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기록/향교와 뿌리

윤음(綸音)-왕의 말씀_정조(正祖)

천부인권 2025. 9. 18. 22:33

 

綸音

諭 京畿 洪忠 全羅 慶尚 原春 咸鏡 六道 綸音 王若曰 是日 卽予元子 初度良辰也 維天維祖宗 默佑而陰隲 乃見元子 衣彩弄璋 以供我慈殿

慈宮之歡 此豈獨予一人之慶 卽環東土 億萬生靈 所共祈祝而欣忭者也 弧矢之設 從古有之 所以示男子有志四方之意 而予之期望於元子者 不但在於志四方而已 則是日也 垂十行 敷心之綸 施六道 恤隱之政 爰自厥初生 示以保民濟民之方 於萬斯年 率是 道以往比之 桑蓬二物 不其多乎 況彼蠢蠢者氓 亦具秉彝 莫不延頸而望 屈指而計曰 是日 吾君樂矣 予於此 又可無答其意乎 噫 九月 卽田家築塲之時也 滿野黃雲 錢鎛四出 農謳社酒 樂莫斯樂 而粤若畿甸 三南關 東關北等 諸道被災之民 或以旱 或以蟲 或以風 或以雹 或以水 半失者有之 全失者有之 昨年則賴田穀之稔 今年則與沓並歉 昨年則有漕輸之役 今年則無粟可移 昨年則開三道之賑 今年則將倍其數矣 昨年則承屢豐之餘 今年則式荐其饑矣 唉我窮民 將何聊生 不于溝壑 將至顚連 食不下咽 猶屬歇後 以百畒僅收之穀 通計一年 應納之數 新還決難 辨充況舊還之無處 指徵者乎 凡係代穀之令 每在開倉之後 甁罌便致傾空 措備多失 其時此亦不可不預加軫念 今年五道舊還 毋論稍實 與否一併停退 尤甚之次邑及稍實邑之尤甚面里還飽 以名樣穀物 隨力拮据 從便代納之意 前期知委至於嶺南 被灾不無淺湥 舊還停退 新還代捧 只尤甚邑舉行 噫 某邑之爲慘歉, 某邑之爲稍勝前後農形啓本, 亦幾領略, 而如欲得其詳, 莫如道臣分等狀 待分等狀聞, 尤甚諸處, 自當另行蠲免, 別議賑貸而今予曉告之先, 於分等者, 蓋出遇是日, 志喜共樂之意, 而廣慶施惠, 此其權輿非欲以上方兩件事聊塞, 今年衆民之望也嗟哉, 六道被灾民人, 惟予在須, 各恃而無恐倂以此一體布論, 俾得安堵遠而窮髮之外, 亦吾民也近而要甸之內, 亦吾民也今予一念憧憧忡忡, 不在遠則在近古人十指之諺, 可謂能近取譬若使匹夫匹婦, 矢所阻饑, 於予心安乎, 否乎 噫! 六道民生, 方載漏船, 而梢工之青, 在於方岳守令撫摩之莫接之一, 或失宜, 則他日還朝, 將何顏面見予乎 方岳守令於此, 亦可以知所自勵矣, 更何多詰又若他道稅穀, 今年已了畢, 捧糴前姑, 無目下催科之因而畿甸春大同停退條間, 方督棒於今年秋大同之前, 云見今秋事, 尚遲登場雖抂樂歲, 猶云艱乏, 況今年乎 道臣細加詳察, 其中尤甚邑, 及之次稍實邑之尤甚面里, 則姑勿發令, 以待分等量宐區處之意星火分付, 無使一民, 愁苦之聲, 作於舉國同慶之日仍傳曰 比綸音令, 廟堂謄出, 諸本星火下送, 各該道仍以別關嚴飭, 道伯處曉告坊曲, 俾一夫一婦, 知朝家逢是日, 與民同慶之意也

乾隆四十八年九月初七日

 

윤음(綸音)-왕의 말씀

(경기), 洪忠(홍충), 全羅(전라), 慶尚(경상), 原春(원춘), 咸鏡(함경) 6도에 내리는 윤음

왕은 이와 같이 말하노라.

오늘이 바로 나의 원자(元子)가 첫돌을 맞이한 좋은 날이다. 하늘과 조종(祖宗)께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돕고 은밀히 보살피시어, 마침내 원자가 색동옷을 입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우리 자전(慈殿)과 자궁(慈宮)께 기쁨을 드리게 되었다. 이 어찌 나 한 사람만의 경사라 하겠는가. 온 나라의 수많은 백성이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는 바이다.

사내아이에게 활과 화살을 걸어두는 예법은 예로부터 있었으니, 이는 남아에게 사방에 뜻을 둘 의지가 있음을 보이고자 함이다. 그러나 내가 원자에게 바라는 바는 단지 사방에 뜻을 두는 데에만 있지 않다. 이에 오늘, 열 줄의 글을 내려 내 마음을 널리 펴고, 여섯 도()에 은혜를 베푸는 정치를 시행하고자 한다. 원자가 태어난 바로 그 처음부터 백성을 보호하고 구제하는 방법을 보여주어, 앞으로 오랜 세월 동안 이 도리를 따르게 한다면, 뽕나무 활과 쑥대 화살 두 물건에 비할 바가 아니지 않겠는가.

하물며 저 뭇 백성들 또한 타고난 본성을 지니고 있어, 모두가 목을 빼고 기다리며 손꼽아 헤아리기를 오늘 우리 임금께서 즐거워하시겠지라고 할 터인데, 내 어찌 그 마음에 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9월은 농가에서 타작마당을 만드는 때이다. 들판 가득 누런 곡식이 넘실대고 농기구들이 사방에 널려 있으며, 농부의 노래와 마을의 술자리가 있으니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 삼남(충청·전라·경상), 관동(강원), 관북(함경) 등 여러 도의 재해를 입은 백성들은 가뭄, 해충, 바람, 우박, 홍수 등으로 인해 수확의 절반을 잃기도 하고 전부를 잃기도 하였다.

지난해에는 밭농사가 풍년이었으나 올해는 논농사까지 함께 흉년이 들었다. 지난해에는 조운(漕運)할 곡식이 있었으나 올해는 옮길 곡식조차 없다. 지난해에는 세 곳의 도에서만 진휼을 시행했으나 올해는 그 수가 배가 될 것이다. 지난해에는 여러 해의 풍년을 이은 뒤였으나 올해는 굶주림이 거듭되고 있다. ! 나의 가련한 백성들이 장차 어찌 살아갈 것인가. 굶어 죽지 않으면 곧 쓰러질 지경에 이를 것이다.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나중 일이요, 백 평의 밭에서 겨우 거둔 곡식으로 일 년 치 납세액을 계산해보면 새로 빌린 곡식조차 갚기 어려운데, 하물며 갚을 곳 없는 묵은 곡식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무릇 대납(代納, 다른 곡식으로 대신 갚는 것)의 명은 늘 창고를 연 뒤에 내려지기에, 그때가 되면 이미 집안의 항아리는 텅 비어 마련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이 또한 미리 헤아려 돌보지 않을 수 없다. 금년 다섯 도()의 묵은 환곡(還穀)은 상황의 경중을 막론하고 일제히 탕감하라. 특히 피해가 심한 고을과, 피해가 덜한 고을 중에서도 특히 심한 면(()에서는 가지고 있는 곡물의 종류대로 힘써 마련하여 편리한 대로 대납하게 하라는 뜻을 미리 알려주라. 영남(경상도) 지방 역시 재해의 경중이 없지 않으니, 묵은 환곡은 탕감하고 새 환곡은 대납으로 받되, 오직 피해가 가장 심한 고을에서만 시행하도록 하라.

! 어느 고을은 참혹하게 흉년이 들었고, 어느 고을은 그나마 조금 낫다는 것을 이전의 농사 보고를 통해 대략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그 상세한 실정을 알려면 도신(道臣, 관찰사)이 등급을 나눈 보고서를 기다리는 것만 한 것이 없다. 이 보고서를 기다려 피해가 특히 심한 곳들에는 마땅히 별도로 조세를 감면하고 진휼과 대출을 논의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먼저 알리는 것은, 오늘 이 좋은 날을 맞아 기쁨을 함께 나누고 은혜를 널리 베풀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지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일로 올해 백성들의 바람을 대충 막으려는 것이 아니다.

, 여섯 도의 재해 입은 백성들이여. 오직 내가 있음을 믿고 각자 두려워하지 말라. 이 뜻을 모두에게 알려 그들을 안심시키도록 하라. 멀리 변방의 백성도 나의 백성이요, 가까이 도성 안의 백성도 나의 백성이다. 지금 나의 마음은 오직 근심과 걱정뿐이니, 멀리 있는 백성 아니면 가까이 있는 백성에게 가 있다. 옛사람이 말한 열 손가락의 비유는 참으로 가까운 데서 비유를 잘 들었다 할 것이다. 만약 한 남자 한 여자라도 굶주림에 막혀 제 살 곳을 잃게 된다면, 내 마음이 편안하겠는가, 아니겠는가.

! 여섯 도의 민생이 바야흐로 물이 새는 배에 타고 있는 것과 같은데, 뱃사공의 책임은 방백(方伯, 관찰사)과 수령에게 있다. 백성을 어루만지고 돌보는 일 중 단 하나라도 마땅함을 잃는다면, 훗날 조정으로 돌아왔을 때 무슨 얼굴로 나를 보겠는가? 방백과 수령들은 이를 통해 스스로 힘써야 할 바를 알 것이니, 다시 무슨 말을 많이 하겠는가.

또한 다른 도의 세곡(稅穀)은 올해 이미 납부가 끝났고 아직 곡식을 사들일 때가 아니므로 당장 독촉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 지방에서는 봄철의 대동세(大同稅)를 탕감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올가을 대동세를 거두기 전에 (묵은 세금을) 독촉하고 있다고 하니, 지금 보건대 가을걷이는 아직 멀었다. 풍년이 들어도 오히려 어렵고 부족하다고 하는데, 하물며 올해와 같은 흉년에야 어떠하겠는가. 도신은 이를 자세히 살펴, 그중 피해가 특히 심한 고을과, 그 다음으로 피해가 덜한 고을 중에서도 특히 심한 면·리에는 우선 징수 명령을 내리지 말고, 등급을 나누어 헤아릴 때를 기다려 처리하게 하라. 불같이 빠른 속도로 이 명령을 전달하여, 온 나라가 함께 경축하는 이 날에 단 한 명의 백성이라도 근심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라.

이어 전하기를, "이 윤음의 명령을 묘당(廟堂, 의정부)에서 즉시 베껴서 모든 본()을 불같이 빠른 속도로 내려보내라. 각 해당 도에서는 즉시 별도의 공문으로 엄하게 단속하여, 도백(道伯, 관찰사)으로 하여금 방방곡곡에 널리 알려 한 명의 백성이라도 빠짐없이, 조정에서 이 좋은 날을 맞아 백성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자 하는 뜻을 알게 하라"고 하였다.

건륭(乾隆) 489월 초이렛날

정조(正祖) 재위 7년 (서기 1783102)