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자원봉사/사회복지

2005년의 장애인 인권과 향후 과제

천부인권 2006. 7. 14. 15:59
 

2005년의 장애인 인권과 향후 과제


조한진(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Ⅰ. 서론


장애인의 권리 논쟁은 특별한 권리 향유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장애인이 차별 없이 모든 인권을 동등하게 향유하도록 보장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므로 차별금지와 그것을 통하여 장애인들이 동등하게 인권을 향유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개혁의 주제이다(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2002).

인권의 토대를 이루는 가치는 개개인의 무한한 존엄성, 각자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의 중심에 있도록 요구하는 자율과 자기결정의 개념, 차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존재하는 고유한 평등권, 그리고 적절한 사회적 지지를 통해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연대의 윤리이다(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2002). 그러나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시설 생활자들은 사회와 분리된 채 존엄성, 자율권․자기결정권, 평등권 등을 충분히 향유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에 장애인이 인권을 향유하도록 투쟁하는 과정은 평탄하지 않았다. 이에 본고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장애인차별금지법, 그리고 장애인복지시설의 인권 유린과 사회복지시설 정책을 중심으로 2005년 한해를 되돌아보고, 이어 향후 과제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Ⅱ.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TNS (2003)가 장애인 357명을 대상으로 인권침해 차별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 중 73.7%가 장애로 인해 차별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직접적인 차별 경험이 많은 분야로는 노동(직업)의 문제(36.4%)를 꼽았는데,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외에도 이동․가족생활․교육․의료 등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도 문제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별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과제로서 본 조사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인권침해나 차별을 당했을 때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반차별 법률로서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근본적으로 시민권 모델에 기초하고 있다. 이 모델 하에서는, 장애인을 분리되고 억압받는 소수 집단으로 보며, 그들의 사회 내에서의 불리한 처지는 주로 불공평한 차별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Batavia & Schriner, 2001). 그러므로 장애인에 대한 법적 인권보호 장치를 마련함에 있어 적극적 평등실현조치(affirmative action)를 포함하여 사회보장적 급부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현재까지 관행화되어 왔던 사실상의 차별을 폐지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한상희, 2004).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이러한 차별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분명하고 종합적인 강제를 규정할 목적을 가진 인권 법률을 입안하는 것이 필요하다(Batavia & Schriner, 2001).

또한 장애인에 대한 인권문제를 논의함에 있어서는 별도의 시선 ― 장애인의 시선이 요청된다. 실제로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안)은 약 70여개의 장애인단체․사회단체가 연대하여 만들어졌다.


1. 법안의 주요 내용

(1) ‘장애’에 관한 정의를 ‘장․단기간 혹은 일시적으로 발생한 신체적․정신적 손상, 기능상실, 질병 등이 사회적 태도나 문화적, 물리적 장벽으로 인하여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가져오는 상태’로 규정하여, 세계의 장애의 개념 변천에 따라 장애의 원인을 사회 전반의 포괄적 장벽에 있음을 명시하였다(안 제2조).

(2) 장애인 내에서도 이중차별을 받고 있는 장애여성과 장애아동들의 권리 선언 및 차별금지를 별도로 규정하였다(안 제32조․제34조).

(3)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받은 장애인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국무총리 산하에 실질적인 조사 및 제재 권한을 가진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의 설립을 규정하였다(안 제36조).

(4)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는 조사대상 차별행위가 계속 중에 있다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발생의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진정에 대한 결정이전에 진정인이나 피해자의 신청에 의하여 또는 위원회의 직권으로 피진정인, 그 소속기관 등의 장에게 긴급구제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안 제68조).

(5)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는 차별행위 조사 결과 장애인 차별로 결정된 경우에는 시정권고와 시정명령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안 제69조․제70조).

(6) 차별행위를 한 사람이 고의적으로 차별행위를 반복하거나 악의적으로 차별행위를 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였다(안 제81조).

(7) 소송이 이루어질 경우 장애인 당사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차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피해자가 주장하면, 가해자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규정하였다(안 제82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안, 2005, pp. 2-4)


2. 법 제정 활동 경과

열린넷에서 먼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여 2001년 2월 그 골격을 마련한 바 있다. 이후 2003년 4월 15일에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장추련)가 출범한 후, 각 분야별 전문가들과 장애인 당사자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을 완성하였고, 2005년 들어 입법화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였다. 11월 1일에는 장추련을 비롯한 7개의 장애인단체․사회단체들이 연대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공동투쟁단(이하 공동투쟁단)을 결성하였다.

2005년 들어서의 법 제정 활동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4. 18  장추련,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 설립에 대한 공개토론회

4. 20  장추련, ‘장애인들에 의한 장애인차별금지법(안) 제정’을 위한 공동기자회견

7. 6 ~  장추련,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100만인 서명운동

8. 25  장추련, 장애인차별금지법 입법공청회

9. 14  장추련,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결의대회

9. 15  노회찬 의원, 장애인차별금지법 대표발의

10. 20  장추련, 성명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보건복지위원회 회부에 부쳐…’ 발표

10. 26  장추련,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문화제

11. 1  장추련, 성명서 ‘노무현 대통령의 일방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논의 중          단 지시를 규탄한다!’ 발표

       공동투쟁단,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앞 천막농성 돌입 기자회          견

11. 9  공동투쟁단,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결의대          회

11. 14 ~ 18  공동투쟁단,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온라인 시위

11. 22 ~ 23  공동투쟁단,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전동(前動) 거리 대행진

11. 23  공동투쟁단,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거부하는 노무현 정부 규탄 결의대          회’

12. 3  공동투쟁단,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삭발식


3. 평가와 주요 과제

장애인의 관점에서 볼 때, 장애인의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인권적 접근에는 장점이 있다. 첫째, 장애인이 직면하게 되는 주요 문제들 중의 많은 것들이, 장애인차별금지법 하에서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처럼, 접근에 있어서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종종 정부가 조장하는 장벽의 형태로서의 차별과 분명히 관련되기 때문에, 그러한 장벽의 제거를 강제하고 적절한 편의시설을 요구하고 그러한 차별에 대해 벌칙을 적용함에 의하여 우리는 우리 사회의 접근성과 장애인의 삶의 질을 상당히 증진시킬 수 있다. 또한 점점 더 많은 장애인이 주류사회의 일부분이 될수록,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생각은 없어질 것이고 편견도 줄어들 것이다(Batavia & Schriner, 2001).

둘째, 인권 법률은 장애인을 위한 다른 종류의 법률과 같은 엄격한 예산상․규정상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인권은 정의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권리가 인정되기만 하면 비용과는 관계없이 대개 그 권리는 주어져야 한다. 국회와 이행 기관은 그 권리를 보장하는데 있어서 가장 비용효과적인 수단을 결정하고 이를 부과하려 하겠지만, 전적으로 비용 때문에 그 권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Batavia & Schriner, 2001). 이것은 장애인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에게는 대단한 장점이나, 동시에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같은 인권 법률이 제정되는데 있어서는 상당한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법 제정의 협상 과정에서, 고용주는 ‘적절한 편의’만을 제공하도록 요구받는다는 것과 과도한 부담이 되는 비용을 개인․단체에게 부담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은 물론, 인권적 접근이 긴 안목에서 보면 생산적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외에도 인권 법률적 접근에는 또 다른 단점이 있다. 인권 모델은 기본적으로 공평함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동 법을 이행함에 있어 불공평하거나 남용하기 쉽다고 인식되면 반발이 생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균형 잡히고 합리적인 법률이 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동 법이 어떤 고용주로 하여금, 장애인이든 아니든, 그 직무에 가장 자격 있는(qualified) 사람이 아닌 어떤 사람을 고용하도록 요구해서는 안 된다. 또한 손쉽게 개조될 수 없는 기존의 건축물에 대해, 그 건축물이 이미 상당한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지 않는 한, 어떤 개조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Batavia & Schriner, 2001).

한편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제정 활동 과정에서 두 가지 어려움을 만났다. 그 한 가지는 동 법이 단순한 복지서비스 개념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인권에 관한 법이므로 법무부가 소관부처가 돼야 하고 따라서 법사위에서 다루는 것이 합당하다는 장추련의 주장과는 달리, 동 법이 보건복지위원회로 회부된 것이다. 물론 장추련의 논리는 옳았지만, 법사위 의원 중에는 장애인에게 너무 많은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법사위 위원들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인권에 관한 법으로 인식시키는 것 역시 만만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통상적으로 장애인 관련 법안들은 보건복지위에서 다뤄왔고, 이 법안도 보건복지위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던 터였다(조상기, 2005). 어쨌든 결과적으로, 법안이 대표발의자가 속하지 않은 다른 상임위로 넘어가면서 실질적으로 책임을 지고 움직여야 할 대표발의자가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조은영, 2005). 그러나 지금 이러한 상황에서는 보건복지위 위원들에게 복지법이 아닌 인권법으로 접근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선일 성싶다. 또 사실, 미국의 ADA도 상․하원에서 법사위(Committee on Judiciary)가 아닌, 상원의 노동․인적자원 위원회(Committee on Labor and Human Resources)와 하원의 교육․노동 위원회(Committee on Education and Labor)에 배정되었었다.

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국가인권위원회로 차별시정 기능을 일원화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이 장애계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 6월 29일 국회를 통과했다는 것과, 정부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중단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3년부터 추진해 온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공론화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최악의 경우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의 설립을 포함하여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이 무산될 수 있으며, 최소한의 경우라도 장애계가 요구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내용이 손상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장애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이 상정될 때까지 왜 독립적인 차별시정기구와 차별금지법이 필요한지에 대한 좀 더 충분한 논리를 보강할 뿐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금지법안과 함께 상정될 때 있을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부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예상하여 이에 따른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이 보건복지위에 회부되었을 때처럼, 최선의 시나리오만 생각하고 있다가 당하게 되는 경우를 피할 수 있다.

이처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좌초될 위기의 상황에서 우리는 장추련을 비롯한 장애계의 최근에 법 제정 활동 과정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이라도 결국 그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우선 법 제정 활동이 지나치게 서울 중심적이다. 지방이라야 부산 정도에서 활동하고 있지, 다른 지역은 거의 조용하다. 또한 장애인 단체부터 장애인 국회의원까지 다른 정책과 ‘중요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그런 종류의 법 제정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힘이 분산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행정부와 국회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핑계를 없애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비장애인 일반 대중의 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100만인 서명운동은 참으로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그러나 장추련과 공동투쟁단의 서명운동에도 불구하고 그 노력이 좀 더 확대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이런 상태에서 장애인들의 법 제정 요구는 자칫 일반 대중에게는 ‘교통 체증’을 일으키는 소수의 시위로만 여겨질 수 있는 것이다.

남은 몇 개월은 크게는 장애계의 지난 몇 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시기이며, 작게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을 하고 삭발식을 했던 헌신적인 장애활동가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간이다.



Ⅲ. 장애인복지시설의 인권 유린과 사회복지시설 정책


지난 5월 16일에, 경기도의 한 주택가 옥탑방에 갇혀 장애 아동들이 ‘사육’되고 학대받아 온 것이 세상에 드러났다(최희정, 2005. 6). 지난 6월 13일부터 15일 사이 주요 언론에서는 충북의 ‘ㅅ’ 조건부신고시설의 원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교회 옆에 복지시설을 차려놓고 함께 생활한 여성 장애인들을 수년간 계속 성폭행해 온 사건을 보도했다. 원장은 성폭행 외에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생계비까지 횡령하고 있었다(최희정, 2005. 7). 또한 시설 생활인을 폭행․성폭행․감금하는 등 인권 유린을 한 강원도의 ‘ㅅ’ 조건부신고시설은 보건복지부의 미신고 복지시설 양성화 지침에 의해 복지부로부터 8천만 원의 보조금을 받아 건물을 증축 중이었다(최희정, 2005. 5).

물론 모든 미신고 복지시설이 반인권적인 만행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미신고시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시설에 수용하고 그동안 공급받지 못해왔던 의․식․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 그 이상의 서비스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김용택, 1991).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양성화 정책 역시 위에서 언급했듯이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1.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의 현황과 문제점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2005년 1월 현재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은 1,209개소이고, 신고 사회복지시설은 1,213개소(86,116명 생활)인 것으로 나타났다(보건복지부, 2005a). 시설의 증가비율을 보면, 신고시설은 1995년 778개소(김미숙 외, 2005)에서 2005년 1월까지 1.6배가 증가하였는데 반해, 미신고시설은 1995년 293개소에서 2005년 1월까지 무려 4.1배나 증가하였다.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은 재원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재정이 영세하며, 시설의 영세성으로 인해 시설 안전성과 시설 설비가 미비하다는 데에 그 한계가 있다. 재정의 한계는 또한 우수한 전문 인력의 확보를 어렵게 하여 시설 생활인들에게 양질의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낳는다.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의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점은 시설의 운영이 불투명하고, 생활인의 인권이 어떻게 보장되고 있는지 밖에서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김미숙 외, 2005).


2. 미신고 사회복지시설 양성화 정책

시설 생활인의 인권 및 안전을 도모하고 미신고시설의 제도권 진입을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보건복지부는 2002년 6월에 미신고 복지시설 종합관리대책을 수립․시행했는데, 제도권 진입을 위한 ‘3년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조건부신고제도 도입, 신고 기준을 완화하여 시설의 진입장벽을 낮춤, 개인운영 신고시설의 지원 등을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었다. 2004년 7월부터는 복권기금․삼성기금 등을 활용하여 신고시설 전환을 약속한 조건부신고시설 및 신고시설로 전환한 개인운영시설에 대한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2005년까지 840억 원의 지원을 예정한 바 있다. 또한 2004년 7월부터 복지부․시민단체․교수 등 민관합동의 시설발전위원회를 구성․운영하여 미신고시설의 근본적인 방지대책을 논의 중에 있다(보건복지부, 2005a).

보건복지부가 2005년 7월 26일에 배포한 보도 자료에 의하면, 2002년 6월 이후 시․도를 통해 파악된 미신고 복지시설 1,288개소(22,000명 생활) 중 신고시설로 전환한 시설이 213개소, 신축, 증․개축 등 공사가 진행 중인 시설이 586개소, 전환이 어려운 시설이 387개소, 자진 폐쇄 95개소, 강제 폐쇄 7개소로 나타났다.

동 보도 자료(보건복지부, 2005b)에 의하면, 보건복지부는 신고시설로 기전환한 시설 213개소에 대해서는 2006년부터 단계적으로 물리치료기․재활치료기․자동목욕기 등을 지원하고 관련 기관과 운영비 지원 방안을 협의하며, 신고시설로 전환 중인 시설 586개소는 신․증축 공사, 매매계약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하여 2005년 내에 신고시설로 전환을 완료하도록 했다. 유예기간까지 신고시설로 전환하지 못한 미신고 복지시설 387개소에 대해서는 2005년 9월부터 민관합동 실태조사를 실시한 후 시설별로 지속적 양성화 또는 시설 폐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는데, 인권 및 안전에 문제가 있는 시설은 생활인을 안전하게 귀가 또는 전원조치 한 후 시설을 폐쇄하며, 지속적 양성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설은 복권기금 등을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지원을 하는데 2006년 이후의 지원에 대해서는 복권위원회와 협의 중에 있다.


3. 양성화 정책의 평가

입소기준과 입․퇴소절차의 완화와 같은 맥락에서 흔히 신고기준의 완화를 생각할 수 있겠는데, 실제로 신고요건에 적합한 미지원시설은 유예기간 종료(2005년 7월 31일)전까지 최대한 신고시설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며 전환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이 때 완화된 요건을 적용했다. 또한,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복지시설에 대한 규정을 완화하기 위해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 중에 있으며, 2006년 1월 시행을 예정하고 있다(보건복지부, 2005a). 개인시설 종사자 기준에 있어서도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고 있고, 미신고 복지시설에 대해서도 역시 종사자 요건과 시설장 자격요건의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보건복지부, 2005c, 2005d).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의 대부분이 시설의 설치기준에 미달하고 전문 인력이 부재하며 이것이 미신고시설로 존속하는 이유 중 하나여서 본 양성화 정책에서 신고기준을 일부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생활인들을 위한 적절한 시설 환경과 보다 나은 복지서비스를 위해서는 신고기준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미신고 사회복지시설 양성화 정책을 인정할 수 없게 만드는 본 정책의 문제점 중의 하나이다.

그 두 번째 문제점은 행정처분 대상 시설에 대한 청문 및 심의절차를 수행할 시․군․구 차원의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실태조사팀에 참여한 위원이 청문 및 심사에 참여할 경우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옳으나(보건복지부, 2005a), 사회복지사업법 제7조 및 동법 제7조2의 ‘사회복지위원회’와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위원 역시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 왜냐하면, 동 위원회와 협의체의 위원 중에는 사회복지법인의 대표자나 사회복지사업을 행하는 비영리법인․기관․단체의 대표자가 있어 청문 및 심의 결과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미신고 복지시설의 장에게 본 정책이 시설을 폐쇄하기 위한 정책이 아닌, 시설을 양성화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다(보건복지부, 2005a). 사실, 본 정책은 그렇게 홍보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거의 시설 양성화 일변도의 정책이다. 유예기간이 지났는데도 다시 미신고 복지시설에 대해 실태조사를 거쳐 시설별로 지속적 양성화를 결정하고, 심지어 신규로 발생하는 불법 미신고시설에 대해서조차 신고시설 전환 가능성을 확인하여 그 전환을 유도하고자 하는, 관리대책의 기본방향에서 그 단면을 볼 수 있다. 또한 ‘미신고복지시설 지원 및 관리대책’(보건복지부, 2005a)에서, 시설 폐쇄가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도록 강제 전원조치 등은 자제하게 하는 데서 그 다른 단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회복지사업법 제40조에 따라 시설 폐쇄시, 1년간 사회복지사업을 할 수 없는 등 향후 다양한 불이익이 있으므로, 폐쇄명령서 발부 전 시설장을 최대한 설득하여 동법 38조의 자진폐지의 형식으로 시설을 폐쇄하도록 유도”(p. 12)하는 ‘세심한 배려’까지 한다고 한다. 더구나, 가능한 한 폐쇄 시설이 전체 미신고시설의 10%가 넘지 않도록 유의도 할 것이다. 그러나 예를 들어 시설 생활인의 인권문제로 미신고 복지시설의 폐쇄가 결정되었다면, 향후 시설장이 다시 사회복지사업을 할 수 있도록 자진 폐지의 형식을 취하게 유도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그리고 폐쇄 시설이 전체 미신고시설의 10%가 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면, 왜 그토록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치는가?

넷째, 미신고 사회복지시설 양성화 정책의 가장 중대한 문제점은 생활인의 인권을 보장할 실질적인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조건부신고시설 등에 대한 지원사업의 대상 시설을 시․군․구에서 선정할 때 인권침해 발생 시설은 대상에서 제외하며, 인권침해 사례가 적발된 경우에는 지원 사업 결정을 취소하도록 되어 있다(보건복지부, 2005e). 그러나 복지시설을 대표하고 있는 한 단체장에 의하면, “처음에 [보건]복지부에서 조건부[복지시설] 허가 내줄 때 조건 없이 다 … 우선은 허가부터 내주고 나중에 평가하자”(최희정, 2005. 5, p. 49)고 했고, 일부 이런 조건부복지시설에서 생활인 인권유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조건부신고시설 등 지원 사업 선정기준 예시에는 인권문제 발생여부를 평가요소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선정기준은 어디까지나 예시일 뿐, 선정에 관한 것은 전적으로 시도 선정위원회의 소관이어서, 시설 생활인의 인권문제에 대한 배점이 기준에서 아예 빠진 자치단체도 있었다(최희정, 2005. 4). 이렇게 될 때 양성화 정책은 결국 시설의 신축, 증․개축 공사를 위한 방안으로 전락하게 되며, 이것은 마치 하드웨어만 좋으면 소프트웨어는 다소 문제가 있어도 컴퓨터는 작동될 것이라는 발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편, 시설 생활인의 인권은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신고시설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예, ‘ㅅ’복지재단․‘ㅊ’복지재단). 그러나 본 양성화 정책에는 제도권 사회복지시설에 관한 방안은 전혀 없고 단지 미신고시설만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설 서비스가 수용 중심에서 이용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신고․미신고시설을 망라하여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정책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4. 사회복지시설 정책의 방향

1) 시설의 사회화

‘시설의 사회화’란 시설보호가 불가피한 사람을 시설에서 보호하되 최대한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넓히려는 시도로(감정기․조추용, 1999, 김미숙 외, 2005에서 재인용), 지역 개방의 측면만이 아니라 이 부분을 포괄한 시설의 근본적인 개혁의 실천논리로서 제시되고 있다(이병록, 2004).

2) 서비스 이용의 권리 옹호

서구에서는 시설보호 대상자에 대하여 서비스 이용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노력이 상당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권리옹호는 사회복지 이용자의 권리 주장을 지원․대변․변호하는 활동인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형태가 있다. 즉, 권리옹호 시스템은 첫째, 서비스 대상자 보호 시스템으로서 평가․정보제공․행정감사제도 등을 필요로 하고, 둘째, 예방적 권리옹호시스템으로서 성년후견제도와 서비스 이용지원제도 등을 필요로 하며, 셋째, 사후처리형 권리옹호 시스템으로서 고충해결제도가 필요하다. 외국에서의 경향을 살펴볼 때, 사회복지의 권리성이나 인권의식이 발달하지 못한 우리나라는 시설 이용자를 위한 권리옹호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 보아야 한다(정미원, 2004).

3) 사회복지시설 이용에서의 이용자 선택권과 바우처 활용

바우처 제도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시설 운영의 효율성․책임성 제고, 서비스 질의 향상이라는 목적을 위하여 바우처 제도를 보완적인 대안의 하나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시설 이용자의 선택권을 최대한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관리센터를 설치하여 사례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수요자의 공급자 선택 과정이 합리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시설 이용자의 입소 불복 절차를 도입하여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시설 정보 공유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야 한다(정미원, 2004).

4) 탈시설화와 지역사회보호

탈시설화는 생활인들을 시설 환경으로부터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환경으로 이주시키는 것이고, 이러한 과정의 목표는 지역사회 재통합이다(Hatcher and Rasch, 1980). 대개, 시설 생활인들에게 가족이 있다면 그 가족들(예를 들어,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처음에는 탈시설화를 반대하지만, 외국의 연구에 의하면, 다시 자리가 잡힌 후에는 생각을 바꾸고 지지하며 가족 간의 접촉도 지역사회 이주 후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준다(Spreat and Conroy, 2002: Tossebro, 1998). 물론 지역사회에서 아무리 서비스가 좋아도 그 서비스에 관한 통제권이 정부 혹은 여타의 다른 기관에 있으면 억압관계는 해소될 수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시설화는 진행되어야 하고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서비스가 늘어나야 한다.

아울러 근본적으로는 사회복지사업법에 탈시설화의 규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비록 당장 모든 생활시설을 폐쇄할 수 없다 하더라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탈시설화를 촉진시키기 위한 단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진행하여야 한다.”는 강행규정을 두어야 한다. 또한 탈시설화와 관련해서, 가정과 지역사회에서의 예방․치료 및 사회 복귀에 초점을 둔 주간보호서비스, 그룹홈,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 등 지역사회 중심의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정미원, 2004).



Ⅳ. 결론


장애에 대한 인권적 관점은 장애인을 대상이 아닌 주체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2002). 그러므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장애인복지시설의 인권 유린 등을 포함한, 장애인의 인권 문제 역시 장애인이 주체가 되어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것은 또한 2005년 동안 한국에서 한참 회자되었던 장애인 당사자주의와 연결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즈음 당사자주의와 관련하여, 지적 장애인의 경우에 다른 사람(예를 들어, 장애인의 부모)이 당사자일 수 있다거나 혹은 지적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제3자가 대리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접할 수 있다. 물론 당사자주의는 상대적인 성격이 있어, 장애인 자녀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부모가 함께 투쟁하는 경우에 장애인의 부모는 당연히 당사자가 된다. 그러나 아무리 지적 장애를 가졌고 지적 장애인에게 유익을 주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들의 자기 결정권을 최소한이 아닌 그 이상으로 제한하려 한다면, 그것이 장애인의 부모가 되었든 후견인이 되었든 이는 용납될 수가 없는 노릇이다. 왜냐 하면, 우리는 지적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관련된 너무나 많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적 장애인의 인권은 2006년에 장애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주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을 첨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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