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들/생각하다

영혼을 가진 인간이 캔버스가 되는 바디페인딩

천부인권 2011. 5. 8. 06:00

 

 

 

 

아름다움에 대하여마산합포구 창동의 작은 소극장 벽에는 벽면의 절반이나 차지한 커다란 흰천이 걸려있고 조명 아래에는 한 여인이 페인트 통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흰천은 물감으로 물들어 가고 형이상학적인 문양이 생기기 시작한다. 격렬한 음악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벌거벗은 사내가 여인의 손길에 의해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 가, 작은 소극장은 아름다운 그림이 되어 간다. 
사내의 몸에는 물감이 뿌려지고 격한 몸짓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니 리듬을 타던 음악도 물감의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비산 한다. 영혼이 깃던 사람의 몸이 캔버스로 변하고 관객도 그림 속 사내처럼 가쁜 숨소리로 화답을 한다. 여인은 영혼이 있는 캔버스를 사랑하고 그 사랑의 감정은 점점 확산되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옴 몸에 벌레가 스물스물 기어가는 듯하고 모든 감각이 말초신경을 자극하니 흠짓 놀랄 수밖에 없다.

 

 


 

문화의 충격!
그 상이한 감정을 경험하면서 인간의 열정이 이처럼 아름답고 황홀할 수 있음을 깨달아간다. 이성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 어떤 것이 원초적 감정을 만들어 가고 자연으로 돌아간 인간 내면의 감정을 자극하여 작은 소극장 안의 사람들은 어느 듯 모두가 하나가 되어 간다.

 

 

 

 

 

배달래 작가는 대학 3학년 때 자아를 찾아 고민하던 중 처음 본 베르슈카의 바디페인팅 사진집을 보고 강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바디페인팅이란 것이 순수예술이 아니라 미용계에서 조금씩 다루는 틀에 박힌 화장술의 영역이라 관객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정신 내면의 세계를 공유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녀는 마산출신으로 성신여자대학교와 동 대학 서양학과에서 공부를 하였으며 사람이 캔버스의 배경에 녹아들어가는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그림 속에 사람을 세우고 사람이 그림이 되어가는 놀라운 상상의 이야기를 바디페인팅이라는 살아 움직이는 영혼의 세계와 접목을 시도 하고 있다. 베르슈카의 사진첩을 접한 후 언젠가는 해야지 하면서 기다려 오다가 2008년도에 20년 동안 키워오던 바디페인팅의 꿈을 이루었을 때 그 긴장과 흥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배달래 작가는 우리의 전통미에 바디페인팅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고민하다 청화백자 속에 여인을 그려 넣고 1,200의도 고온을 가하여 백자를 구워내듯 청화백자의 문양을 캐버스에 옮겨 두었다.

 

 


 

배달래 작가의 바디페인팅 포퍼먼스는 살아 움직이는 찰나의 행위예술로 제한된 시간 안에 모델과 혼연일체가 되어야 좋은 작품이 되고 함께 호흡한 관객들은 내면의 상처를 치유 받는 놀라운 효과도 경험하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났을 때에는 모든 것을 털어내어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가 된다고 했다.

 

 

 

 

배달래 작가는 화조도를 펼쳐들고 바디페인팅의 행위예술이 전통과 접목할 수 있음을 설명하면서 공연이 끝난 후의 설레임을 관객과의 대담에서 행위예술을 하는 그 찰나의 순간에 모델을 사랑하는 감정으로 하나가 되었을 때 가장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오늘의 모델이 된 대한민족무예예술인 노정인씨가 물감을 씻고 멀쩡한 모습으로 감회를 소개하고 있다.

 

 

 

경블공 회원들과의 뒷풀이를 창동의 뒷골목에서 막걸리로 나누었다.  우리 나이 또래라면 창동의 뒤골목에서 추억 하나 없는 분들이 없을 것이다. 당시 쪽샘, 다다, 시민생맥 등 술집은 물론이고 가베다방, 고려다방 등에서 사랑과 열정으로 20대의 열병을 앓은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내 기억 속에는 83년도 이후로는 창동에서 술을 먹어 본 기억이 없다. 어쩌면 오늘 배달래 작가의 포퍼먼스가 창동의 새로운 도약을 기억하는 그런 자리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