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들/여행 이야기

노점상 손수레에 붙어 있는 특허증

천부인권 2009. 11. 27. 09:00

 

 

 

우리 동네에는 5일마다(2. 6일) 옛 방식의 재래시장이 열립니다. 가끔 저도 이곳을 이용합니다. 오늘은 친구와 막걸리 한잔을 하려고 시장을 둘러보니 조그만 손수레 자판 위에 앙증맞은 시루에 담긴 콩나물과 주먹만한 청국장, 강원도 감자떡, 도토리묶, 손두부를 팔고 있는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두부 시식 한번 하이소!”
“그라고 사진도 한번 찍어 주고요!”
“그라입시더!” 하고 사진을 찍는데 무언가가 붙어 있어 쳐다보니 특허증을 복사하여 붙어 놓았다. 그라고 보니 제품의 이름도 ‘무공해 육각수 콩나물’, ‘검은깨 흑임자 손두부’ 등 거창합니다.

 

이 특허증은 ‘검은깨 흑임자 손두부’의 특허증입니다. 요즘은 먹는 음식도 가공하는 과정에 무언가 특이한 것이 있다면 특허를 신청하여 자신만의 권리를 만들어 두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특허증을 걸어두니 무언지 모르게 이 제품에 믿음이 가고 이런 것이 구매를 충동하는 상술임을 알면서도 사고 싶은 욕망이 생깁니다.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합니다.

 

요즘 왠만한 물건은 큰 마트에 가서 가격이 정해진 딱딱한 소비를 하는데, 사람 사는 맛을 느끼려면 이처럼 초라한 재래시장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지나는 걸음에 이런저런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흥정도 해보면 사람 사는 기분이 다릅니다.

 

혹 봉림동 지귀상가에 들러서 시장한번 보시려면 2일과 6일을 기억하이소! 그라고 특허증을 걸어둔 ‘검은깨 흑임자 손두부’ 맛도 한번 보시구요. 글을 쓰다보니 이름도 모르는 노점상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