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기록/누각.정자.재실

진동면 묵지마을 전주이씨 묵계정 墨溪亭

천부인권 2019. 12. 20. 17:06



2019.12.19. 진동면 묵지마을 묵계정


『마산문화지』를 참고하다가 묵지마을에서 빠트리고 온 전주이씨 묵계정(墨溪亭)을 다시 찾았다. 묵계정(墨溪亭)은 진동면 동전리 226번지에 위치하며 전주이씨 본 재실인 선파이씨(璿派李氏) 도산재(道山齋)의 바로 앞에 자리했다. 이 묵계정은 이환규(李桓揆)가 그의 아버지 이수영(李秀榮)을 사모하여 옛 집터에 새롭게 꾸민 정자(亭子)이다. 이 묵계정의 안주인을 만나 내부에 걸려 있는 묵계정기(墨溪亭記)와 원운(原韻) 등의 편액을 보게 됐고 아울러 도산재의 편액들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화재 이우섭씨가 쓴 기문의 내용을 보면 1997년에 기록한 글이다. 편액 원운과 경차의 해문은 완료 되는대로 올리기로 한다.




정면에서 본 묵계정



묵계정(墨溪亭) 편액




墨溪亭記
士之藏修講學 而有一畝之宮 者後人換以亭宇而像慕之可見 其孝述之誠盖 其人雖歿 而其起居手澤 聲音笑貌常 若著存于其間 則後人因其蹟 而寓其思慕 其德而師其法焉 是固其人之道風 餘韻愈久愈彰 而苟非子孫孝慕之篤 豈能如是乎 右鎭海縣之東 墨池里者全州李氏居之 山邃而洞深土肥而泉甘 宜隱者之所考槃矣 近故池軒李公秀榮隱居行義終 其甥於泉聲岳色之間而所履者根天之孝也 所讀者聖人之書也 所述者慕先之事也 是以其生也 人莫不敬其歿也 人莫不哀公之觀化 已二十年而哲嗣桓揆 修葺平日所居之屋 名以墨溪亭者因地也 遂請記於予 顧以同源之親稔公生平 固莫我若矣 始拜公于 其先室道山齋也 軀幹豊碩氣溫語和 通宵酬酌古氣溢于 眉皆之間 且其花石之呈 媚林泉之瀟灑彷彿如古栗里之風景 而因接其諸胤皆循 循雅勅不問 可知法家遺範也 公之歿而予滋筆阡途之碣 略述其事行之槪也 國朝長陵之際 郊村先生澬泣 血進饌於 西宮者七年 而其貞忠卓節冠于當世 行承政院承㫖選 淸白吏是爲著祖也 至東田棕有文行爲九代祖 而建齋寓慕仍竪通善郞 壇碑于齋 後者皆公之所刱 而儼然爲一門中興之主 以是而御于族恩愛庇而悙和洽矣 以是而酬于 鄕信義孚 而德譽溢矣 則實爲一方模楷 而今世之右人矣 公之所著宗親十三章條理詳明 本末瞭然 是畢生心血攸注 而尤見其衛宗裕後之德也 凡子孫之朝夕肄業於是亭者僾然如承其謦欬偢然如接其儀容善述其志義風範 則以公在千之靈必莞爾而笑曰吾有後矣 其恢張門戶之策 豈不在是耶 此予之所 以樂聞 而不辭於述也
歲丁丑暮春之月 完山 李雨燮記


묵계정기(墨溪亭記)
선비께서 마음을 닦고 학문을 익히던 한 칸 오두막을 그 아들이 아버지를 사모하는 정각으로 꾸미니 그 효성스런 마음이 돋보인다. 어른이 비록 세상을 떠났으나 집안 곳곳에 손길이 닿은 자취가 한 결 같이 남아 있고 밝은 목소리와 웃음 띤 모습이 서려 있으니 뒷사람이 이곳에서 그분을 스승으로 삼아 크나큰 덕을 본받는다면 남기신 뜻이 오래오래 이어 질 것이다. 자손의 도타운 효심이 아니면 어찌 이런 일을 생각할 수 있으리요.
진해고을 동쪽에 자리 잡은 이곳 묵지(墨池)마을은 전주이씨(全州李氏) 가문이 대대로 살아온 터전이니 산이 높고 골이 깊으며 땅이 기름지고 샘물이 달아 선비가 지내기에 알맞은 곳이다. 오랜 벗 지헌(池軒) 이공 수영(秀榮)이 이곳에서 몸을 낮추고 맑은 시냇물 소리와 우뚝 솟은 산을 벗삼아 늙어가며 참된 삶을 가꾸니 생각하는 바는 하늘이 가르치신 어버이 섬기는 마음이요 읽는 바는 옛 어진이의 책이요. 널리 베풀기는 옛 사람을 받드는 일이라 살아계실 때는 우러르지 않는 이가 없고 돌아가시니 슬퍼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선비께서 돌아가신 지 수무해가 지난 즈음 맏아들 환규(桓揆)가 어른께서 늘 거처하시든 집간을 새로 꾸며서 묵계정(墨溪亭)이라 함은 고을 이름을 딴 것이며 나에게 정각 세우는 글을 써 달라 하거늘 돌이켜 생각해보니 한 뿌리 일가로서 선비의 일생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이가 없는 까닭이리라. 일찍이 선실 도산재(道山齋)를 찾아 공을 뵈오니 몸과 마음가짐이 크고 넓으시며 말씀이 부드러웠다. 밤이 다하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얼굴에는 옛스러운 기운이 넘쳤다. 또한 꽃과 바위가 잘 어우러지고 수풀은 우거지고 샘물은 깨끗하여 그 아름다움이 중국의 진나라 사람인 도연명이 살던 율리(栗里)에 버금하였다. 또 아들과 조카를 보니 예의가 반듯하여 내려오는 집안 법도가 보는 이를 놀라게 하였다. 이윽고 공이 세상을 떠남에 내가 묘비문에 공이 남기신 훌륭한 자취를 대충 적어 기리었다. 조선시대 교촌선생(郊村先生)은 인조 임금 때 서궁에 유폐된 인목대비께 일곱해 동안 피눈물로 수라상을 올렸으니 그 충성스러움과 절개는 한 시대에서 으뜸이며 승정원 승지를 지내고 청백리에 뽑힌 뛰어난 분이시니 공은 이분의 후손이다.
구대조 어르신 동전공(東田公) 종(棕)은 높은 학문과 바른 뜻을 지니신 분인 바 공이 어른을 추모하는 제당을 짓고 또 통선량공(通善郞) 제단비(祭壇碑)를 그 제당 뒤에 세워서 제사를 받들어 집안을 새롭게 하였다. 이로써 집안을 일으켜 온 일가가 서로 도와 사랑과 기쁨이 넘치게 하였으니 모든 이가 받들어 모실만한 스승이요 오늘날 보기 드문 옛 사람이라 하겠다.
또한 공이 오랫동안 깊이 생각하고 갈고 닦아 만든 종족규약 13장은 사람이 살아가는 바른 길을 보여준 뛰어난 글귀이다. 이로 미루어 집안을 바로 세우려는 참마음을 엿볼 수 있겠다.
앞으로 자손들이 이 정각에서 학문을 익히고 마음을 닦아 공이 남기신 가르침과 뜻을 이어받는다면 공의 넋이 알아서 웃으며 말씀하시기를 내 뒤에도 사람이 있다 하리니 가문을 드높이고 빛내는 길이 아니겠는가. 내가 이글을 사양하지 아니한 뜻도 여기에 있느니라.
정축년(1997) 음력3월 완산 이우섭(李雨燮) 짓다.





原韻 - 전문
先人粧點一區山 선인(先人)이 꾸며 놓은 산자락 한 구역
陟降精靈在此間 오르내리는 정령(精靈)이 이 사이에 있다네.
花石亭香餘手澤 화석(花石)에 머문 향기는 남겨주신
軒堂無恙慕親顔 헌당(軒堂)이 탈 없으니 어버이 얼굴 그립네.
莫敎累俗來相亂 누추한 속인들 와서 어지럽히게 하지 말라
頻與佳賓咏以還 자주 훌륭한 손님과 시를 읊고 돌아가던 곳
戒汝兒孫傳勿墜 너희 자손에게 전통 실추하지 말기를 경계하노니
藏修非爲養身閒 장수처(藏修處) 지은 것은 한가히 양신(養身)하기 위함이 아니라네.
-不肖男 桓揆-  불초남 환규


*藏修 : 학문에 전심전력하는 것.


林阿幽邃繞雲山 숲 언덕 깊어 구름과 산이 둘러 싼 곳
曾卜菟裘屋數間 일찍이 은거할 터 잡아서 몇 간 집을 지었네.
閱盡風埃超俗態 풍상을 다 겪고 나니 속태를 벗어났고
培來桑梓露眞顔 桑梓을 북돋우자 참된 모습 드러났네.
循堦碧澗侵晨響 섬돌 따라 흐르는 푸른 물소리 새벽에 들리고
圍檻晴嵐帶夕還 난간 둘레 맑은 아지랑이 띤 채 저녁 무렵 돌아오네.
芳躅依然如昨日 훌륭한 자취 의연하여 어제 같은데
琴書無恙靜中閒 琴書로 탈 없이 지내니 고요한 가운데 한가하네
-完山 李雨燮-  완산 이우섭


*桑梓 : 《시경》 〈소반(小弁)〉에 “부모가 심은 뽕나무와 가래나무도 공경한다.[維桑與梓, 必恭敬止.]”라고 한 데서 온 말로, 부모가 살던 고향을 뜻한다.


출처 및 참조

마산문화지-마산문화원/삼덕정판인쇄사(20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