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들/여행 이야기

지리산 둘레길로 당신을 보내세요.

천부인권 2009. 12. 3. 09:42

 

 

“경남생명의 숲”과 “마창진환경연합”의 공동 주최로 ‘지리산 둘레길 걷기행사’에 참가했습니다. 출발 때부터 비가 올 것이란 예보가 있었고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버스가 달릴 때엔 많은 양은 아니지만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문산 휴게소에서 모두들 우비를 준비하고 빗길을 걸을 준비를 단단히 하였습니다. 버스에서 졸았더니 어느새 지리산 둘레길 시작지인 인월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계획은 길을 걷다가 식사를 하기로 하였지만 비가 오는 관계로 버스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결정해 도시락 준비를 하지 않아 홀로 식당에서 곰탕을 시켜 잽싸게 먹었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안내소 앞에서 모두 우비를 입고 단체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펼침막을 종이로 제작하여 발상을 전환한 재미난 생각을 보았습니다. 출발점이 되는 구인월교을 넘으니 영월정(迎月亭)이라는 정자가 람천둑방 위에 서있습니다. 이곳에서부터 지리산 둘레길이 시작됨을 알리는 표지목이 서있습니다.


 

 

흩뿌리는 빗방울을 무시하고 람천둑방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행열의 길이가 멀어집니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걷기는 세상을 여행하는 방법이자 마음을 여행하는 방법입니다.”고 쓴 글귀를 이맘 때 즈음 알 것 같습니다.

 

모두가 이 길을 걷는 이유가 각기 다르고 길을 걸으며 생각하는 방향이 모두 다르니 이 길은 생각의 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람천둑방길을 벗어나니 일반 국도입니다. 이 길은 자동차가 휙~~ 지납니다. 그래도 지리산이라 많은 숫자는 아니라 위험은 없습니다.


 

 

 

 

지리산 둘레 길은 생활길 임을 알게 하는 것은 매동마을 일 것입니다. 이 마을을 들어서면 두 집의 모습에서 마을의 발전방향을 알게 하는 것들을 보여줍니다. 한 집은 담장이 없고 또 다른 집은 담장에 그림을 그려 매동마을을 알리고 있습니다.


지리산 둘레길이 우리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많고도 많을 것이지만 옛것과 추구해야 하는 것을 비교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했습니다. 마을길을 따라가다 보면 아직 따지 않은 감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 지리산의 운무와 함께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생활길이 끝나는 지점에 인월에서 금계로 가는 16번 표지목이 옛길로 가라고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장항마을 까지는 옛 선인들의 호흡과 애환이 녹아 있는 마음이 열리는 길입니다.


일행들은 빗속을 뚫고 지리산 옛 길의 운무속으로 서서히 사라집니다. 이 길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걷기 좋은 길이라 간혹 짐승을 만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람천을 끼고 돌아가는 둘레길은
들길, 둑길, 골목길, 신작로를 지나
오롯이 예쁜 옛길로 나를 인도 하면서
세상 이야기를 풀어 놓고 가라한다.

 

몽환적 풍경의 지리산 둘레길은
세속에 찌든 마음은 버려라하고,
하늘, 구름, 바람, 나무와 함께
건강한 나를 마주하라 소곤거린다.

 

지리산 옛길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으로
당신을 보내세요.
그렇게 속삭인다.

 

 

 

 

옛 오솔길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확 트인 풍경을 내어 놓으며 마음을 추서려 세상 속으로 가라고 장항리 당산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내판에는 이렇게 적어 두었다.

 

노루목 당산 소나무
남원시 장내면 장항리 윗당산

 

장항마늘은 백두대간 지리산의 한 능성인 덕두산(德頭山)에서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한 자락이 부채살처럼 흘러내려 남쪽에는 살강골과 바람골을 가운데로는 뒷골을 그리고 북쪽으로는 높고 듬직한 앳골을 만들어 마을을 아늑하고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풍요로운 마을이다.
당산목이 있는 곳은 앳골로서 마치 노루가 목을 길게 내민 형국이기 때문에 옛 이름은 노루목이라 불렀으며 지금은 노루장(獐) 목항(項)자를 써서 장항리라 부른다.

 

노루목에는 세 개의 당신이 있는데, 이곳에 당산을 모신 사연은 북쪽이 텅비어 북풍이 고스란히 마을로 넘어 오기 때문에 바람이 지나는 길목에 당신을 세워 그 허함을 막고 문을 달아 복을 가두어 마을의 지리적인 허함을 극복하였다고 한다.


예전에는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세 곳의 당산에서 당산제를 지냈으나 지금은 이곳 윗 당산에서만 매년 정월 초사흘 날에 제를 지낸다.

수고는 18m여이고, 수령은 400년, 나무둘레는 2.8m이고, 수관폭이 15m에 달하며 사방으로 가지가 고르게 자라 매우 빼어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이 소나무는 마을이 형성될 무렵인 1600년대부터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고 전해 온다.


소나무 주변에 쌓아 올린 석단은 당산제를 마치고 제물을 묻어 당산신을 비롯해 산신령과 산짐승 그리고 온갖 미물들에게도 정성을 드리는 헌식(獻食)의 장소이다.

지금도 주민들은 지리산의 환경과 오랜 역사 그리고 옛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자라온 소나무를 마을 수호신처럼 여기고 있으며, 소나무의 보호와 더불어 유서 깊은 고유의 당산제 전통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장항마을 입구에는 가게를 한 흔적만 있었고 비가 와서 오늘은 장사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곳에서는 벌써 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우비를 벗고 처음 출발지인 인월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