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보호수와 노거수

창원시 유일의 천연기념물 ‘동읍 신방리 음나무군’

천부인권 2015. 5. 25. 06:52

 

 

<2009/9/2 신방리 음나무 천연기념물 풍경>

 

 

창원시에서 유일한 천연기념물 제164호로 등재된 창원시 동읍 신방리 615-2에 위치한 신방리 음나무군은 이 음나무를 가꾸어온 옛 선인들의 정신문화를 엿볼 수 있다. 지방도 1015호가 지나는 음나무가 위치한 곳을 음나무고개라 부르는데 구룡산 자락이 끝나고 다시 작은 봉우리가 시작하는 이 고개는 주변과의 고도 차이가 거의 없어 평지에 가까운 곳이다. 그럼에도 고개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백월산과 주남저수지 방면에서 新方里(신방리)로 들어오는 입구라 잡귀를 쫓는 신령한 힘을 가졌다고 믿는 음나무를 심어 나쁜 것들이 마을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裨補(비보)했다. 이 고개가 음나무고개라 불리는 것을 보면 음나무가 형성된 이후에 고개 이름이 만들어 졌다고 보아 조선후기에 고개로 인식된 듯하다.

 

 

 

<2009/10/5 신방리 음나무 천연기념물 4그루 풍경>

 

 

이 음나무들은 고개로서 구색을 겨우 갖춘 九龍山(구룡산) 끝 경사면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보니 흙이 자꾸 아래로 흘러내려 뿌리가 크게 노출되었고, 지상의 육중한 수체를 뿌리가 감당하려니 뿌리목 부근의 형상이 기이하게 변했다. 바람에 견디기 위해 나무줄기도 비스듬이 눕기도 하고, 자연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온갖 역학적 저항을 시도하다보니 뿌리껍질도 두텁게 발달하여 줄기처럼 바뀐 것은 삶을 이어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1978년까지는 5그루가 있었으나 같은 해 820일 태풍 칼멘의 피해를 입어 한 나무가 더 죽고 지금은 4그루만 남아있다. 흙이 계속 유실되자 1981년과 1997년 두 번에 걸쳐 음나무군이 분포하고 있는 면적 661에 축대를 쌓아 노출된 뿌리를 흙으로 덮어 보호하고, 4그루의 천연기념물에는 외과수술을 했다. 이때 11그루의 후계목도 심었다.

 

 

 

<2007/10/30 단풍이 들어가는 신방리 음나무 천연기념물 풍경>

 

경북대 박상진 임산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음나무가 심겨진 일대는 원래 영월 엄씨의 선산이었다고 한다. 언제부터 이곳에 엄씨가 들어와 살았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며 마을사람들은 엄씨가 처음 심었다고 엄나무라 부르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일제 초기인 1900년대만 하여도 지금의 신방초등학교 바로 앞 까지 배가 들락거렸다. 작은 포구가 있던 곳으로 옛날 서울로 올라가는 출발점이었으며 음나무가 있는 곳은 엄나무 고개라고도 불렀다. 주막이 있었고 상인들이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였다. 마을 이장의 증언에 의하면 약 30년 전만 하여도 말처럼 생긴 나무를 비롯하여 모두 7곱 그루가 있었으나 하나 둘씩 죽어서 없어져 버렸다.”고 한다.

 

 

 

<2015/3/9 신방리 음나무 천연기념물 전경>

 

음나무는 원래 무리를 만들지 않고 홀로 살아가는 생태적 습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에 음나무가 모여 살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심어 가꾼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음나무는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릴 때 무서운 가시를 발달시킨다. 이를 본 사람들은 잡귀신들이 음나무의 무시무시한 가시를 보면 크게 놀라 도망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가시가 달린 가지를 잘라 안방 문틀 위에 달아두는 풍습이 생겼다. 재미나는 것은 사랑방 문에는 달지 않고 안방 문 위에 달아둔 것은 특히 안방을 노리는 귀신을 물리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64131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신방리 음나무 중 현재까지 살아있는 4그루의 가슴높이 둘레는 각각 430cm, 400cm, 385cm, 380cm이고, 높이가 15정도이며, 수피는 특유의 균열이 발달하였다. 특히 나이는 문화재청 기록을 보니 700년에서 400년으로 바뀌었다.

 

 

 

 

천연기념물은 자연과 인간의 삶을 하나로 통합하는 매개체로서 자연과 문화의 조화를 절묘하게 상징화시키고 있는 민족의 유산이다. 천연기념물은 단순한 자연물을 넘어서 기념성, 원생성, 향토성, 역사성, 학술성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 뜻에서 이 신방리 음나무군은 학술적 가치가 높은 희귀한 노거수들이고, 주민들의 소망과 염원을 성취시켜 준다는 믿음을 가진 신목으로 추앙 받기에 국가적 차원에서 법률로 지정하여 관리를 하는 특별한 나무이다.

 

음나무(Kalopanax pictus)는 두릅나무과에 속한 낙엽교목으로 가지에 가시가 많아 귀신의 침입을 막아준다는 속설이 있어 주택에서 키우고 있으며, 개두릅이라고 하여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데 그 향기와 맛이 두릅 못지않게 맛있고, 봄철 까칠한 입맛을 되살려 준다. 또한 옻을 대신하여 닭백숙 요리에 넣기도 하는데 관절염, 당뇨병, 신장병, , 피부병 등에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록색의 꽃은 7~8월경에 새 가지에서 산형꽃차례로 무리지어 피고, 10월경에 둥그런 검은색 열매가 달린다. 나무는 다루기가 쉬워 널판을 얻을 수 있어 합판, 가구, 악기를 만드는 재료로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