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기록/문화재 여행

인간의 욕망이 낳은 재미난 용 이야기

천부인권 2019. 11. 15. 06:49

 

 

 

양산 가야진사에 걸려 있는 용 편액

 


세상에는 인간의 부귀영화와 장수를 위한 욕망이 낳은 상상력이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것들이 용이 낳은 아홉의 자식 이야기 인데 이를 일러 용생구자(龍生九子)라 하고 이것들의 쓰임새에 따라 인간의 간절한 욕망을 풀어 놓았다.
용생구자불성용(龍生九子不成龍)이란 글처럼 용이 낳은 아홉의 자식들은 용이 되지 못하고 이무기(螭龍)로서 일생을 마쳤다. 그 한이 얼마나 커서면 이처럼 인간의 욕망을 녹여 내는 곳에 사용했겠나.
태초에 짐승으로서 신의 영역에 입문한 것이 있으니 뱀의 형상을 한 용(龍)이다. 용은 다양한 색상이 존재하나 인간의 상상 속에는 음양의 완성을 이룬 암수 한 쌍이 등장하는데 수컷을 상징하는 황룡(黃龍)과 암컷을 뜻하는 청룡(靑龍)이 그것이다. 이들이 주로 사용되는 곳은 건물의 대들보나 대문의 포에 등장한다.
용의 이야기는 우리 지역 인근에 있는 양산 원동리 가야진(伽倻津) 용소의 전설이나 삼국유사의 기록에 나오는 삼랑진 만어사의 신화는 흥미의 극대화를 이룬다. 이처럼 용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다양한 쓰임새를 자랑하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상상의 돌물로 등장한다. 이 황룡과 청룡이 교미를 하여 자식을 낳았는데 무려 아홉이다. 구(九)라는 숫자는 ‘많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숫자인데 완성된 십(十)이란 숫자에 가장 가까운 자리라 사용한 듯하다.
인간의 상상 속, 용의 자식들이 용이 되었으면 더 이상 이용이 불가했을 것이나 용이 될 것 같은 그 가능성에 많은 상상력이 동원된 듯하다. 용의 아들 아홉에는 각각 이름이 있고 그들의 성격에 따라 용도를 정했다. 용의 아들 첫째의 이름부터 아홉 번째까지의 이름은 비희(贔屭), 치문(鴟吻), 포뢰(蒲牢), 폐안(狴犴), 도철(饕餮), 리수(螭首), 공복(蚣蝮), 애자(睚眦), 산예(狻猊), 초도(椒圖)이다. 이들 아홉 중 이번에 도동서원에서 우리들은 용생구자의 첫째와 여섯째를 만났다.

 

 

 

 

2019.11.13 도동서원 입구의 한훤당 기적비

 

용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용이 되지 못한 첫째 비희(贔屭)의 성격은 이름에서 찾을 수 있는데 비(贔)는 ‘큰 거북이고’, 희[屓(屭)]는 ‘힘쓰는 모양’이라는 뜻이니 “힘을 쓰는 큰 거북이 된다.” 무거운 짐을 지는 것을 좋아하고, 몸통은 거북을 닮고, 머리는 용을 닮았으며 석비 아래에 둔다. 거북은 수명이 길다고 하니 영원과 길상(吉祥)을 상징하며, 이것의 머리를 만지면 복이 온다고 한다.
도동서원에서 만난 4기의 비석 중 비석을 지고 있는 비희는 3곳에 있었으며 모두 다른 모양으로 존재 했다.

 

 

 

 

도동서원 앞 비석과 비희

 

도동서원에서 만난 또 하나 용의 아들은 여섯째 리수(螭首)였다.
리(螭)는 교룡(蛟龍)을 말하고 수(首)는 머리라는 의미이니 “교룡의 머리”라는 뜻이다. 물을 좋아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물을 지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배수하는 책임을 맡았으며, 축대 또는 다리에 위치하여 배수구로도 사용된다. 또한 수도꼭지에도 사용된다.
도동서원에서는 서원의 본 건물 축담에 자리하여 낙동강의 범람을 다스리며 물로부터 서원을 지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리수는 수도꼭지를 물고 물을 공급하는 곳에 사용하는데 이 물을 마시면 물로 인한 재앙에서 자유롭게 된다고 하여 진주성에 물을 공급하는 식수대에 리수를 사용했다.

 

 

 

 

도동서원의 축대에 위치한 리수

 

 

 

진주성 안에 있는 식수대의 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