따라 마을 입구에 만든 숲의 모습을 뚜렷이 보게 된다. 마을 뒷산인 국시봉에서 흘러내린 좌우의 산자락이 팔을 넓게 벌려 안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남쪽으로 발달한 계곡에 저수지와 소류지가 있고, 앞으로는 진전천이 서에서 동으로 흘러가는 배산임수 지형에 산자락이 끝나는 허한 곳을 裨補(비보) 숲으로 만들어 前窄後寬(전착후관)의 모양이 되게 바꾸었다는 것을 알게 한다. 곡안리 비보숲의 주소는 진전면 곡안리 436번지이다.
곡안(谷內)은 우리말로 ‘실안’이라고 하며 ‘골짜기 안에 있는 마을’이란 뜻으로 『창원 군지』에 의하면 곡안리의 옛 이름이 신안이었다고 하는데, 이 또한 ‘실안’의 변이 형태로 ‘골짜기 안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을 지닌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곡안리는 국시봉에서 힘차게 뻗어 내린 땅기운이 평온하게 머무는 곳으로 1650년경 이곳에 터전을 잡은 성주 이씨와 광산 김씨의 집성촌이며, 전형적인 농촌마을임을 알 수 있다.
이 비보숲을 조성한 정확한 경위는 알려진바 없으나 진전천을 따라 세차게 부는 바람을 막고, 숲을 이용하여 마을의 습도 및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외부의 적으로부터 쉽게 마을이 들어나지 않지만 안에서는 밖을 조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곡안 비보 숲은 노거수가 우거진 숲의 위용으로 한때 유원지로 지정되었다가 2010년에 해제되면서 쉼터로 새롭게 단장했다. 비보 숲에는 다양한 나무들이 서식하는데 느티나무, 푸조나무, 굴피나무, 이팝나무, 팽나무, 말채나무 등이 있으나, 주 수종인 푸조나무 노거수의 가슴높이 둘레를 재어 보니 340cm에서 270cm 등의 크기이다.
지금은 당산제를 지내지 않지만 당산제를 지낼 당시엔 마을 사람들이 당산이라고 부르는 비보숲이 끝나는 위쪽 당산에서 제를 지내고 이 곡안리 비보숲에서도 제를 지낸 후 풍물을 치며 음복을 하였다고 한다. 이 숲 앞에는 星州李公基碩殉兄義跡碑(성주이공기석순형의적비)가 세워져 있으며, 그 옆에는 크지 않은 자연석에 ‘孔懷臺(공회대)’라 적힌 빗돌이 위치하고, 작은 빗돌 앞에는 1986년 3월에 花山 權龍鉉(화산 권용현) 선생이 쓴 ‘孔懷臺銘(공회대명)’이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또한 숲이 끝나는 지점에는 광산 김씨의 세거지 비석과 애국지사 후손인 金剛金奎鉉公紀蹟碑(금강김규현공기적비)가 세워져 있다.
<곡안저수지에서 내려오는 소하천이 숲 옆으로 흘러 숲의 생명력을 높인다.>
<광산김씨 세거지 표지비갈>
<곡안리 고인돌>
비보 숲 속에는 돌 위에는 공룡발자국이 선명한 평바위가 있는데 곡안리 고인돌이다. 곡안리에는 9기의 고인돌이 존재했지만 농지 계량으로 사리지고 지금은 이것이 유일하다고 한다. 이 돌의 공룡발자국을 볼 때, 선사시대 곡안리 뒤산인 국시봉 자락에 위치한, 이곳 주민들이 말발바위라 부르는 바위의 일부일 것으로 추정된다.
1950년 7월 15일 이승만 정권의 소집령이 떨어지면서 시작된 마산 보도연맹 학살 사건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이 곡안리 마을 주민들에게는 피눈물을 흘리게 하였다. 그해 8월 11일에는 창원시 진전면 곡안리 성주 이씨 齋室(재실)에 피란해있던 마을 주민 150여 명이 미군의 공격을 받아 86명이 희생된 사건도 발생하여 미군의 양민학살이 이루어지기도 했던 곡안리 이다.
이 곡안리에는 특이한 말놀이를 위한 민요가 전승되어 오는데 「좁쌀 노래」라고 하는 성적 표현을 통한 정서적인 유희와 더불어 언어유희를 성적인 희화화로 보여주는 노래이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보지골 자지야댁네/ 좁쌀 한 말을 꾸였더니/ 난데없는 공알새가/ 요모조모 다까먹고/ 빈좃대만 까딱까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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