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기록/문화재 여행

장붕익은 검계(조선시대 조폭) 킬러였다.

천부인권 2010. 2. 11. 10:11

 

 

2009.12.16 동정동 천주산 입구의 장붕익 선정비

 


창원에서 북면으로 가는 굴현고개 옛길을 가다보면 하늘이 무너지지 않도록 받치고 있다는 천주산(天柱山) 입구에 다다른다. 그곳에 두 개의 선정비가 있는데, 전면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부사장공붕익운거만고명엄선정비(府使張公鵬翼雲擧萬古明嚴善政碑)
부사장공붕익청엄선정비(府使張公鵬翼淸嚴善政碑)갑신사월일(甲申四月日,1704년)

 

그리고 옆에 안내 석을 세웠는데 이렇게 적어 두었다.

 

『장붕익이 창원대도호부사로 있을 때(1702.11~1703.7) 투명하고 엄정하게 백성을 다스린 것을 기리기 위한 비이다.
장붕익(1646~1735)은 조선 숙종~영조 때의 무신으로 자가 운거(雲擧), 호는 우우제(憂憂齊)이며, 본관은 인동(仁同)이다. 조선 숙종 25년 무과에 급제하여 선전관, 창원대도호부사, 경상좌도병마절도사로 봉직하다 경종 3년 신임사화에 연루되어 함경도 종성으로 유배되었다. 영조의 특명으로 사면되어 군기시제조, 어영대장, 훈련대장, 형조참판을 역임하고, 이인좌의 난 때 총관이 되어 왕을 호위하였다. 다시 포도대장, 한성판윤, 진영대장으로 북한산성을 수호하였으며 총융사로 수원에서 반란군 수장 이배를 잡아 난을 평정하고 한성판윤과 형조판서를 지냈다.
좌찬성에 증직되고 시호는 무숙(武肅)공이다. 고종 2년(1865)에 부조지전(不祧之典 : 국가에 큰 공적이 있는 사람의 신주를 영구히 사당에 모시게 하던 특전)의 특전을 받았다.』

 

그가 귀양살이를 할 때 쓴 싯구가 나와 있어 옮겨 적어 본다.

 

나라히 太平이라 武臣을 바라시니
날갓튼 英雄은 北塞에 다 늙거다
아마도 爲國丹忠은 나쁜인가 하노라

 

나라가 태평하여 무신을 돌보지 않고 저버리시니, 나 같은 무인은 북녘 변경에서 부질없이다 늙어 버리고 마는구나!  모든 역경을 딛고 나라 위한 충성을 묵묵히 다하고 있는 나야말로 영웅이 아닌가  스스로 달래어 보면서 늙어가는 늙은 장수의 푸념 같은 느낌이 있는 시이다.

 


 

 

장붕익공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가 있어 여기에 옮겨 놓는다.

내용출처 : http://www.sunslife.com/bbs/zboard.php?id=4003&page=53&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it&desc=desc&no=794

 

검계 킬러 장붕익

 

위의 인용문은 18세기의 문인인 이규상이 쓴 ‘장대장전’의 일부다. 장붕익은 앞서 ‘화해휘편’의 영조 때 포도대장으로 검계를 소탕했다는 바로 그 인물이다. 장붕익은 1725~35년 사이에 포도대장을 지냈다. 포도청에 관한 자료로는 ‘포도청등록’이 있지만, 남아 있는 문헌들은 대개 19세기 것이고, 18세기 초반 것은 없다. 따라서 이 자료는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영조대의 유일한 검계 자료일 것이다. 이 자료에 의하면 검계는 약 50년 뒤까지 그대로 존속했다. 이것은 아마도 검계 자체가 비밀 조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검계는 매우 비밀스런 조직인데, ‘장대장전’의 작자 이규상은 검계의 정보를 어디서 얻었을까. 이규상은 물론 양반이며, 그것도 명문 중의 명문인 한산 이씨다. 이규상은 이 이야기의 소스를 밝히고 있다. 즉 검계의 구성원이었던 표철주(表鐵柱)가 그 정보원이다. 이규상이 만난 표철주는 ‘집주름’이었다. 집주름이란 요즘의 부동산중개업자다. 이규상이 표철주를 만났을 때 그의 나이 70여 세였으며, 귀가 먹고 이도 빠지고 등이 굽은 늙은이로 쇠로 만든 삽을 지팡이 삼아 짚고 다니는 초라한 몰골이었다. 철주란 이름 역시 쇠삽을 짚고 다녀서 붙은 것일 터다.

일흔이 넘은 표철주는 초라한 노인이지만, 소싯적에는 “용감하고 날래며 사람을 잘 쳤으며, 날마다 기생을 끼고 몇 말의 술을 마시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영조가 임금이 되기 전 동궁에 있을 때 호위하던 세자궁의 별감(別監)이었다. 늘 황금색 바지를 있었는데, 비가 와서 옷이 젖으면 새 바지로 갈아입을 정도로 깔끔하고 사치스런 사람이기도 하였다.이규상이 표철주를 만났을 때 그의 미간에는 여전히 젊은 날의 사납고 불평스런 기색이 있었다. 이규상이 표철주에게 물었다.

“너는 마치 미친 사람 같구나. 평생에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표철주가 한참 귀기울이고 주름진 입술을 달달 떨더니 몸을 뒤집고 철삽을 세우며 말했다.

“장사또가 죽었는가? 죽지 않았는가?”
또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죽지 않는 것은 장사또를 지하에서 만나기 싫어서지.”
또 검계 사람들의 일을 상세히 전해주며

“적잖은 호한들을 장사또가 죄다 죽여버렸지.”
표철주가 공포에 떠는 장사또는 다름 아닌 장붕익이다. 이야기로 보아 표철주는 한참 외지로 도망을 갔다가 돌아온 사람이거나 아니면 정신이 나간 사람이다. 어쨌거나 장붕익이 포도대장으로 있을 때 검계의 인물을 잡아 죽인 일이 검계 구성원에게는 일대 공포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편하게 말해 장붕익은 조폭을 극히 잔인한 방법으로 소탕해버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