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보호수와 노거수

세한재를 품은 동정동 은행나무 보호수

천부인권 2015. 8. 27. 08:44

 

 

 

<2015/8/24 의창구 갓골 은행나무 보호수>

 

동정동(東井洞)은 창원대도호부 성내(城內)에 위치했던 마을로 성의 중심인 관헌으로부터 동쪽 방향의 우물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었다 해서 붙여진 마을 이름이다. 옛 지명은 갓골이라 불렀고, 요즘도 갓골이라고 하면 아는 사람들이 많다. 갓골이란 갓을 쓰고 다니는 선비가 많은 곳이란 뜻이다. 유명 인물로는 병자호란의 충신이며, 경상남도 무형문화제 5호로 지정되어 전해오는 문창제놀이의 주인공인 황시헌(黃是憲 : 1606~1636)공이 탄생한 곳이다.

 

 

 

 

의창구 동정동 370번지에는 19821110일에 관리번호 12-4-2-1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 1본이 위치해 있다. 창원시에서 보호수로 지정한 3본의 은행나무 중 하나로 풍치목으로 분류해 두고 있으며, 남해고속도로와 불과 20m 거리에 있다. 2001년 기준으로 나무의 수령은 280, 나무 높이는 20m, 가슴높이 둘레는 620cm이다.”고 창원시는 기록하고 있다.

동정동 은행나무 보호수는 뿌리부분에서 원 줄기와 함께 제법 굵은 도장지([徒長枝)가 자라고 있으며, 무성한 잎과 열매들이 골목길 바람에 흐드러지게 날리고 있다. 창원시는 은행나무의 가슴높이 둘레를 620cm로 표기하고 있지만 뿌리에서 두 줄기가 갈라지는 도장지가 있는 경우는 각각의 가슴높이 둘레를 표기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줄기가 떨어진 160cm 높이에서 각각 재어 보니 원 줄기는 490cm이고, 도장지는 310cm 이다. 따라서 620cm가 아니라 490cm라 표기하는 것이 옳다.

이 은행나무 주위에는 남해고속도로가 가까이 인접하고, 건축물과는 바짝 붙어 있어 풍경이 아름답거나 공원 같다는 느낌도 가질 수 없는 형국이다.

 

 

 

 

동정동 은행나무를 찾아가는 길에 세한재(歲寒齊)를 만나게 되는데 세한재는 천주산(天柱山) 맥 한 줄기가 남쪽으로 달려와 기가 뭉친 용지봉(龍池峯)이 재실의 뒤에 우뚝이 솟아 있고, 앞은 남산에 마주하여 있으니, 땅의 형세가 암은(安檼)하여 글을 읽고 예()를 익히기에 좋은 곳이라 한다. 이 세한재는 2004(甲申年) 창원시 의창구 동정길35번길 4-13(동정동 386-3번지)에 국가의 사림공정(士林工程)으로 건설된 김녕(金寧)김씨의 제실이다. 세상 사람들이 조선조(朝鮮朝)의 충절(忠節)을 칠 때 이곳 세한재(歲寒齊)에 배향된 충의공 백촌선생 휘 문기(忠毅公 白村先生 諱 文起)를 먼저 꼽을 정도로 추앙 하고 있다. 세한재(歲寒齊)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김문기선생이 지은 한 해가 추워져 눈보라 치는 속에서도 머물러 있을만 하다.” 라는 시와 논어에 나오는 한 해가 추워진 뒤에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까지 푸르름을 안다.”라는 구절에서 뜻을 취한 것이다.

 

 

 

 

경상대학교 허권수(許捲洙) 교수가 지은 세한재기(歲寒齊記)에 의하면 선생은 하늘이 낸 효자로서 일찍이 문과에 올라 예문관검열(藝文館檢閱), 집현전 학사(集賢殿 學士), 승정원 도승지(承政院 都承旨), 함길도도절제사(咸吉道都節制使) 등의 직책을 두루 거쳐 이조판서(吏曹判書) () 오위도총부도총관(五衛都摠府都摠管)에 이르렀다.”고 한다.

 

 

 

 

세한재(歲寒齊:세세 년년 굳건이 건재함)를 출입하는 솟을삼문에는 효광문(曉光門)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새벽 햇빛이 세상을 밝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기둥마다 달린 주련은 이렇게 적었다.

 

사정재구백년여(斯亭纔構白年餘) 이 정자에 이사한지 벌써 백여년이네

자한판성뇌차소(自恨瓣誠瀨且疎) 스스로 한스러워 꺼리고 미워해 거친 것은 정성 드렸고

천고위종수죽백(千古偉踪輸竹帛) 천고의 조상 큰 발자취 역사에 싣고

일시의담판웅어(一時義膽瓣熊漁) 한때의 정의로운 마음 여러 음식으로 축하 드렸고

지령척강천대감(知靈陟降泉臺感) 신령이 오르내리며 알고 저승처럼 느끼네

괴아유리합포거(愧我流離合浦居) 나는 고향을 떠나 합포에 사는 것이 부끄럽네

만사원무충효외(萬事元無忠孝外) 만사의 으뜸은 충효 밖에는 없는데

긍긍조모정금거(兢兢朝暮整襟裾) 조심스럽게 아침저녁 옷깃을 여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